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검토위원단’ 설립해 5년 단위로 의료인력 추계해야”

박은철 교수 “의사인력 수요 추계할만한 충분한 자료 없어” 박중신 부회장 “최소 역량 충족 여부를 확인 가능토록 수련 중·후에 타당한 평가 거쳐야”

의대 정원과 의사 수에 대해 논의하기 이전에 의사 수요를 비교적 명확히 예측해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전공의 수련도 수련을 마친 후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의사라면 한 명의 의사 몫을 다 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교육과 수련 커리큘럼 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미디어 포럼이 ‘의대정원 조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11월 23일 오후 2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본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사인력 부족과 수요를 논하기 이전에 의사인력 수요 등을 추리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일이며, 5년 후의 수요를 맞추는 것은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10년 이후의 수요를 맞출 가능성은 지금은 없다고 지적했다.

예시로 통계청의 인구추계의 합계출산율을 들었는데, 박 교수는 “중위추계를 기반한 합계출산율을 살펴보면 2035년 출산율로 1.18명을 예측하고 있으나, 현재 출산율이 0.78명인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위추계를 기반해 도출된 0.94명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는 추계로 보여지지 않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합계출산율 추계는 미래의 의료 수요를 그대로 대변을 강조하면서 “합계출산율 추계처럼 태어나는 사람이 줄면 의료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 필연적이므로 지금은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10년만 지나도 의대 정원을 어떻게 축소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서비스 전달 체계 또는 지불 제도가 바뀌거나 주치의제 적용 및 PA 합법화, AI의 발달 등으로 의사의 업무량이 줄어드는 등 가능성은 낮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해당 변수들 중에서 실현되는 것이 있을 경우 의사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함을 꼬집었다.

아울러 박 교수는 “현재 우리에게는 의사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가 부족해, 앞으로 의료가 어떻게 변할 것이고 인구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에 대해 모른다”라면서 “‘의료인력검토위원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5년 단위의 검토를 통해 의료인력의 추계를 판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필수의료를 개선하려면 전공의 수련과 전문의 시험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중신 대한의학회 부회장(서울대병원 부원장)은 전공의가 단독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수련 중에 지도 전문의의 지도 하에 반드시 직접 시술·수술·진료를 할 수 있는 최소 역량을 충족할 수 있는 수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공의들이 수련 종료 직전에 급하게 전문의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펼쳐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고 있으며, 전문의 자격시험이 시험 본연의 목적인 최소 역량 함양 여부를 충분하게 평가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석적으로 따지면 전공의가 수련을 마치는 기간은 4년차를 시작한 다음 해의 2월 28일 이후여야 하는데, 군 입대 문제로 전문의 자격시험은 2월 초에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박 부회장은 전국의 어느 병원에서 수련을 받더라도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되려면 필요한 최소 역량을 충분히 채운 다음에 전문의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표준화가 필요하며, 이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전문의 자격시험은 최소한 전공의들이 4년차 수련을 마친 이후에 보는 방향이 바람직하며, 수련중 평가를 강화해 수련 종료 자체가 ‘충실한 수련’을 의미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전공의 수련 4년차가 끝날 때에 보는 전문의 고시는 범위와 규모를 경량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전문의 시험을 볼 때까지는 환자 진료도 하고 경험을 쌓고 본인이 주도한 환자 임상 경험으로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전공의 수련기간 중에는 가급적이면 많은 경우를 경험하는 것이 좋으므로 전공의 수련시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부회장은 “정책과 의료체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턴과 전공의는 아직 수련을 받아야 하는 피교육자 입장이기 때문에 수련의 부실 여부와 수련 커리큘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따져본 후에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