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검체검사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건강보험정책국장의 인터뷰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언론에 보도됐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지난 20여 년간의 논의과정을 한순간에 짓밟아 버리려는 보건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2년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 관련 논의과정에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칠 것임’을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약속을 주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며 의-정간 신뢰관계를 중대하게 훼손하고 말았다. 또한,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가 체계와 청구시스템의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진료에 헌신해 온 대다수의 의료기관들을 마치 부도덕한 집단인 양 매도한 행태에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마주하며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수탁기관에 의뢰하는 당연한 진료 과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위탁기관에 문제의 원인이 있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식의 왜곡과 호도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국민
최근 더블어민주당 장종태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약사법 개정안’은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처방할 때 성분명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와 농어촌인구 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의료의 최일선에 있는 의사들은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것은 의사들에게는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같은 성분이라 해도 다 같지는 않은 것이다. 환자마다 같은 약에도 어떤 것은 괜찮고 어떤 것은 안 좋다는 환자분도 계시다. 의약품 처방은 환자의 상태, 병력,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정약제와 용량을 선택하는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행위이다. 이미 필요에 따라 의약품에 수급이 어려우면 약사가 의사와 상의하고 동의를 받은 후 대체조제하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성분명 처방의 시도는 이해가 되지 않으며 그 저의가 의심된다.성분명 처방 강행은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파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성분명 처방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 만으로 국민건강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외부 전문가
성분명 처방 강제 입법은 2000년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며, 이미 2007년 시범사업에서 실패로 결론이 난 제도를 다시 꺼내든 무책임한 행위이다. 인천광역시의사회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성분명 처방 강제화를 단호히 반대한다. 의사의 처방은 단순히 성분을 적는 행정 행위가 아니다. 환자의 연령, 동반질환, 과거 복용 이력, 부작용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문적 판단이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는 이러한 복합적 판단을 무시하고 동일 성분이라는 단편적 기준만을 강요한다. 그 결과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성분명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의사는 선택하지 않은 약으로 인한 결과를 떠안을 수 없고, 약사는 법적 근거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며, 의료 사고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구조적 모순을 낳는다. 정부와 약계는 약제비 절감을 내세우지만 이는 단기적 계산일 뿐이다. 실제로는 치료 효과 저하, 부작용 증가, 장기 치료 필요, 더 고가의 약제로의 전환 등으로 오히려 의료비 지출이 커질 수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국민들의 복지를 위해 등의 국민들을 위해 시리즈가 그것이다.최근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의 취지는 약품의 수급불안을 해결해 국민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법안 내용은 수급불안정 약품의 경우 의사가 해당 의약품을 처방할 때 상품명(약 이름)이 아닌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법안의 취지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법안 내용은 전혀 엉뚱한 내용이라 의아하다. 지금도 의사가 처방 낸 약이 약국에 없으면 같은 성분의 약으로 내어주는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은 성분명 처방을 하면 약국에서 수급불안정 약품을 입맛대로 구비해두고 환자들에게 내어 주라는 것인가? 게다가 성분명 처방을 따르지 않을 시 부과되는 막중한 처벌은 법안 개정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2025년 9월 30일 국회에서는 ‘국민의 조제약 선택권 확대를 위한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도입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의료의 특성상 가지는 정보비대칭성으
대한안과의사회는 최근 논의 중인 성분명 처방 강제 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성분명 처방은 환자 안전에 예기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과 동일한 성분을 사용하지만, 생물학적 동등성 기준은 80~125% 범위 내에서 설정돼 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임상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녹내장 치료와 같이 장기간 미세한 안압 조절이 중요한 질환에서는 작은 차이도 의미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점안제는 주성분 외에도 보존제, 삼투압, pH, 점도 등 제제학적 특성이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의사가 특정 약효를 전제로 치료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약국에서 다른 제네릭 약제로 교체할 경우, 일부 환자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나 치료 효과의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안과 질환의 특수성은 안약의 잦은 교체로 인한 순응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한 번 손상된 시력은 회복이 어렵기에 약효의 일관성과 지속성은 안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조제 시마다 제품이 변경되면, 환자는 약제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고 투약 혼란과 순응도 저하로 이어져 결국 치료
응급실의 명절은 언제나 악몽이었다. 최장 10일에 달하는 추석연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의정갈등 초기 국민들이 보여줬던 시민의식과 경각심마저 거의 없어진 상태에서 맞이하게 될 이번 명절은 큰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 응급의료체계는 2년전보다 나아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나빠졌다. 응급실의 입장에서 명절은 병원의 배후진료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을 봐야 하기에 단위 응급실의 일시적 재난상황이 초래된다. 최종치료를 위한 상급병원 전원이 용이하지 않기에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속출할 것이고 적절히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은 사망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명절의 응급의료대책은 국민들의 양보와 인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국민안전과 중증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간곡히 호소한다. 1. 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약이 떨어지거나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음과 과식을 자제해 급성위장관증상을 예방하고 기존질환의 악화를 대비해야 한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위험한 활동이나 무리한 운동을
9월 29일, 보건복지부 공중보건의사 담당 공무원은 인원이 확정되지 않아 내년도 공중보건의사 인원을 알 수 없다는 답변, 이에 따른 뚜렷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공중보건의사 담당 공무원이 연달아 바뀌며 연속성이 떨어지는 점과 공중보건의사제도의 존속이 실제로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에 의거해 의사결정권자께 공식적으로 답변을 요청드립니다. 1. 2026년도 공중보건의사는 0명입니까. 그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습니까. 2. 보건복지부는 추산하는 2026년도 공중보건의사의 입대 인원과 이에 따른 대책이 무엇입니까. 공중보건의사제도의 문제와, 해결책은 간명합니다. 18개월 현역과 37개월 공중보건의사, 38개월 군의관은 기울어짐을 넘어 부서져 버린 운동장입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젊은 의사라는 이유 하나로 현역의 배가 넘는, 훈련소 기간 조차 산입되지 않는 그렇기에 심지어 양심적 병역 거부자보다도 긴 복무기간을 견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이토록 압도적인 불평등 앞에서 현역 선택은 공중보건의사 ‘기피’가 아닌, ‘합리적 선택’입니다. 군복무 기간을 24개월로 단축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행정 편의로 재단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임상 현실을 모른 채 앞세운 정책은 결국 의료 현장을 무너뜨립니다.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같은 성분의 약제라 하더라도 환자의 나이,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물, 면역 상태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 흡수율은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환자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환자에게는 건강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결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닙니다. 이는 의사들이 환자 곁에서 매일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임상 현실입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이 현실을 외면한 채, 단순히 성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약을 동일시하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라는 탁상공론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예고한 것은 의료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조치입니다. 전문적 판단이 존중받지 못하고 ‘범죄’로 취급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현행 제도에서도 의사의 동의 하에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강제적인 성분명
옆구리 두 개의 신장은 어제 먹고 마신 탁한 국물들을 밤새도록 애써 걸러내었다. 짙은 호박 빛깔의 고농축 오줌은 요관을 통해 방광까지 흘려 내려갔다. 덜 깬 눈을 게슴츠레 뜨고 정신을 집중하자 방광 근육이 수축하면서 밤새 고였던 소변은 줄기차게 떨어져 내렸다. 열 손실을 만회하고자 온 몸이 한바탕 부르르 떨렸다. 어제 요관을 잘라내고 소장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을 했다. 암은 이겨내었으나 치료 과정에서 요관이 막혀 힘들어 했던 환자였다. 오래 걸렸던 수술 탓인지 허리가 쑤셨지만 뜨거운 커피 한 잔과 컴퓨터 유튜브 창에 열어 놓은 7080 음악만으로도 흡족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노랫말 속에 반복되는 J를 듣다 보니 요관 속을 지나가는 오줌의 흐름이 떠올랐다. 사람 몸은 온갖 복잡한 구멍과 관들의 집합체다. 현대 의학의 발달은 몸 밖에서 이 구멍이나 관에 접근하여 막힌 곳을 뚫고 새는 곳은 막으려는 눈물겨운 노력과 함께해 왔다. 요관이 막혔을 때 방광내시경을 통해 신장까지 삽입하는 요관 스텐트는 양쪽 끝이 J 모양으로 구부러져 '더블 제이' 간단히 그냥 'J' 라 불린다. 삽입된 J를 통해 소변은 다시 흐를 수 있다.
맑은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설레는 기분으로 길을 나선다. 오늘은 어떤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볼까? 진료 대기실에 들어서니 교복을 입은 아이가 가방을 둘러멘 채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옆자리 어머니의 얼굴엔 오만가지 걱정이 서려 있다. 시험이 코앞인데 힘들더라고 좀 참고 묵묵히 달려주면 좋으련만. 전력으로 질주해도 경쟁에서 이길까 말까 한 이때, 왜 또 아프다고 하냐는 표정이다. “저 괜찮을까요?”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묻는다. 공부할 때가 되면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아이는 힘든 낯빛이 영력하다. 어머니는 ‘더는 듣고 싶지 않은 언사를 늘어놓는다’면서 아픈 자식을 원망한다. 책상엔 잠시도 앉아 있지 않으면서 머리 아프다고 하다가도, 놀 때가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짱한 얼굴로 기분이 좋아지니 꾀병이 분명하지 않느냐며 아이에게 눈을 흘겨댄다. 배불리 먹고 공부만 하면 되는데, 이제 조금만 더 하면 고생도 끝이 날 것인데, 그것이 무에 그리 힘들어서 저리도 고통스러워하는지 모르겠단다. 진찰대 위에 누워 있는 아이가 듣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 속 레퍼토리를 다 내어 보이는 어머니, 하소연하다
민준의 나이가 벌써 열아홉 살, 청년이 되었다. 출생 25일 만에 보송보송한 우윳빛 피부로 평화롭게 누워 첫 진찰을 받을 때가 생생한데 세월은 공평한 것인가. 그날... 그의 신체 계측 백분위 수치는 표준이었다. 그러나 아기 포대기를 홀랑 벗기고 진찰대에 옮길 때 내 손으로 느껴지는 그의 중량감은, 직감적으로 뇌신경 계통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척주와 사지의 근무력(筋無力)과 경직성이 뇌성마비 중증이었다. 내 표정만 살피던 젊은 부부는 마치 공판을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불안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상태를 묻는 아기 아빠는 거의 울상이었다. 신생아 운동반사 반응 등을 정밀 진찰하면서, 난 이 결과가 젊은 부부에게 줄 수 있는 충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하고 내심 걱정을 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흔히 있는 경우인 것처럼 사무적으로 설명했다. “운동신경에 장애가 있으니 종합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군요.” 집에서도 갓난아이의 행동과 반응에 뭔가 이상해 했던 부부 역시 낙담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부터 민준의 성장은 내 인생의 고리가 되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민준이 예방주사 맞으러 왔습니다.” 늘 밝은 미소로 민준이 아버지가 진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