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올바른 교육·수련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3월 24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전공의에 대한 처벌은 의과대학 교수의 사직을 촉발할 것이며,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간담회와 관련해 “협의체 구성이나 전공의 처벌에 대한 유예의 부분은 과거보다는 진일보했지만, 제안의 구체성이나 다뤄야 하는 협의체 내용들이 자세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공의와 학생을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고위공직자의 겁박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라면 국민을 향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오히려 협박이나 입에 담기 어려운 비아냥거리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의사 개인에게 아주 심각한 상처를 주었다”면서 이번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전의교협은 입학정원 및 배정에 대해서는 현재 의과대학이 2000명 추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으므로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기에 대화하지도 않았음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충북의대를 예시로 들었는데, “현재 정원이 50명 이하인 충북의대의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는 것은 4배나 정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시설·교육 여건이 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서 “학생들이 입학 후 올바른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는 상황을 협의의 대상으로 볼 수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충북대병원의 전체 병상 820병상 중 내과환자는 300~350명 수준으로, 대한내과학회의 수련 기준에 따르면 1명의 전문의를 만들려면 20~25명의 환자가 필요하므로 현재 내과 전문의 18명이 적정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확대해 앞으로 날 충북의대 정원에 대입을 해보면 200여명의 의사로 양성하려면 4000명의 환자들이 필요하게 되는데, 충북대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의사 1명당 진료를 담당하는 환자는 최대 6명에 불과해 충분한 수련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발생하게 됨을 지적했다.
특히 김 회장은 “만약 한 의대의 정원을 ‘100명 → 200명’으로 늘리면 유급·휴학생 100명과 신입생 200명을 합해 총 300명이라는 인원 수에 맞춰 교육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300여명이 졸업한 이후 정원이 증원 전 숫자인 100여명으로 축소돼도 300여명을 기준으로 설치된 인프라에 유지·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재정의 비효율성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입학정원의 증원은 의대교육의 파탄을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 자명하다”면서 현재 인원보다 4배까지 증가한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등 입학정원이 증원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이미 교육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음을 덧붙였다.
이어 정부에 의한 입학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전의교협은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의대정원 관련 문제 개선을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와도 의견을 교류하고 있음을 전했다.
아울러 전의교협은 현재 입학정원의 일방적 결정과 연이어 대학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누적된 피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주52시간 근무와 중환자·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안내했다.
김 회장은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관련해 “현 상황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사직에 대해 사직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면 1개월의 유예가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사직서를 내신 교수들도 최대한 진료할 것으로 생각되며, 그 이전에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진료 축소와 관련해서 김 회장은 “현재 교수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정신적인 충격도 상당히 큰 상황으로, 진료하다가 위염이나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고, 당직을 주 3회 맡은 것도 모자라 바로 외래진료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안전성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환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면서 “전의교협은 대학병원 내에는 입원, 중환자, 응급환자 진료에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외래진료는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것이 맞고, 그것이 환자를 위해서라도 현재는 제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