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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응급실 의사가 말한다: 응급환자 못 받는 이유·근본적인 개선방향 ②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최근 ‘응급실 뺑뺑이’가 심각해지다 못해 심정지로 4개월 영아와 30대 여성, 70대 노인 등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더 이상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여론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절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응급실에서 의사들이 제발 적극적으로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외치다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현실적으로 응급환자를 응급실에서 수용할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이 있으며, ‘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정부가 접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응급실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할 진료과의 의사가 없다면서 다른 곳으로 전원시키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현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상황인가요?

A. 먼저 응급실에서 하는 치료는 ‘응급처치’이며, 응급처치 이후에 다른 최종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 진료과에 연결해서 최종 치료를 하게 됩니다.

응급처치와 최종 치료는 분리돼야 함에도 우리나라는 응급처치와 최종 치료를 묶어서 응급의학과와 응급실에 그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으로, 응급처치와 최종 치료를 분리해서 해결하지 않는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한 예로, 최근 10여 곳에서 소아경련 환자를 거부해서 환자 상태가 나빠진 사건이 있었는데, 많은 국민들께서 해당 환자를 받아서 응급처치만이라도 해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소아 경련 환자에게 이뤄지는 응급처치로는 경련이 멈추도록 항경련제 투여와 기도 확보 등이 이뤄지는데, 이러한 응급처치에도 경련이 멈추지 않는 경우, 소아 경련을 보는 소아신경과 중환자실에 환자를 입원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서울에 소아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 거의 없으며, 소아신경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선생님들 자체가 지금 없어 최종 치료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를 받았다가 상태가 나빠지게 되면 아이를 치료한 의사가 민·형사 소송에 걸리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법원에서는 ‘최종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왜 환자를 받았냐’라는 내용의 판결들을 내리고 있는데,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응급실에서 받을 수 있는 병은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아과를 비롯해 분만과 정신과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실질적으로 정신과가 부족해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는 중독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에 특별한 장비·시설·약 등이 요구되는 것이 아님에도 입원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중독 환자 받는 것 자체를 꺼리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역외상센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유

다리가 절단된 교통사고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있음에도 단 1곳도 받아주지 못한 것은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외상센터에서는 생사가 걸린 내부 출혈을 잡아주는 수술을 주로 하는 곳이지 다리 절단 수술이나 미세 수술 등은 추후에 2·3차 수술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나, 현실은 접합 수술을 하지 못하면 환자의 생명을 살렸어도 다리 절단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소송에 걸려버립니다.

응급처치 등의 1차적인 수술을 시행해야 함에도 권역외상센터에서 최종 치료까지 모든 수술·치료가 가능한 환경이 아니라면 환자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북에서 있었던 다리가 절단될 정도의 손상을 입은 환자가 사망한 사고도 똑같습니다. 해당 소아는 골반 골절을 치료할 정형외과 의사가 없어서 병원이 받아주지 못해 사망했습니다.

이처럼 응급실 침대가 비어 있어도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이며, 응급실에서 진료 가능한 분야가 제한된 상황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의사들이 응급치료 자체라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응급실에 의사가 있음에도 응급환자를 받아주지 않는 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A. 최근 제가 응급실 근무를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응급실에 혼자 있는 날에는 봉합만 해주면 바로 퇴원할 수 있는 환자가 방문해도 봉합을 해주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봉합에 30분~1시간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그 시간 동안에는 다른 환자들을 볼 수 없는 문제가 있어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안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체계는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이라는 3개 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각 센터별 인력기준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5명 이상 ▲지역응급의료센터는 4명 이상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명 이상 등을 갖추고, 시행규칙에는 ‘24시간 중증 구역에 전문의가 상주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24시간 상주’가 어떤 형태를 말하는 것인지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 질문해봤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답은 없는 상태이며, 지역·권역 응급의료센터가 병상을 25~30개 정도 갖추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의사 1~2명에게 한 번에 몰려오는 25~30명 이상의 환자를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외국에서는 의사 1명당 동시에 최대 5명의 경증 환자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대입하면 30병상을 갖춘 응급의료센터는 6명의 의사가 필요하고, 6명을 1개 팀으로 만들어 교대근무 형식으로 돌리려면 최소 35명은 필요합니다.

거기다가 외국에서는 중증 구역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환자를 최대 2명으로 잡고 있으며, 이를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센터에 대입해보면 중증 구역의 병상이 10개라면 의사도 한 번에 5명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 등 ‘K-TAS’ 1에 해당하는 중증 환자는 2시간에 의사 1명이 살펴보도록 되어 있으며, 그 시간 동안에는 누군가가 다른 환자를 살펴야만 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환자가 적은 시간대라고 해도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최소 2~3명의 의사들이 한 번에 근무하도록 시급히 개선돼야 합니다.


Q. 최근 응급실 의사들이 진료하고 싶어도 이를 막는 부당한 규정·제도·판례 등이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우선 약물과 관련된 사례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첫 번째는 이제 ‘맥페란’ 판결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맥페란’은 상부위장단 운동을 원활하게 만들고 구토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의약품입니다.

그런데 구토를 억제하는 기전은 ‘도파민’이라는 수용체의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데, 도파민 수용체에 문제가 있는 질환으로 파킨슨병이 있습니다.

최근 한 의사 분이 환자가 파킨슨병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맥페란’을 투여해 결국 상태 악화로 이어졌다면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자면 ‘맥페란’이 파킨슨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교과서적으로는 금기 사항이 아니며, 명백하게 ‘맥페란’ 때문에 상태가 악화됐다는 증거도 없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약에 대한 부작용 약점 찾아보시면 기본적으로 수십여 개나 되며, 그 모든 부작용을 다 걸러내서 약을 투약하는 것은 1명의 환자를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살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맥페란’ 판결이 저희 의사들에게 충격을 줬던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만약 ‘맥페란’을 정말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면 ‘온단세트론’이라는 약을 사용해야 하는데, ‘온단세트론’은 건강보험에서 인정을 해주지 않아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며, 그마저도 암이나 수술 이후에 해결되지 않은 구토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불법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온단세트론’이 ‘맥페론’보다 몇 배는 비싸니까 사용하면 과잉 진료에 해당한다는 의사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표준이 정해져 있는 전자제품 등 물건과 다르게 사람을 고치는 일은 일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를 볼 때, 어떤 상황에서는 교과서 등에 있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고, 교과서 등에 적혀있더라도 환자에게 사용하면 안 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현장의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의 판단이나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판결 등을 내려 적용하는 것은 큰 문제이며, 이러한 판결이 가져올 왜곡과 부작용 등을 생각하면 관련 판결은 철회·지양돼야 합니다.

두 번째로 ‘강심제’로 알려진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피네프린’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에피네프린’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맥박을 빠르게 하는 약으로,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알러지에 의해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처치 시에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에피네프린’을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도 쓸 수 있게 해달라면서 관련 법적인 논란이 일고 있으며,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편의를 위해서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약들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고 살리자는 목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편의를 따져야 하는 종류의 약들도 있지만, 연구·관찰·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편의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며,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정말로 도움이 되는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 합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Q. 응급실 방문 환자 협박·난동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응급실 의사 입장에서 어떤 제도·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라시나요?

A. 먼저 응급실 의료진 중 90% 이상이 1년 내에 폭력을 경험할 정도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폭력의 수위도 차츰 올라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멱살 잡기 ▲따귀 때리기 ▲침 뱉기 ▲깨물기 등 폭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폭행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형사적으로 처벌이 강한 범죄는 아니지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응급실에서 일할 수 없게 만드는 면에서 볼 때,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련 처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규 등을 적용해 실제로 처벌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 폭행 등에 대한 처벌 조항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일반적인 폭력에 대한 가중 처벌보다 훨씬 더 높게 규정돼 있지만, 처벌 수위·기준 등이 너무 높아 정작 관련 법규를 적용해 기소해도 통과되지 않을 것이 뻔해 경찰에서 기소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누군가가 국회의원의 멱살 잡고 욕을 하면서 침을 뱉으면 구속되겠지만, 응급실에서 의사에게 그런 행동을 해도 구속되지 않는 것이 현실로, 관련 법은 이미 유명무실해져 버린 상태입니다.

또한, 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동선 분리를 비롯해 ▲필요하면 차단할 수 있는 격벽 설치 ▲방탄유리 ▲금속 탐지기 설치 등 어떻게 하면 응급실의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응급실은 어떠한 것도 없는 것이 현실로, 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인력이 부족해 의료진이 한가운데에 있고, 환자·보호자가 의료진을 둘러싼 형태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의 폭력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인력 충원 등도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Q. 응급실 의사들이 보기에는 현장·환자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어 개선 또는 명확화가 필요한 규정·정의로는 무엇이 있나요?

A. 환자들의 기대 수치와 현실적인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문의 진료’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한 문제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생각하기에는 응급의학과 교수·전문의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봐야 전문의가 진료했다고 인정·생각합니다.

반면에 의료진이 판단하기에는 전공의가 일단 과거력 문진하고 진찰한 다음, 어떤 검사 결과에 대해서 전문의가 조언하고 결과를 확인해 결정을 해주면 전문의 진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대 수준의 차이가 있는 만큼 법에서 ‘전문의 진료’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하는데, 보건복지부에 문의해봤더니 “환자를 대면(얼굴을 보면)하면 ‘전문의 진료’”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수준과 정부에서 법을 만들면서 생각하는 수준 자체가 너무나도 차이가 나다 못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으며, ‘법률 만능주의’처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조항을 계속 덧붙이다 보니 관련 법률이 누더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Q. 의사들이 ‘이송 거부 금지법’에 대해 반대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기에 반대했던 것이며, 현재 어떤 부작용 및 한계가 대두되고 있나요?

A. 2021년 12월에 정확한 사유가 없으면 환자 이송을 병원이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송 거부 금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119가 환자를 데려다 놓으면 무조건 수용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법이 만들어지면 이후 시행규칙이 1년 안에 마련돼야 하는데, 보건복지부가 지금 3년이 지나도록 시행규칙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환자의 이송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상한 법을 만들어 놓고 시행규칙으로 덮으려고 하니까 계속 꼬이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희 의사들이 해당 법안을 반대한 이유는 구체적인 사유를 정하면 해당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심장혈관조형술을 실시할 수 없는 병원이더라도 심근경색 환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처벌 규정도 없는데 괜찮지 않냐고 이야기하는데, 처벌 규정이 없더라도 대구에서도 환자를 수용하지 않아서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해서 행정처분을 내려버리는 등 실제로는 환자 치료 역량과 상관없이 미수용 이유만으로 처벌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Q. 응급실 의사들이 느끼는 민·형사 소송에 대한 부담감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의료사고중재원 등에 따르면 응급실 관련 소송금액이 평균 8억원 정도 달하며, 예전에는 교도소 담장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감옥 문 열고 들어간 상태로, 문만 잠그면 끝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판례들을 예시로 삼아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 응급실에서 진료받은 환자가 다음날 소아과를 방문한 다음에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사망하자 응급의학과 의사가 구속되는 ‘소아 횡격막 파열’ 사망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의사는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다 했음에도 응급실에서 횡경막 파열을 먼저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버렸습니다.

두 번째로 강남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전공의 1년 차가 흉통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했음에도 이상이 없고 증상도 호전돼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해당 환자가 대동맥 박리가 터져서 상태가 악화되는 일이 발생한 적도 있는데, 10년 동안 민·형사 소송을 했음에도 끝내 면허가 취소되어 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응급실 진단율을 보통 60~70%로 잡으며, 70%를 넘으면 잘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처럼 응급 진료의 결과에 따른 진단과 최종 진단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응급실에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소송을 한다면 빨리 그만두는 것이 돈 버는 길입니다.

그런 판결들을 보면서 마치 “이래도 응급의학과 의사를 할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고, 이런 판결들이 이어지면 응급의학과를 계속하는 의지 자체를 잃어버리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민사소송을 다투는 것은 일반적인 의사가 할 수 있는 주의 의무를 다 했는지 따져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형사소송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을 다치게 하려고 했다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의사들은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행동한 것이지 응급환자를 다치게 하거나 나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님에도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모두 다 한 것일 뿐이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소송에 걸리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형사소송이 의미하는 것은 “환자는 특정 의사를 만나지 않았면 살았다”는 것과 같다는 것으로, 환자가 죽었으니까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체계와 응급실 발전 등을 위해 추가로 도입 등이 필요한 제도 등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A. ‘119 유료화’ 도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119 탑승 후 병원까지의 이송비용이 환자에게 청구되지 않아 모든 국민이 무료로 알고 있는데, 119 출동할 때마다 발생하는 30~40만원 정도의 비용을 세금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환자 본인이 내는 돈이 없어 이를 무료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렇다 보니 ‘도덕적 해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에 최종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하는 경우, 환자 본인이 큰 비용을 들여 사설 구급차를 불러서 타야해 “너희가 치료하지 못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는 건데, 왜 내가 돈을 내냐”면서 119를 요구하는 등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와 캐나다 등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랑 반대로 현장에서 병원까지 911 등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때에 어지간히 의식이 있으면 오히려 구급대가 오는 것을 거절할 정도로 상당히 많은 돈을 받는 대신에 최종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에는 무료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떤 방식이 더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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