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945년 창립 이래 국민의 정신건강 수호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은 온 국민과 모든 의료인이 힘을 합치고 정부의 방역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이와 함께 찾아온 고립·우울·불안을 국민들과 함께 극복해 오고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들은 열심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정교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편을 갈라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사태로 인해 국민과 의료인의 정신건강은 또다시 한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목도하며 안타까움이 큽니다. 최근 정부가 의료개혁의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내용과 추진 과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일부 정치인에 의해 추진되었을 때의 결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결과는 의도와는 달리 많은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돌봄에 걸림돌이 됐고, 환자·가족·사회 모두 그 부작용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의 어느 국가와도 다른 독특한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OECD의 평균이나 특정 국가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회는 현 의료 사태로 인해 국민들께서 겪고 계실 불안함과 불편함에 한없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자들이 떠난 이 자리에서 지금도 온 힘을 다해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우리 의대 교수들도 이제 의료 사태 5주차로 접어들며 지쳐가고 있어 ‘사직하기 전에 순직’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의료인에 대해 일방적인 행정조치 및 압박, 매도로 일관하는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정부에서 4년마다 주기적으로 벌이는 ‘의료 포풀리즘 이벤트’는 조만간 바닥이 나는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시기를 더욱 앞당길 뿐입니다. 의사 때리기로 국정 지지율을 높이려고 하는 작금의 이 나라가 바로 전쟁의 폐허로부터 최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던 바로 그 대한민국과 동일한 나라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젊은 의사들이 본연의 사명을 뒤로 한 채 왜 의료현장을 떠났는지 귀기울여 주십시오. 그 젊은이들이 다시 다 함께 ‘이미 다 망가져 가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회생시킬 수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회는 현 의료 사안과 관련해 정부에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현안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6일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현재 3000여명인 의과대학 신입생을 2025년 입학생부터 현재 정원의 1.7배에 달하는 5000여명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오래 전부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현장을 살려 달라는 의사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구체적·현실적 방안 없는 이름만 그럴 듯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뜬금없이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는 단 한 명도 줄일 수 없는 절대불변의 숫자라며, 타협과 대화를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실망해 젊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났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교실을 떠났습니다. 환자들의 수술 일정이 지연되고, 외래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도 없는데, 정작 수술실도 병실도 점점 비어 갑니다. 정부는 수년 후 의사가 매우 부족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내년에 의과대학에 들어온다 해도 최소 6년이 지나야 전공의가 될 수 있는 2000명을 늘리기 위해, 멀쩡하게 근무하고 있던 1만명의 현직 전공의들을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이라는 강압적 수단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실상은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
“아파도 지금은 아프면 안돼”라고 말해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우리 간호인들은 매일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처한 환자를 마주한다. 지금 국민은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다.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지난 22일간 의료현장은 매일 비상근무 체제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정부의 의료개혁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협조하면서, 필수의료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알고, 의료인이라면 더 잘 알고 있는 의료인의 제1 책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의료인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떠나서는 안 된다. 지난 2023년 간호사들은 ‘밥 먹을 수 있는 시간 보장’과 ‘원할 때 쉴 수 있는 노동권 보장’ 같은 최소 근로여건 보장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을 때도, ‘주장은 할 수 있어도 국민 생명은 지켜야 된다’라는 생각으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인력은 90∼100% 남겼고, 의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환자 생명과 직결된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업무는 차질 없이 운영돼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주장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아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면서 의료 공백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이대로 정책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의사인력의 40%나 차지하는 전공의를 최저시급 수준으로 고용해 겨우 유지해왔던 대형병원들이 경영난을 맞아 급기야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간호사 등 다른 직역이 불법적으로 수행하다가 생기는 환자 안전의 위해 우려나 직역 외 업무를 부당하게 강요당하는 여러 직역의 피해,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 소송 위험까지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나마 병원에 남아 진료 중인 의사마저 과중한 업무로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병원의 적자를 보전해주겠다며 천문학적인 혈세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정부 정책을 홍보하겠다며 막대한 세금을 또 허비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수가 인상, 전공의 수련 개선, 대형 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발표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의료계가 오래전부터 요구했으나 정부가 외면해왔던 내용으로, 진작에 했더라면 이런 상황도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구체적 예산확보책도 없는 말뿐인 약속이라
이제 마지막 희망의 촛불이 꺼져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2일 대한내과학회는 부당한 의료정책에 저항하는 전공의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잘 정리돼도 상당수의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특히 내과전공의는 10%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국 병원 전공의 수련책임자들이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인 내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전공의가 없는 병원은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의 상급종합병원에 내과전문의가 3500여명이 근무합니다. 비대학 수련병원까지 합치면 4600명이 넘습니다. 전공의 3개 연차가 1800명이라고 하면 전체 6400명 의사 중에 28%가 내과전공의입니다. 이 많은 의사가 한순간에 병원을 그만 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수련병원의 교수(전문의)와 전공의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협업 체계로 돌아가는 치료공동체입니다. 심장중재술을 통해 심근경색증 환자를 살려내는 것도, 밤에 피를 토하고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를 내
“100여명의 흉부외과 전공의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의료 정책으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가?” 2024년 2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일방적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일방적 정책에 반발한 학생과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대부분의 의료진은 헌신과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 왔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 포퓰리즘 의료정책은 대한민국 의료에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의업 포기를 밝힌 의사들은 정부에 의해 준 범죄자로 매도됐고, 정부정책을 반대하지만 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번아웃의 위기 속에서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반면, 정부는 협상과 설득 대신 압박과, 강압을 선택했다. 정부는 미래 의료개혁이라는 자의적 목표 아래, 현재의 국민 건강과 생명, 의료제도를 무너트리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는 반세기가 넘도록 낮은 수가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와 땀, 때로는 생명을 바쳐가며 국민의 건강을 지켜왔다. 기피과라는 오명 또한 환자의 생명과 국민건강이라는 대의를 위해 참아왔다. 우리는 국민 건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당장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월 100만원씩 수련비용을 지원하겠다”며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다른 필수의료과목 전공의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조속히 지원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3월 중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매월 100만원의 수련비를지원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1월부터 소급해서 지급하게 된다”라고 설명했고, “소아청소년과가 아닌 일부 여타 과목에서 소아진료를 전공하는 전공의에게도 지급된다”고 말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분만, 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과목 전공의들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조속히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연속근무 36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안도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방안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인프라가 이미 철저히 붕괴돼 외국에서도 어떻게 저런 한심한 나라 있을까 하면서 혀를 차며 바라보는 이 정부가 내놓은 빛 좋은 개살구이자 전혀 현실성 없는 또 하나의 생색 내기 방안에 불과하다. 그동안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옆구리 두 개의 신장은 어제 먹고 마신 탁한 국물들을 밤새도록 애써 걸러내었다. 짙은 호박 빛깔의 고농축 오줌은 요관을 통해 방광까지 흘려 내려갔다. 덜 깬 눈을 게슴츠레 뜨고 정신을 집중하자 방광 근육이 수축하면서 밤새 고였던 소변은 줄기차게 떨어져 내렸다. 열 손실을 만회하고자 온 몸이 한바탕 부르르 떨렸다. 어제 요관을 잘라내고 소장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을 했다. 암은 이겨내었으나 치료 과정에서 요관이 막혀 힘들어 했던 환자였다. 오래 걸렸던 수술 탓인지 허리가 쑤셨지만 뜨거운 커피 한 잔과 컴퓨터 유튜브 창에 열어 놓은 7080 음악만으로도 흡족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노랫말 속에 반복되는 J를 듣다 보니 요관 속을 지나가는 오줌의 흐름이 떠올랐다. 사람 몸은 온갖 복잡한 구멍과 관들의 집합체다. 현대 의학의 발달은 몸 밖에서 이 구멍이나 관에 접근하여 막힌 곳을 뚫고 새는 곳은 막으려는 눈물겨운 노력과 함께해 왔다. 요관이 막혔을 때 방광내시경을 통해 신장까지 삽입하는 요관 스텐트는 양쪽 끝이 J 모양으로 구부러져 '더블 제이' 간단히 그냥 'J' 라 불린다. 삽입된 J를 통해 소변은 다시 흐를 수 있다.
맑은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설레는 기분으로 길을 나선다. 오늘은 어떤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볼까? 진료 대기실에 들어서니 교복을 입은 아이가 가방을 둘러멘 채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옆자리 어머니의 얼굴엔 오만가지 걱정이 서려 있다. 시험이 코앞인데 힘들더라고 좀 참고 묵묵히 달려주면 좋으련만. 전력으로 질주해도 경쟁에서 이길까 말까 한 이때, 왜 또 아프다고 하냐는 표정이다. “저 괜찮을까요?”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묻는다. 공부할 때가 되면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아이는 힘든 낯빛이 영력하다. 어머니는 ‘더는 듣고 싶지 않은 언사를 늘어놓는다’면서 아픈 자식을 원망한다. 책상엔 잠시도 앉아 있지 않으면서 머리 아프다고 하다가도, 놀 때가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짱한 얼굴로 기분이 좋아지니 꾀병이 분명하지 않느냐며 아이에게 눈을 흘겨댄다. 배불리 먹고 공부만 하면 되는데, 이제 조금만 더 하면 고생도 끝이 날 것인데, 그것이 무에 그리 힘들어서 저리도 고통스러워하는지 모르겠단다. 진찰대 위에 누워 있는 아이가 듣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 속 레퍼토리를 다 내어 보이는 어머니, 하소연하다
민준의 나이가 벌써 열아홉 살, 청년이 되었다. 출생 25일 만에 보송보송한 우윳빛 피부로 평화롭게 누워 첫 진찰을 받을 때가 생생한데 세월은 공평한 것인가. 그날... 그의 신체 계측 백분위 수치는 표준이었다. 그러나 아기 포대기를 홀랑 벗기고 진찰대에 옮길 때 내 손으로 느껴지는 그의 중량감은, 직감적으로 뇌신경 계통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척주와 사지의 근무력(筋無力)과 경직성이 뇌성마비 중증이었다. 내 표정만 살피던 젊은 부부는 마치 공판을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불안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상태를 묻는 아기 아빠는 거의 울상이었다. 신생아 운동반사 반응 등을 정밀 진찰하면서, 난 이 결과가 젊은 부부에게 줄 수 있는 충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하고 내심 걱정을 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흔히 있는 경우인 것처럼 사무적으로 설명했다. “운동신경에 장애가 있으니 종합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군요.” 집에서도 갓난아이의 행동과 반응에 뭔가 이상해 했던 부부 역시 낙담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부터 민준의 성장은 내 인생의 고리가 되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민준이 예방주사 맞으러 왔습니다.” 늘 밝은 미소로 민준이 아버지가 진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