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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필수의료 극복, 저수가 구조·의료전달체계 개편부터 해야”

가정의학과의사회 “필수의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일차의료 문제 직시도 필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필수의료를 개선하려면 저수가/저부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의료전달체계 개편 역시 일차의료를 우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4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및 제51차 연수강좌’가 3월 17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밴션홀&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승진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의대정원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일차의료는 필수의료 기반 등에 대한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의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우선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정부가 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면서 필수의료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의료시스템 개선과 저수가/저부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에서 의대정원 증원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필수의료 고사 위기와 노인인구 증가에 의한 의료서비스량 증가 가능성이지만, 두 이유의 원인이 의사 수 부족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필수의료 고사의 경우 OECD 대비 총 의사 수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OECD 대비 높은 민·형사 의료소송률과 잘못된 급여 저수가 체계 때문으로, 젊은 의사들이 고위험 저보상 진료과목(필수의료)에 지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직 우리나라는 회피 가능 사망률과 영아사망률 등이 매우 낮은 등 전반적인 의료수준은 매우 높다면서 갈수록 필수의료에 문제가 많겠지만, 아직 붕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의사 수 부족 및 의대정원 증원 근거로 삼고 있는 보고서와 관련해 “해당 보고서들은 전부 점진적 증원 또는 추계방식에 따라서는 오히려 의사를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지금 무리하게 해석해서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의료서비스량 증가와 관련해서는 OECD 보건통계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입원 병상 수 ▲외래방문 수 등 의료이용 횟수가 지나치게 많음을 강조했다.

이는 잘못된 급여 수가 체계로 인해 환자 본인 부담액이 지나치게 낮고, 그 낮은 본인부담금마저 잘못 설계된 실손보험이 보장하기 때문임을 꼬집으며, 급여 수가 인상을 통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고, 실손보험도 재설계해 의료이용 서비스 총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현재 의료대란과 관련해 빅5병원의 진료 기능 감소로 중형병원의 진료 기능이 반짝 증가했음을 근거로 더 이상 환자의 의료소비 욕구에 따라 고급의료 인프라가 소모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미 사직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정부가 다시 불러들이고 싶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의대정원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등으로 이뤄진 2가지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전공의 자발적 사직 사태 대응을 통해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강압적 명령 ▲사법적 협박 ▲의학적 평가 없는 일방적 비대면 진료 허용 ▲불법적 PA에 의한 의료행위 허가 등 그동안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를 통해 약속한 내용과는 정반대로 상충되는 상황들로 점철돼 있는 것에 대해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길 원한다면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현실적으로 상용되기 어려운 사탕을 내밀기보다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누고, 보건부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입법안을 제시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차의료와 관련해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중요한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면서 이번 필수의료 패키지는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땜방식 문제 해결방식을 다 나열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일차의료의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는 개별 전문의에 의한 일차의료로 높은 의료지표 성과를 이뤄왔으며,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없는 당일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국가가 됐다고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에 대해 평가했다.

하지만 비정상적 저급여 저수가 체계로 인해 더 이상 급여 진료만으로는 일차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어 비급여 진료를 혼합해 진료하는 형태를 이뤄야 하는 지경까지 도달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정부가 이제는 이런 혼합진료를 죄악시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데, 해당 방식으로는 일차의료 붕괴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진료 중 필수의료가 아닌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는 ▲응급의료 ▲중환자의료 ▲공급 부족/배분 불균형 등의 일부 의료일 뿐이며, 필수의료 패키지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풍선 효과에 의해 현재 필수의료로 주목받지 않는 가정의학과 등의 전문과목들의 일차의료들이 붕괴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아울러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필수의료’라는 탈을 쓴 거대 자본에 의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재편이 예상된다면서 질환의 중증도에 의한 합리적 의료전달체계를 더 촘촘히 하고, 노인사회를 맞아 일차의료 전문의의 더 체계적인 양성을 지향해야 하며, 가정의학과 과정의 확대 개편도 포함돼 있어야 함을 제언했다.

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제일 큰 특징은 ‘일차의료의 80%가 전문의’이며, 이를 통해 의료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부분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면서 “이를 인정하는 상태에서 1차의료기관과 2차병원 간의 관계 등을 설정하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데, 정책패키지는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정환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외협력부회장도 일차의료 강화가 선행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일차의료의 뿌리가 튼튼해야 2차병원과 3차병원인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지는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 시스템 구성·운영을 잘 할 수 있다”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용할 수 없어 2차병원으로 내려가는 이상한 구조로 개편되는 것이 옳은 방향으로 호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간의 모든 의료 정책들이 사실상 일차의료에 대해 손을 놓은 채 진행돼 왔고, 그러다보니 일차의료가 고사될 위기에 처해졌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정책에 반영된 것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만들려면 일차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우선적으로 바탕이 되고, 이후에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날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 주5일제 또는 주40시간에 맞춰서 병·의원 운영시간을 줄임으로써 법에 규정·권고하는 근무시간에 맞춰 일을 하는 ‘준법투쟁’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투쟁’을 위함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이나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진료 시간·형태에 대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백재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의무부회장은 “현재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통한 장애인 유치나 방문진료 사업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일차의료를 맡는 의원급 원장님들이 오전 9시~오후 6시 체제의 주6일제를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세상이 주5일째가 된지 20년이 가까이 되는 시점에서 병원 등은 주6일째로 운영되고 있어 고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며, 방문진료 시에는 원내 진료를 접고 나가야 해 진료 형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환경변화에 맞게 우리 가정의학과도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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