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 책임이 허술한 나라다. 비슷한 보험 체계를 가진 나라들보다 한참 적게 지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케케묵은 신자유주의 교리 ‘긴축 재정’을 금과옥조라도 되는 양 여긴다. 긴축 재정의 목적은 부유층과 기업주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여기서 줄어든 세금은 노동자·서민들에게 더 걷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만 17조 원 정도의 부자 감세 혜택을 주고 여기에 더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통해 더 많은 혜택을 주려 한다. 부유층과 기업주들은 5년간 최소 70조 원가량의 감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감면 혜택만 주는 게 아니다. 부족하다는 정부 재정도 아낌없이 퍼준다. 정부는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22조 원을 배정했다. 건설사들의 투자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천문학적인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수서비스인 건강보험은 하찮게 여긴다. 국가 책임 어쩌고저쩌고하는 말보다 윤석열 정부의 행동을 봐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정부 지원법 조항을 일몰시키려 하는 등 건강보험에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지원금을 줄이려고 호시탐탐 노려왔다. 그러더니 2024년도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지원금 12조1658억원
국가예방접종(NIP) 시행비는 독감, 폐렴구균, 결핵, 로타바이러스 등 국가가 지정한 예방접종을 민간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시행했을 때 지급하는 비용에 해당한다. 이 시행비는 의사 또는 의료진이 수행하는 행위에 대한 비용 이외에도 백신 관리비와 간접비 등이 포함되는 개념으로써 현재 원가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지나치게 저 평가돼 있음을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6년 전인 2018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국가예방접종 비용산정에 대한 연구’에서 원가분석 결과 평균 2만2080원으로 산출됐음에도 관행적인 시행비 인상(1%)에 머무르고 있었고, 질병관리청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해 2023.11 시행비 8% 인상에 동의한 바 있으나 결국 2024년 NIP 시행비는 1만9610원으로 동결됐다. 그 시행비마저도 지자체마다 국가예방접종 운영 예산 소진을 핑계로 하반기 예방접종 건에 대해, 심한 곳은 8월 시행 건부터 지급하지 않고 있어 수 개월 후 지급될 예정이라고 하니 사실상 동결이 아니라 삭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연구팀이 발표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익 감소가 폐업에 미치는 영향’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발의와 관련해 국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깊은 환영과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번 법안은 비만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해결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국민 건강 증진과 사회적 부담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소아청소년, 청장년 비만 및 3단계 비만(고도비만)의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주요 만성질환의 원인이자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대한비만학회는 1991년 창립되어 만성질환 비만에 대한 연구 및 학술활동을 통한 비만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와 함께 비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와 국민 모두가 협력할 수 있도록 범국민 대상 비만 캠페인 그리고 국회의원, 보건복지부와 함께 정책간담회를 주최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번 법안 발의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자, 국민의 건 강 증진을 위한 국가적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법안의 내용에는 5년 단위의 비만예방관리 기본계획의 수립,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의 비만 예방관리위원회 설치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8일 레보드로프로피진, 사르포그릴레이트염산염 성분 220품목에 대해 11월 1일부로 기습적인 약가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명백히 부당한 행정 조치로, 이로 인한 발생하는 약국 손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현행 보험급여 약제 가격제도는 고시가 제도에서 상한가 제도로 전환된 후, 금융비용을 제외한 약가 마진은 사라지고 실거래가로 청구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가 상한가를 초과하더라도 상한가를 초과해 청구할 수 없어 상한가가 인하 고시되면 그 차액 손실은 고스란히 약국이 떠안게 된다. 특히, 현행 상품명 처방 체계로 인해 약국은 동일성분의 다품목을 구비할 수밖에 없고, 잦은 품절 사태 속에서 재고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기습적인 약가 인하 고시는 약국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유통업체가 서류반품 정책으로 일부 손실을 보전해 준다고는 하나, 실제 손실액 보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현 약가제도는 사용량-약가 연동제 인하, 약제 급여 재평가 인하, 실거래가 조사 인하 등 상시 약가인하 기전이 작동 시도 때도 없이 약가 인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약국이 모든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대한약사회(회장 직무대행 한갑현)는 최근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닥터나우 방지법)의 취지에 적극 동의하며, 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8만 약사를 대표해 밝힌다. 2024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특정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도매상을 설립해, 자사가 설립한 도매상과 플랫폼 서비스 이용 약국간 거래를 종용하고 해당약국에 우선 노출 등의 혜택을 주는 불공정 행위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도매상 설립과 특정 약국의 환자 유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현행 비대면진료의 비윤리적 문제점을 바로잡고 의약품 유통 질서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 현재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는 ‘즉시 진료 가능’, ‘가장 저렴한 조제’ 등의 기능과 자극적인 문구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는 환자로 하여금 안전성이 아닌 비용과 편의만을 기준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비대면진료 조장은 물론 의료기관·약국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최근 음식 배달료 인상 논란 등 온라인 플랫폼의 횡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거대 플랫폼에 의한 종속이 결국 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대장 선종 발견율은 중간 대장암(다음 대장내시경 검사 전 발생하는 대장암)의 발생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즉, 대장 선종을 정확히 발견하는 소화기 내시경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을 경우 중간 대장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반면, 대장 선종을 놓치는 빈도가 높은 의사에게 검사를 받으면 중간 대장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이번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제시한 대장 선종 발견율을 크게 초과하는 높은 발견율 (정확한 진단)과 매우 낮은 합병증 발생률 (안전한 대장내시경)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소화기 내시경 세부 전문의들의 뛰어난 대장내시경 실력을 입증하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우려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1. 대장 선종 발견율 피드백과 자원 문제 대장 선종 발견율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장내시경 시술 의사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대장내시경 검사의 질 관리에 있어 핵심 요소입니다. 외국 연구에 따르면, 선종 발견율 정보를 의사들에게 제공한 뒤 발견율이 3% 증가했으며, 목표치를 설정했을 때는 8%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대장내시경 사업을 전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연구재단은 대한민국의 소화기내시경 검사와 치료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안전한 검사를 위해 내시경 질관리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암검진 사업의 내시경 분야 평가와 우수내시경실인증제가 대표적인 질관리 향상을 위한 사업입니다. 내시경은 이제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검사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침습적이고 정확하고 질 높은 검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검사들과 달리 내시경 검사는 내시경을 시행하는 검사의사의 퀄리티와 검사실과 검사에 참여하는 보조인력, 시스템의 퀄리티가 실제 검사의 퀄리티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질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특히, 내시경은 침습적인 검사이며 진정요법과 동반 우발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내시경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됩니다. 첫번째,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연구재단은 보건복지부의 위탁사업인 국가암검진 사업의 위장관 내시경 평가를 고수준의 내시경 검사가 수행되도록 엄격한 기준 하에 평가를 해왔습니다. 2008년 암관리법 제정과 함께 국가암검진에서 내시경 분야에서의 질 높은 검사와 수검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2021년 기준 국내 위암 환자 수는 34만 3895명, 대장암 환자 수는 309761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암 중 2위, 3위에 해당한다. 또한 국내 위암 5년 생존율은 68.9%로 미국(33.1%), 영국(20.7%), 일본(60.3%)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며 대장암 5년 생존율도 71.8%로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조기에 발견될 시 생존율이 높은 위암과 대장암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의 국가 암 검진 시스템과 소화기 내시경 의사들의 우수성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세계수준의 내시경 의사들은 하루아침에 양성된 것이 아니다. 소화기 내시경은 크게 두 과정으로 이뤄진다. 내시경 기구를 정확하게 조작해 원하는 부분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절 술기와 검사 중 질병이 존재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하는 진단의 과정이다. 조절 술기는 어느 정도의 내시경 경험을 거치게 되면 일정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만 안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내시경의 관찰과 진단 역시 질병에 대한 깊고 폭넓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한 영역이다. 내시경 기구를 그저 삽입했다가 회수하는 것이 아
옆구리 두 개의 신장은 어제 먹고 마신 탁한 국물들을 밤새도록 애써 걸러내었다. 짙은 호박 빛깔의 고농축 오줌은 요관을 통해 방광까지 흘려 내려갔다. 덜 깬 눈을 게슴츠레 뜨고 정신을 집중하자 방광 근육이 수축하면서 밤새 고였던 소변은 줄기차게 떨어져 내렸다. 열 손실을 만회하고자 온 몸이 한바탕 부르르 떨렸다. 어제 요관을 잘라내고 소장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을 했다. 암은 이겨내었으나 치료 과정에서 요관이 막혀 힘들어 했던 환자였다. 오래 걸렸던 수술 탓인지 허리가 쑤셨지만 뜨거운 커피 한 잔과 컴퓨터 유튜브 창에 열어 놓은 7080 음악만으로도 흡족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노랫말 속에 반복되는 J를 듣다 보니 요관 속을 지나가는 오줌의 흐름이 떠올랐다. 사람 몸은 온갖 복잡한 구멍과 관들의 집합체다. 현대 의학의 발달은 몸 밖에서 이 구멍이나 관에 접근하여 막힌 곳을 뚫고 새는 곳은 막으려는 눈물겨운 노력과 함께해 왔다. 요관이 막혔을 때 방광내시경을 통해 신장까지 삽입하는 요관 스텐트는 양쪽 끝이 J 모양으로 구부러져 '더블 제이' 간단히 그냥 'J' 라 불린다. 삽입된 J를 통해 소변은 다시 흐를 수 있다.
맑은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설레는 기분으로 길을 나선다. 오늘은 어떤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볼까? 진료 대기실에 들어서니 교복을 입은 아이가 가방을 둘러멘 채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옆자리 어머니의 얼굴엔 오만가지 걱정이 서려 있다. 시험이 코앞인데 힘들더라고 좀 참고 묵묵히 달려주면 좋으련만. 전력으로 질주해도 경쟁에서 이길까 말까 한 이때, 왜 또 아프다고 하냐는 표정이다. “저 괜찮을까요?”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묻는다. 공부할 때가 되면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아이는 힘든 낯빛이 영력하다. 어머니는 ‘더는 듣고 싶지 않은 언사를 늘어놓는다’면서 아픈 자식을 원망한다. 책상엔 잠시도 앉아 있지 않으면서 머리 아프다고 하다가도, 놀 때가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짱한 얼굴로 기분이 좋아지니 꾀병이 분명하지 않느냐며 아이에게 눈을 흘겨댄다. 배불리 먹고 공부만 하면 되는데, 이제 조금만 더 하면 고생도 끝이 날 것인데, 그것이 무에 그리 힘들어서 저리도 고통스러워하는지 모르겠단다. 진찰대 위에 누워 있는 아이가 듣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 속 레퍼토리를 다 내어 보이는 어머니, 하소연하다
민준의 나이가 벌써 열아홉 살, 청년이 되었다. 출생 25일 만에 보송보송한 우윳빛 피부로 평화롭게 누워 첫 진찰을 받을 때가 생생한데 세월은 공평한 것인가. 그날... 그의 신체 계측 백분위 수치는 표준이었다. 그러나 아기 포대기를 홀랑 벗기고 진찰대에 옮길 때 내 손으로 느껴지는 그의 중량감은, 직감적으로 뇌신경 계통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척주와 사지의 근무력(筋無力)과 경직성이 뇌성마비 중증이었다. 내 표정만 살피던 젊은 부부는 마치 공판을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불안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상태를 묻는 아기 아빠는 거의 울상이었다. 신생아 운동반사 반응 등을 정밀 진찰하면서, 난 이 결과가 젊은 부부에게 줄 수 있는 충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하고 내심 걱정을 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흔히 있는 경우인 것처럼 사무적으로 설명했다. “운동신경에 장애가 있으니 종합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군요.” 집에서도 갓난아이의 행동과 반응에 뭔가 이상해 했던 부부 역시 낙담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부터 민준의 성장은 내 인생의 고리가 되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민준이 예방주사 맞으러 왔습니다.” 늘 밝은 미소로 민준이 아버지가 진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