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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일본이 주는 '의사수급정책' 추진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대한의학회, ‘일본의 의사 수급 정책 진행 과정과 시사점’ 보고서 발간

일본 사례처럼 의대정원 증원 등 의사수급 정책 추진 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을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대한의학회는 현재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사태와 관련해 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자 일본의 의사 수급 논의와 정책 결정을 주도했던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의 경과를 분석한 보고서 ‘일본의 의사 수급 정책 진행 과정과 시사점’을 발간했다고 5월 20일 밝혔다.

이상규 대한의학회 기획조정이사(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는 보고서를 통해 의사 수급 정책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우선 의과대학 진학자가 늘어나면 다른 영역의 인력 부족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에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검토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하게 됐음을 설명했다. 

이때, 2015년 기준 일본의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검토회의 의사수급분과회 위원 명단에 따르면 위원 16명 중 12명이 모두 의사 출신 위원들로 이뤄져 있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 이사는 분과회에서 논의된 결과는 5차에 걸친 보고서로 정리되는 등 의사수급분과회의 모든 회의자료 및 논의 결과는 후생노동성의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음을 전했다. 

후생노동성의 홈페이지의 의사수급분과회 메뉴에 들어가면 6년 동안 40회에 걸쳐서 진행된 모든 회의의 ▲의제와 회의록 ▲위원들의 인적사항 ▲관련 자료들을 누구나 볼 수 있으며, 회의록은 녹취 수준으로 수록돼 있어 실제 회의에서 어떤 위원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이러한 투명성으로 인해서 자료들은 더욱 철저하게 준비되고 분과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발언을 하게 된다”면서 “의사 수급 관련 회의 진행 시 일본처럼 투명하게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양성 수와 의사 수급 추계 시 지속적이고 정교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하며, 의료의 미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이 이사는 “정확한 미래 시점의 의사 수급 균형을 예측하고자 과거의 의사 수급에 관한 연구 보고서들과 수급 추계를 위한 기초 자료들을 지속·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업데이트했으며, 다양한 전문가들을 참고인으로 분과회에 참석시켜 의견을 청취하는 등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해 추계 방법을 정교화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에서는 미래의 의사 수요를 추계하려면 일본이 지향하는 의료의 모습과 그 모습을 바탕으로 한 의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10만명을 대상으로 의사들이 일하는 방식의 실태에 대한 설문 조사가 이뤄졌으며, 설문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제안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는 “적정한 의사 수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향하는 의료체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숫자에 매몰돼 있는 현재의 우리 상황은 많은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사 편재 대책은 다면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이사는 “일본은 전국적으로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실효성 있는 의사 편재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 내 의사 부족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인식 하에 의사가 적은 지역에서 진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지치지 않고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지원 역량과 지역의료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해 소재지의 의과대학과 연계해 의과대학 입학부터 평생에 걸쳐 의사의 경력 형성 및 이동을 파악해 의사의 경력 형성 지원과 배치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음을 소개했다.

또, ‘의료근무 환경개선 지원센터’를 통해서 의사가 적은 지역에서의 근무를 불안하게 느끼는 원인을 파악하여 이를 제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의사가 적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높이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여성 의사들에 대해서는 출산·육아 등의 라이프 이벤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고, 의사의 근무 상황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이사는 일본에서 의사 편재에 대한 지표를 구축한 점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개발한 ▲의료 수요 ▲인구 구성과 그 변화 ▲의사 편재 단위 ▲환자 유입·유출 ▲의사의 성별·연령 ▲지역의 지리적 조건 등을 고려하는 의사 편재 지표를 지목한 것이다.

이 이사는 “분과회를 통해 단순히 의사의 숫자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편재 대책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그 원인과 대응책들을 검토함으로써 기존의 편재 대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면서 객관적인 지표에 근거한 편재 대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의 전문은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5월호에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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