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대구 10대 소녀 사망을 비롯해 최근 응급의료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것에 대한 입장과 현재 정부가 보이고 있는 대응의 문제점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필요한 근본적인 문제 지적 및 관련 대책을 제안했다.
‘2023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가 7월 16일 용산 드래곤시티 랑데부홀에서 ‘Again! EM(다시 응급의학과로)’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재 부각되고 있는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송 지연과 환자 거부와 관련해 현실을 무시한 채 모든 문제의 책임과 의무를 현장 응급실과 의료진들에게 넘기려고 하는 현재의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먼저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계속해서 응급환자들이 제때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비극에 대해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다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대책들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 분명함에도 개선될 것처럼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이런 부분에 대해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많이 좌절하고 실망하고 힘들어함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올해에만 10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응급의학과 전공을 그만뒀고, 20|~30명에 달하는 전문의들이 개업 또는 다른 직업으로 변경하는 등 응급실에서 이탈한 상황”이라면서 “지원율이 100%가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늘리려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소아청소년과처럼 한 번 망가지면 다시 제대로 만드는 일은 매우 길고 어렵고, 고통스럽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처럼 이탈과 지원률 하락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의료체계 붕괴가 가까운 시일 내에 다가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김태훈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정책이사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응급실 관련 문제는 응급실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로 판단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애초에 응급실 환자에 대한 수용 거부를 금지하고 강제로 배정하는 방식은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 해결의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으며, 응급실 배후에 있는 진료과의 커버가 제대로 이행돼야 응급실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중증의 응급환자가 오면 응급실은 초기 처치에 중점적으로 관리할 뿐이기 때문에 신경외과, 신경과, 심장내과, 호흡기 내과, 외상 관련 배후의 진료과들이 뒤따라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이사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와 관련해 정말 응급실 과밀화인지, 특정 병원 자체의 과밀화인지, 응급의료체계 과밀화인지 대해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와 함께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응급환자에 의한 과밀화인지 ▲경증 환자가 포함되면서 발생하는 과밀화인지 등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응급실 전 단계에서 최대한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방법들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김 이사는 응급의학의사회에서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해 ‘urgent care centre(UCC)’를 계속 제안해오고 있으나, 정부가 해당 제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urgent care centre’는 일반 또는 중증환자 중 비교적 질환의 정도가 경증에 해당하는 환자를 의원급 의료기관 등에서 진료함으로써 응급실에 중증환자들만 찾아갈 수 있도록 일종의 보조 응급실 개념으로도 볼 수 있는 ‘급성기클리닉’이다.
이어 김 이사는 “정부에서 응급의료 문제를 공공의료기관으로 돌려 해결하려는 것 같은데, 과연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운영됐던 병원들의 효율성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는 경증 환자는 빠른 처치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이나 급성기클리닉(UCC)으로 갈 수 있도록 문화·인식의 변환이 필요하며,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해 이 조사 결과에 따라 대책들이 지역 특성에 맞게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김 이사는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하는 방향임을 강조하면서 병원 전 단계에서의 환자 분류 등이 효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도 응급실 과밀화를 비롯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피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최 이사 역시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가 원활하게 전원을 받지 못하고, 경증 환자들이 몰려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권역센터가 비어 있지 않은 것과 함께 중증 환자를 보고 싶어도 중증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되어 있는 우리나라 특수한 수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이사는 “사건이 발생하면 권역 응급의료센터를 회수하거나 의사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해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라면서 “중증 환자를 많이 봤을 때 병원에게 이득이 된다면 당연히 필수의료·응급의료와 관련된 자원들을 더 투자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김윤성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이사는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에서 중증 환자를 제외한 경증 환자라도 의무적으로 흡수하게 한다면 지금 현재 과밀화로 문제를 앓고 있는 상급응급의료시설의 숨통을 훨씬 더 틔어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어보인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러한 지적과 제언들을 재차 강조하면서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이날 응급의학의사회가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촉구한 조치 등을 살펴보면 첫째로 민사·형사소송의 두려움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응급상황의 명백한 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을 확대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응급의료사고 책임보험 도입을 요구했다.
둘째로 환자 수용의 결정은 의료행위의 연장으로, 이는 평가의 대상이나 법적인 강제의 대상이 아니므로 수용 여부를 경찰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과 경찰에서 통제불능 주취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겠다는 법안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셋째로 주취난동자들과 단순 편의를 위한 응급실 진료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근거 규정 마련 및 응급실 폭력의 가해자는 향후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호소했다.
넷째로 119를 전면 유료화하고, 경증환자의 이송을 즉각 중단할 것과 이송지침을 위반한 이송에 대해 이송을 지시한 상황실과 119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화를 촉구했다.
다섯째로 경증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환자를 분산할 수 있는 1차의원·급성기클리닉(UCC) 등의 야간진료·휴일진료에 대한 수가 인상과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여섯째로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과밀화 해결과 부적절한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으로 대국민 홍보·교육 활동에 유관기관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