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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직서를 낸 전공의에게 병원을 떠난 이유를 묻다 ①

류옥하다 前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공의들의 사직행렬이 시작된 2월 20일 이후 4주째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환자와 시민단체들이 “환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국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고 연일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수련 내실화 ▲권익 보호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이 담긴 개선 방안을 발표·추진하는 한편,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며,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디포뉴스에서는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에 대해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에서 수련을 하다가 사직한 류옥하다 前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만나 사직을 한 이유가 무엇이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정부의 대응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명의 전공의였던 사람으로서의 의견을 구해봤다.


Q. 전공의를 그만두시게 된 계기·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정부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고, 집단 행동이나 파업을 감추기 위해서 개별 사직이라는 형태로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당장 저부터도 원래 비수도권인 대전에서 응급의학과를 전공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보면서 더는 의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 개인의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이대로는 한국 의료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고, 국민의 건강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사직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환자분들을 떠나는 것도 이제 마음에 걸렸지만, 앞으로 의료 제도와 구조가 무너질 경우 발생할 수백만의 환자들도 제 환자입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에 사직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전공의 시점에서 바라본 현재 우리나라의 근무환경과 수련환경 실태는 어떠한가요?

A. 현대사회에서 이만큼 열악한 직군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하시고, 과로에 시달리고 계시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상위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공의는 여러 직업·직군 중에서도 노동시간이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공의특별법’에는 주간 88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120시간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도 최대 126시간까지 근무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일주일 중 하루는 쉰다고 계산하면 일 평균 20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한 수치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실제로 가능한 수치이고,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치입니다.

연속 근무도 법으로는 36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45시간까지 자지 않고 연속 근무를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애초에 저희가 합법적으로 규정된 연속근무 시간인 36시간만 근무해도 동료 간호사 선생님들은 5번 정도 바뀌어 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로부터 “어제도 계시지 않았어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반면에 월급은 200만원~400만원을 받을 뿐입니다. ‘PA’라고 불리는 전담간호사 선생님들과 월급을 비교해보면 시간당 3~4배 정도 저희들이 덜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착취한 돈으로 대학병원과 ‘Big5’로 불리는 대형 영리병원들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남겼습니다. 지금 수도권에 2027년까지 9개 분원 6600병상이 새로 생겨납니다. 

이 돈은 다 어디서 난 것이겠습니까? 다 전공의들을 착취해서 모은 돈입니다.

또한,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의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슬기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수련을 받는 신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교육을 받고, 받은 교육을 토대로 대학병원 혹은 2·3차 병원에 남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90% 이상이 교육이 아니라 막내 의사로서 잡다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 내몰려 있습니다.

병원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다른 방사선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영상기사 선생님들이 해야 될 일 혹은 해당 직군의 업무도 전공의들이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특히, 더럽고 힘든 ‘3D 업무’들은 인턴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70세 이상의 노인분들은 변비가 생기시고, 2주 동안 변을 누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손으로 항문을 파내는 일부터 시작해서 ▲코로나19 검사 ▲소변줄 교체 ▲드레싱 등을 도맡아 해야 함은 물론, 심지어 커피타기와 프린트 등의 업무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전공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전공의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 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누가 시키거나 사주·명령한 것도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직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나 문제가 심각하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들고 일어났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 의료라는 배에 불이 난 상황입니다. 정부가 ‘한국 의료’라는 거대하고 잘 나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배를 침몰시킨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최고라는 것이 여러 면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명도 세계의 3위를 기록하고 있고, ▲신생아 사망률 ▲영아 사망률 ▲예방 가능한 사망률 ▲응급병상 수 등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업적이 전공의 혹은 의사들을 착취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음에도 해결할 노력이 전혀 없는 채로 의료의 영리화를 가속하려고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부를 전혀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는 시작부터 2020년에 맺은 ‘9·4의정합의’를 깨고 시작했으며, 일방적으로 의대정원을 증원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던져버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차관님은 대화를 하겠다고 밝히신 날과 같은 날 대통령님은 절대 타협은 불가하다고 외치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사분오열되고 일방적인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정부는 국민·전공의·의사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라고 생각됩니다.


Q. 현재 사직한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부탁드립니다.

A. 최근 응급실·중환자실에서 이탈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발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에 앞으로 의사들이 더더욱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기피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들도 개인적인 사정이나 가정환경 및 일신상의 사유 등으로 그만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노예처럼 묶인 채 근무해야 한다면 앞으로 누가 중환자실·응급실에 근무하겠습니까?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러한 필수의료의 현실을 알게 됐고, 사명감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정부와 일부 눈이 먼 여론의 모멸감을 받았는데, 필수의료 현장으로 왜 돌아가야 하는지 또는 의사라는 직업을 왜 선택했던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된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제 주위의 함께 하려고 했던 동료들이나 응급의학과 선생님들도 대부분 이번 사태가 정부에서 그동안의 일방적인 정책을 백지화·철회하는 형태로 끝나더라도 필수의료에 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절대로 복귀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부의 문제 파악의 인식부터가 잘못돼 있습니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내용을 살펴보면,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을 감면·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애초에 과실이 없음에도 처벌을 한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지금 필수의료과에 남아 계신 분들은 사명감 혹은 자부심이 전부인데, 그 사명감과 자부심마저 짓밟으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의대정원 확대 등을 통해 인원을 늘려 낙수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은 앞으로 필수의료과에 가는 사람은 성적이 모자라거나 집이 가난해서 필수의료과를 선택했다는 인식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Q. 정부가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군의관·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A. 애초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착취의 연장선상입니다. 군 복무기간이 일반병은 18개월이지만, 군의관은 38개월에 달하고, 공중보건의사는 37개월을 근무해야 합니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는 의무와 책임을 지으면 권리도 같이 주어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이 구분돼 있고, 공공영역으로 의사들을 끌어들여 계약을 맺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혜택·권리를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1억원이 넘는 연금을 준다거나, 의료사고 등 법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을 면책해 준다든지 등의 권리를 부여해 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의사들에게 의무만 지우고 있습니다. 진상 환자이거나 자신이 진료할 수 없는 환자일지라도 의사는 환자를 거부할 수 없으며, 가격도 고정돼 있고, 군대도 38개월이나 갔다가 와야 합니다. 

이런 의무에 상응하는 권리·혜택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무엇을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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