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과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의 근무여건과 근무환경 개선, 응급의료기금 확대, 응급실의 중환자 수용 여력 확보, 지역의 응급의료 관련 컨트롤타워와 지원센터 확보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아울러 소방청에서는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상담 및 의료지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상담 매뉴얼도 재정비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편방안 좌담회’가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편방안 무엇이 문제이고, 합리적인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28일 LW컨벤션센터 3층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 큰 그림을 보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사실상 30년 동안 약 3000여명의 응급의학 의사들이 응급실 업무를 맡고 있는데, 2019년 자료 기준 239개 의료기관 중에 135개 기관에만 응급의료 전문의가 있고 40%에 가까운 의료기관이 응급의료 전문의가 전무한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취약지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이 없는 현실을 꼬집으며, 과밀화와 취약지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펜데믹 2년 동안 응급의학 전문의 50~70여명이 힘이 들어서 응급의료 현장에서 이탈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음을 언급하며, 의사들이 오래도록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과 환경을 개선·구축하는 것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회장은 연간 10개 지역 2000여명의 응급환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치료를 받는 현실을 전하며, 최대한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과밀화와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어전트케어 클리닉(Urgent Care Clinic) 또는 워킹그룹(Working Group) 등과 같은 ‘팀 어프로치’를 통해 지역의 응급의료체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들과 정부 간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필요한 조건 4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로 응급 환자들은 해당 지역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러한 방향과 반대되는 의료정책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균형을 잘 맞춰 의료정책을 펼쳐나가야 함을 당부했다.
두 번째로 현재 권역센터와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가득 차 있어 119구급대 등을 통해 중증 환자가 찾아와도 받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임을 강조하며,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센터의 응급실에서 중환자들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야 함을 충고했다.
세 번째로는 과거와 달리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비중 중 70~90대의 노인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요양시설·병원에서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빠지면 응급실로 찾아오는 노인 환자들로 인해 정작 급성기 환자들은 입원하기 힘든 현실을 해결해야 응급실 과밀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음을 제언했다.
네 번째로 1년에 응급의료기금으로 2600억원이 사용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당 기금의 규모로는 응급의료 전달체계이나 관련 정책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으므로 기금 규모를 2배 이상으로 늘려야만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외에도 김 이사는 지역의 응급의료를 해결하려면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려면 지방 정부에 권한이 일부 주어져야 하며, 지역응급의료위원회 사무조직으로 응급의료지원센터를 두고 실무적인 기능을 같이 줘서 각 지역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이를 효과적으로 센터와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함을 전했다.
유해욱 소방청 119구급과 품질관리팀장은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내용 중 최종 치료병원과 관련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유 팀장은 “복지부에서 말하고 있는 최종 치료병원은 진단명 위주로 이뤄져 있는데, 일반인이나 구급대원들은 증세·질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전에는 최종 진단명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 중 ▲평가만 가능한 병원 ▲평가와 경증에 한해 치료가 가능한 병원 ▲평가와 최종치료가 모두 가능한 병원 등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서 이송 병원 선정 지침을 정할 때에는 1차적으로 환자의 증세·질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 병원이면서 응급처치가 가능한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은 뒤,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언했다.
또한, 소방청에서는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상담 및 의료지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상담 매뉴얼도 재정비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 팀장은 “국민의 39%만이 상황실에서 상담과 의료지도 등을 안내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반성을 많이 했다”라며,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상담의 질에 대해서는 응급의학회와 응급의료지도사협의회랑 협의해 올해 안으로 상담 매뉴얼을 재정비할 예정”임을 전했다.
다만, 복지부에서 응급구조사 근무 범위를 확대하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급구조사의 근무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그에 따라 의료지도의 양과 질이 늘어나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의료지도 등을 수행하는 인원들이 늘어나지 않으면 구급대원들과 국민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