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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필수의료 실패의 책임, 응급실 의사들에게 뒤집어 씌우지 마라!”

응급의학의사회,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 반대 입장 표명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장의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지속적인 반대와 경고를 무시하고 만들어지고 있는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고 이를 강행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잘못된 입법을 추진한 정부와 정책당국에 있음을 밝힌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25일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의사회는 먼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은 119나 정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외상·정신과환자 등 중증응급환자의 모든 책임을 응급실로 돌리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이 지연되면서 표준지침이라는 또 다른 족쇄를 통해 현장의 전문의들을 윽박지르고 필수의료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 당국에 행태에 대해 의사회는 정말로 이대로 시행하면 ‘응급실 뺑뺑이’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최종치료의 확충을 위해 과밀화를 먼저 해결하자는 제안에 지금껏 어떤 대책을 내놨는지 등에 대해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사회는 애초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현장의 전문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이송지연을 해결하겠다고 이송거부를 금지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으며, 무리한 법개정 이후 의사회의 지속적 반대와 현실적인 수용불가 사유제정의 어려움 등으로 시행규칙 개정이 수차례 연기돼 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입법이 예고됐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안 역시 의사회의 강력한 반대의견 개진으로 개정이 연기된 상태였으며, 해당 시행규칙은 원칙적인 내용들만 제시하고 구체적 내용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응급의료위원회가 병원전 이송과 병원간 전원 등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책임지는 형태로 정리되어 가는 중이었다고 진행 과정에 대해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번 표준지침은 단순한 지침이 아닌 시행규칙의 다른 형태이며 예상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사유들을 담고 있으며, 문제가 생길 경우 결국 지침을 위반했는가를 따져 행정처분이 뒤따를 것이기에 현장의 전문의들에게는 결과적으로 법률과 다름없는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지금 응급실이 수용 곤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강제로 환자를 수용하라는 것은 무너져가는 응급의료를 더욱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며, 현장의 응급의학 전문의들과 단 한 번의 논의도 설명도 없었고,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던 내용을 답습하고 있어서 수용이 불가능한 지침이라고 반발했다. 

구체적으로 의사회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침은 이송거부와 관련해 응급의료기관들은 천재지변이 없는 이상 응급환자 이송을 거부해서는 안 되고, 특히 소아 등 전문응급의료센터와 권역센터들은 최종치료(수술, 입원실 등)의 유무와 상관없이 환자 이송을 거부할 수 없을뿐더러, 이에 대한 모든 결정책임은 책임 전문의가 지게 되는 불합리한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PTAS 1-2인 중증환자의 경우 119가 사전통보하고 이송할 수 있게 되는데, 모든 병원들이 환자를 못 받는 경우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선정해 이송할 경우 거절하지 못하게 됨은 물론, 중증응급환자를 억지로 배정받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은 ▲재실시간 ▲최종치료제공율 등 평가지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에 불과해 사실상 여건·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하는 지침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지침 내용에 따르면 병원전 환자분류의 오류로 인한 잘못된 이송의 책임소재는 없고 최종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재이송에 대한 책임 또한 모두 병원에 있으며, 치료불가임에도 환자를 받았을 경우 결과가 좋지않았을 때 법적인 책임감면 또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비난했다.

결국 해준 것도 없고 해줄 것도 없지만 무조건 보내는 대로 다 받으라는 지침이며, 모든 환자치료 결과의 최종책임은 현장의 의료진들이 지라는 것이 지침의 주요 골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우리는 이러한 무책임한 지침안이 철회되고 진정으로 응급환자를 위한 장기계획이 수립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면서 “응급의학 전문의는 응급환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라는 말과 함께 “응급환자의 수용 과 전원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판단할 문제이지 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환자 수용을 고지하고 강제하려 하지 말고 수용할 수 있도록 상급병원의 과밀화를 해결하고, 최종치료의 인프라를 확충할 것을 요구했으며, 최종치료가 불가능함에도 환자를 이송하겠다면 응급처치 이후 최종치료 병원으로 이송을 구급상황관리센터와 119가 책임지고 이송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의사회는 응급환자의 강제배정 시 담당의료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전면 감면할 것과 지금이라도 의사협회와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시작하고 현장이 동의하는 지침과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시행규칙 개정논의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더 이상 응급의료인들을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마치 일부러 환자를 받지 않는 사람들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사회는 과밀화 해결과 취약지 인프라 구축 등 당연히 해야할 일들은 하지 않고 오히려 강력한 지침과 처벌로 현장의료진을 쥐어짜서 응급의료의 위기를 임시로 모면하겠다는 안이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왜 수많은 응급의료인들이 응급실 현장에서 이탈하는지, 왜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지 진심으로 헤아려 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부적절한 법안과 이를 정당화하고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표준지침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응급의료를 지키고 응급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법률개정과 입법에 유관기관들과 힘을 합쳐 총력을 다해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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