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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호남지역 응급이송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해소하겠다는 명분 아래 국무총리 산하 범부처 응급의료체계개선 TFT를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근본 원인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나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을 동원해 현장 준비가 전무한 응급이송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장의 실상과 동떨어진 이러한 불통 행정과 준비되지 않은 시범사업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장 실무를 도외시한 급진적인 정책 강행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응급의료 현장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응급의료 체계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기에 우리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합니다.

지난주 호남지역 응급의료 현장에 갑작스럽게 통보된 이른바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계획안’은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1. 실행 동력이 없는 ‘3무(無) 계획’입니다: 재정적 뒷받침(예산)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준비), 그리고 현장 의료진과의 사전 협의가 전무한 부실 계획입니다.

2. 사업의 목적과 배경이 불투명합니다: 왜 호남지역인지, 왜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민감한 시점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는 불투명한 사업입니다.

3. 책임만 강요하는 무책임한 행정입니다: 현장의 응급의료진을 법적·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환자를 적정한 치료 대책 없이 응급실에 진입시키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위험의 방치’입니다. 정책을 현장에 강요할수록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고 있는 의료진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응급실 미수용 사례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우리는 ‘병원에서 어떻게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자 하나, 정부와 소방청은 오로지 ‘어떻게 환자를 병원에 빨리 밀어넣을 것인가’에만 매몰돼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의료 기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응급실 던지기’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보여주기식 성과를 얻을지 모르나, 그 대가는 환자와 의료진을 위험에 빠뜨리는 응급의료 체계의 파국이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장의 의료진을 대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는 무책임한 이송체계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하라!”

진정으로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면 현장과 충분히 논의하고 제도적·법적·재정적 기틀을 갖춘 뒤 시행돼야 합니다. 만약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강행된다면, 우리 회원들은 시범사업 참여 거부는 물론 광역상황실 근무 거부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포함한 강력한 실력 행사를 통해 우리의 의지를 관철할 것입니다. 

정치적 득실이나 전시성 홍보 성과가 응급의료라는 생명의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응급의료는 결코 선거를 앞둔 ‘실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응급실의 수용 역량이 강화될 때에만 해결될 수 있으며, 그 수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을 직접 책임지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입니다.

우리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응급의료 체계 구축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합니다. 정부는 현장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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