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공의특별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상태라고 할 정도로 전공의 2명 중 1명 이상이 여전히 초과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턴 4명 중 3명은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1년차 전공의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90시간으로 확인돼 전공의들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6일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공의 수련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현장에 반영하고자 지난 2022년 11월 16일부터 2022년 12월 14일까지 한 달여에 걸쳐 전공의 1만33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 응답자 수는 설문 개시자 2856명, 설문 완성자 1984명을 기록했다.
조사 결과,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은 77.7시간으로, 예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는 응답 비율은 52%로, ‘전공의특별법’에 따른 전공의 근로시간 제한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MR이 시행되고 있는 병원이 상당수임을 고려하면 개별 수련병원이 수련환경평가 등에서 전공의 총 근로시간에 대해 눈속임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턴 응답자의 약 75.4%가 4주 평균 주 80시간 초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1년차 전공의의 4주 평균 주당 근무시간의 중위값은 약 90시간으로 나타나 액팅(acting) 업무를 담당하는 1년차의 업무 부담이 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별로는 흉부외과(100%), 외과(82.0%), 신경외과(77.4%), 정형외과(76.9%), 인턴(75.4%), 안과(69.4%), 산부인과(65.8%), 내과(61.7%) 등에서 4주 평균 80시간 초과로 근무한 전공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 별로는 대형병원(60.3%), 중대형병원(57.7%), 중소형병원(50.7%), 소형병원(36.0%), 기타(33.0%) 순으로 4주 평균 80시간 초과 근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전협은 이에 대해 “향후 전담전문의 추가 채용 및 전공의법 개정 등을 통해 과중한 업무 및 노동 강도의 경감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24시간 초과 연속근무의 경우, 응답자의 약 66.8%가 주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횟수는 2회(31.5%) > 1회(18.1%) > 3회(10.3%) > 4회(5.9%)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턴의 약 84.4%와 레지던트 1년차의 약 70.2%가 주당 1회 이상의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경험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공별로는 신경외과(87,1%) > 산부인과(84.9%) > 흉부외과(84.2%) > 인턴(84.4%) > 외과(84.0%) > 내과(81.1%) > 정형외과(75.4%) 순으로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경험률이 높았다.
의료기관 별로는 중대형병원(70.0%) > 대형병원(67.8%) > 중소형병원(66.2%) > 소형병원(63.6%) > 기타(44.0%) 순으로 4주 평균 80시간 초과 근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 근무 시 주치의로 담당하는 입원 환자(응급 환자 포함)의 경우, 1-10명(45.8%) > 11-20명(29.9%) > 21-30명(16.0%) > 31-40명(4.4%) > 41명 이상(3.9%) 순으로 보고됐다.
전공별로 정규 담당 환자 수 10명 초과 비율을 살펴보면 흉부외과(89.9%) > 내과(88.0%) > 신경외과(85.2%) > 외과(83.7%) > 응급의학과(82.0%) 순으로 전공의 1명당 10명이 넘는 환자들을 살피고 있었다.
당직 근무 시 on-call 등으로 담당하는 입원 환자(응급 환자 포함)는 1-50명(63.3%) > 51~100명(19.1%) > 101~150명(9.5%) > 151~200명(4.8%) > 201~250명(1.8%) > 301명 이상(1.0%) > 251~300명(0.5%) 순으로 조사됐다.
전공별 당직 담당 환자 수 50명 초과 비율은 내과(75.5%) > 외과(71.4%) > 신경외과(54.8%) > 인턴(48.7%) > 산부인과(37.9%) 순으로 전공의 1명당 담당 환자 수가 50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협은 이에 대해 “흉부외과, 내과, 신경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필수중증의료를 주로 담당하는 분과를 중심으로 전담전문의 추가 채용 및 전공의법 개정 등을 통하여 전공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전공의 건강의 경우, 전공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54.3%로 나타나면서 일반인구 집단의 스트레스 인지율(26.2%)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전공의 우울감 경험률(2주 이상의 우울감 지속)은 23.6%로 일반인구 집단(6.7%) 대비 3배 이상 높았고, 전공의 자살 생각 비율은 17.4%로, 일반인구 집단(12.7%) 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더불어 24시간 초과 연속 당직 근무 시 전공의 평균 수면시간은 약 4.0시간으로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몸이 아플 때 병가를 사용한 전공의는 24.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병가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동료의 업무 부담 가중(57.9%) > 수련기관의 분위기(26.9%) > 필요성을 못 느껴서(12.7%) > 기타(2.3%) 순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업무 수행 중 폭언 또는 욕설을 경험한 전공의는 약 34.0%에 달했는데, 가해자는 교수(56.3%) > 환자 및 보호자(51.3%) > 동료 전공의(33.8%) > 전임의(11.4%) > 간호사(8.0%) > 기타 직원(4.0%) 순으로 많았다.
연차별로는 인턴(43.5%) > 레지던트 2년차(34.5%) > 레지던트 1년차(31.1%) > 레지던트 3년차(30.0%) > 레지던트 4년차(26.1%) 순으로 보고됐다.
임신·출산의 경험이 있는 2.8%의 전공의 중 87.0%가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협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추후 개인수준의 실태조사 자료를 연구 목적으로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수련기관명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삭제해 개인 특정 가능성에 대한 위험은 원천적으로 배제하되, 조사 취지에 맞는 자료의 활용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한편, 실태조사 결과는 추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사용자가 직접 연차별/전공별/규모별 조사결과 및 종합순위 등을 산출해볼 수 있는 형태로 대전협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