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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의대 증원, 정부의 잘못된 사고·인식 기반 대응으로 의료대란 불렀다?

제1차 한국 의료 대전환 연속기획 토론회 개최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의료개혁과 의대 증원 방안의 접근 자체와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인식 등을 비판하며, 정부의 역할과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 의료 대전환 연속기획 토론회가 11월 18일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제1차 한국 의료 대전환 연속기획 토론회로, ‘다시 돌아보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한국의료 대전환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을지의대 교수)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굉장히 문제가 많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우선 나 위원장은 그동안의 의료가 수익 중심의 구조였다면 이제는 지역 주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바꿔나가는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는 의대정원 증원 2000명 이외에는 병상 통제 관련 정책이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건강보험 보장성도 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울산·광주 공공병원의 예타 탈락과 의료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이제까지 지속돼 왔던 의료 정책의 틀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도가 명확한 가운데서 의대생 숫자를 늘리는 것이 과연 국민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한 측면에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정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나 위원장은 정부가 재정 방식의 투자를 좀 확실히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높여 수직적으로 의료를 관장토록 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현실에 기반한 통합적인 의료가 될 수 있어야 하며, 인구 규모 등 의료 수요의 증감에 대해 의사 수 조절을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공공의료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공공의료원 설립, 공공보건의료기금 신설 및 지자체 특별회계로 조성, 공공보건의료 정책심의위원회 재구축 등을 통해 공공의료체계를 확실히 늘리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백근 시민건강연구소장(경상대 의대 교수)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지역의료·필수의료 공백이 메꿔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로지 낙수 효과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재정 확대를 통해서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다 메꾸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모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인건비를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돈을 대체 얼마나 주어야 할 것인지 의문을 표하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로 지역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의사 부족 상황을 고려한다면 낙수 효과조차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지 효능이 발휘되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하면서 그 사이의 기간 동안 보건의료체계의 상업성은 더욱 심화되고 그 고통은 시민사회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정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등과 같이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가 의대 정원 확대의 원칙으로 분명했지만, 지금은 공공성 강화에 대한 근거 없이 추진함에 따라 의사들 간의 시장 경쟁을 격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지금 젊은 의사들의 본능을 강하게 건들임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정 소장은 의사들이 이전까지는 환자의 생명·안전에 대한 규범적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점점 의사들의 존재 자체를 수익주의의 근간으로 설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그 이유는 전공의들이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을 모두 버리고 떠난 것이 이번이 첫 번째이기 때문으로, 현재 상태에서는 이들이 기본적인 도덕을 스스로 폐기하고 자신들을 더욱 상징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현재 정부가 2025년 의대 입학 정원을 고수하는 것 대비 전공의·의대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사실 다 들어주려고 하고 있는데, 전공의·의대생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공무원 출신 대통령이어서 그런지 관료들을 굉장히 신뢰하는 것 같은데, 그 점이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여러 정책에서 패착으로 가고 있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선 관료들에게도 민주화 세대와 MZ세대가 있다고 설명하며, 의대 증원 정책은 젊은 의사들도 실망시켰지만, 하루 아침에 정부가 모든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꼴이 되면서 젊은 공무원들도 실망시켰다면서 지금 상황은 젊은 세대 전체가 의대 증원 문제를 계기로 다 실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처럼 젊은 세대가 우리나라 정부에 실망하게 된 원인은 정부 혁신이 노무현 정부 이후에 다시 거론된 적이 별로 없다보니 행정부가 이익 집단화됐으며, 그러한 정부를 견제할 시민사회가 등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권 교수는 공공의료 또는 재정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김대중 정부 이후 지방분권화로 가던 정책 방향을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통합하는 형태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보건의료가 중앙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질돼 왔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 중앙정부가 다 관리할 수 없어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임에도 시장과 균형을 이루면서 시장이 자율 규제하도록 하거나 권력을 시민사회나 지방정부로 분산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도 정부가 도민의 응급의료에 관한 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옛날 패러다임을 가지고 의료전달체계와 공공의료 등을 논의하다가 권력의 분산에 실패한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료 중심의 규제 중심의 정책을 어느 선진국도 그렇게 많이 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보건의료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처럼 법제화해서 10년 정도의 개혁 계획을 짜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다음 세대를 설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권 교수는 “지금이라도 여야의정협의체 또는 시민사회가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한편, 지금 현 단계의 문제는 최소한 정치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닫지 않는 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난망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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