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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교수 4인, 정당한 항의를 이기심으로 매도했다”

2025년 3월 17일, 우리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입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의료가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음에 깊은 절망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강희경, 오주환, 하은진, 한세원 네 분의 교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현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돌리는 서신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교수님들의 글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정당한 항의를 이기심으로 매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희생한 젊은 의사들의 노력을 철저히 폄훼했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지난 국회 토론회에서 전공의들이 노동 시간과 월급만 이야기한다고 비판하셨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제대로 수련받고 환자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수련 환경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정당한 의료 행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까 두려워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젊은 의사들이 환자를 살리는 과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저희의 요구와 노력이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에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일부의 극단적인 행동을 마치 전체 전공의와 의대생의 모습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설령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많은 언론에서 해당 서신을 연일 보도하며 젊은 의사 전체에 대한 악마화에 일조하고 있고, 교수님들께서는 결국 이를 촉발한 것입니다.

특히 ‘솔직히 정맥주사 같은 술기를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에게 배우지 않았느냐’라는 대목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교수는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것이 업이며, 교수가 아닌 타 직역에게 기본적인 술기를 배우도록 방치한 현실은 오히려 교수님들께서 되짚어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교수님들이 주체가 돼 작성한 공개 서신에서 타 직역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적시한 것은 단순히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잘못이라 할 것입니다.

교수님들은 미래의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는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전혀 다른 왜곡된 메시지로 국민과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세력으로 내몰았습니다.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에 대한 질책을 ‘품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제도적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계 내부 갈등을 심화시키고 사태 해결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 뿐입니다.

의료 붕괴의 책임은 결코 전공의와 학생들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잘못된 정책과 그것을 무책임하게 방치한 정부, 그리고 이를 바로잡지 못한 기성 의사 세대 모두의 책임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젊은 의사들의 순수한 노력과 희생을 왜곡하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초반부터 강희경 교수님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으로 인정하고, 비록 대화가 쉽지 않고 여러 갈등이 있었음에도 사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기점마다 저희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반복되며, 젊은 의사들과 교수님들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3기 교수 비대위가 활동을 종료한 현 시점에서 교수님 네 분의 의견을 더 이상 서울대병원 전체 교수님들의 뜻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호 비방이 아닌,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협력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발전을 위해 끝까지 저희의 방식대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더는 교수님들께서 전면에 나서 저희의 노력을 폄훼하지 마시고, 그저 멀리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시기를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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