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느리더라도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응급의료 개선방안을 마련해서 추진한다면 앞으로도 똑같을 것”
국회 정책토론회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가 7월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의료를 개선하려면 탁상행정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고, 기능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먼저 이 회장은 응급실은 응급실 진료와 수술, 입원, 중환자실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응급실의 빈 병상 유무가 아니라 응급처치 이후에 이어지는 최종 치료가 얼마만큼 제공이 될 수 있는가가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가장 큰 거짓말 중 하나가 응급의료를 이야기하면서 최종 치료 개념을 응급실에다가 덮어씌우는데, 언제 어디에서 어떤 종류의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똑같은 양질의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응급의료의 이상이지만, 이를 실현한 나라는 없다”면서 “선을 정해놓고, 우리가 어디까지 달성할 것인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졸속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무한의 뺑뺑이’의 악습을 끊고,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점과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애초에 땜질식 처방 밖에 나오지 못했던 이유 자체가 “의료계에서는 5~10년 전부터 필수의료 인프라·인력·지원 확충과 사법 리스크 축소 등 느리지만 확실한 해결책을 계속 주장해왔으나, 느리고 돈이 많이 들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아 정부가 계속 외면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항상 무시돼 왔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응급실은 전공의들이 떠나서 없거나 남아있는 전공의와 전문의 모두 번아웃으로 쓰러져가고 있는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응급실이나 병원에 무엇인가를 더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당치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응급의료 전문가와 응급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들의 의견을 비롯해 전공의 의견과 학생 의견 등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방법·여지조차 없었던 것이 현실이며, 정책에 참여하고 시행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정책은 아무리 만들어봤자 의미가 없음을 강조했다.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의견이 올바르게 정책에 반영돼야 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안으로,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실무자들과 사전 논의와 교감이 필수적이며, 의료진을 문제 해결의 동반자로 최소한의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계획·추진되고 있는 응급의료 개선방안들도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불만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응급센터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해 “작은 병원에서는 경증 환자를 진료하고, 큰 병원에서는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름답지만, 30년 동안 해결이 되지 않은 이유는 환자한테 병원 선택의 자율권이 무한정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응급의료는 한정적인 재원이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되려면 누군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며, 누군가가 양보하지 않으면 무한정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함을 호소하는 한편,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의대정원 증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지역 응급실)로 개편하고, 일차응급의료 및 경증응급환자 최종치료를 책임지고 진료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갖추게 하는 것과 관련해 “경증 환자의 최종 치료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저런 정책을 만들었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서 대형병원을 온 환자들에게 경증이니 집에 가라는 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응급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과 관련해 물리적·거리적인 기준을 중심으로 현재 지방에 많은 의료원들이 생기고 있는데, 해당 의료원들이 제대로 기능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응급의료 취약지 문제도 물리적인 면이 아니라 기능적인 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지역마다 최종치료가 가능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인구가 너무 적을 경우에는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비효율적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전하며, 기능적인 배분이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제공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기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