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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공의 향한 차가운 시선…“병원서 만나는 환자들은 알아요”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 인터뷰



의대정원 증원 논란과 의료현장의 혼란 속에서 전공의들의 목소리는 종종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돼 왔다. 이 같은 인식은 전공의들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을 단순한 이해관계로 축소시켜 왔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작 병원에서 마주하게 되는 환자들은 전공의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발언은 전공의들을 둘러싼 사회적 평가가 현장의 현실과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과 사회적인식 사이의 간극이 깊은 가운데, 한 회장은 수련 환경부터 정책 참여, 의료 현장의 변화까지 전공의들이 전반적으로 직면한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어갔다.

◆지난 11월, 6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제28대 회장에 당선되면서, 비대위원장에서 회장으로 신분이 바뀌셨습니다. ‘투쟁’에서 ‘소통과 협상’으로 기조를 전환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취임 두 달이 지난 현재 집행부의 안정화 단계는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십니까?

투쟁과 소통/협상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두 달 동안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생각보다 많은 현안들을 처리했습니다. 이전의 대전협 집행부들도 많은 일들을 했겠지만 이번 28기 집행부는 훨씬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부터 이뤄졌던 수련협의체도 이어가고 있으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련혁신지원사업이 전공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핵심 공약이자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젊은의사정책연구원’ 설립을 꼽으셨습니다. 기존 의료정책연구원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이며, 젊은 의사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 이상 ‘패싱’되지 않기 위해 연구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아젠다를 선점해 나갈 계획인지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일단 전공의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기존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 주제들은 젊은 세대들에게 와닿기에는 너무 거시적이거나 큰 틀에서 진행되는 연구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좀 더 실질적이고 젊은 의사들의 요구에 맞춘 정책적인 역량을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수련환경 및 수련의 질에 대한 것을 기본으로 차세대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미래기술과 의료의 접목 등 다양한 주제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 전문의 자격시험을 앞두고, 지난 9월 복귀한 전공의들에게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험 응시가 곧 수련종료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셨는데, 수련의 질적 담보와 형평성 논란을 동시에 잠재울만한 복안이 있나요? 또, 대한의학회와 논의 중인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련협의체에서도 관련 논의들을 진행 중입니다. 수련 과정에서는 다양한 시험에 응시하기도 하고 논문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수술과 술기들을 진행하기도 하지요. 하나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수련종료가 아니듯, 시험 응시 및 통과만이 수련의 종료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대개 시험 준비를 하면서 각자 전문과의 이론적인 부분을 총체적으로 공부하고 정리하게 됩니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실전입니다. 이론적인 부분을 한 번 정리하고 수련의로서 보내는 6개월은,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더 깊이 있는 진료를 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걱정이 앞설 수도 있지만 추후 이에 대해서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내부적으로도 방안을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공의법’ 개정을 통해 적정 수련 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위반 시 실질적인 제재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현재 주 80시간 근무제조차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단순한 시간 단축을 넘어 ‘교육의 질’을 담보하면서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수련에 최선을 다 해주시는 많은 지도전문의 및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교수 자의, 선의에 기대어 수련을 받는 현실임은 분명합니다. 수련이라는 것은 개인의 선의에 의한 것이 아닌, 시스템 체계화를 통해 교육의 편차를 줄여야 대한민국 의료의 질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수련병원에서는 수련과 근로가 혼재돼 있으며 경계가 모호한 상황입니다. 수련이 잘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통신기술, SNS의 발전만으로도 의사소통의 속도와 질은 급속도로 개선됐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불필요한 업무들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그 부분은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기성세대나 타 직역에서 수련병원 복귀 이후 일부 전공의들과 원내 업무 협력에 차질이 심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태도의 문제로 여기고 일종의 ‘세대론’을 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는지요? 또 이런 분위기를 수습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모두가 알듯이 이집트 벽화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발견됐습니다. 세대적인 갈등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고 저희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현재 젊은 의사들의 문제의식은 다른 대한민국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의료 현장과 교육의 변화는 느린 편이지만 빠른 기술 변화에 거슬러 변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과 AI의 발달로 지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차세대에는 분명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사이의 경험은 AI가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의대정원 증원 과정에 대한 감사원 결과 발표 직후 “절차적 정당성 미흡이 확인됐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단순한 환영을 넘어, 향후 유사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의 핵심 요건은 무엇이며, 여기에 전공의의 목소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반영시킬 계획이십니까?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우리가 믿어왔던 정의가 확인되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만, 우리는 단순한 확인을 넘어 재발을 방지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더 나은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는 계속해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현장의 젊은 의사로서 당사자성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의들의 좀 더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정책적인 고민도 필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 이재명 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정책 논의 과정에 전 정부와 차별점이 보이는지, 정부 관심과 협력을 특별히 더 요청하는 부분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특히 의료인력수급추계위에 대해서도 지적했듯 행정의 속도가 빠를 경우 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게 되며 이는 불신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행정 중심의 시각이 아닌, 당사자와 현장 중심의 시각에 맞도록 충분한 숙의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정 사태를 거치며 젊은 의사들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냉담합니다. 특히 수련 환경 개선과 같은 정당한 요구조차 ‘특혜’나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대전협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어떤 주장이든 비판적인 시각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사’라는 직역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은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병원 현장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환자분들은 젊은 의사들, 특히 전공의들의 노고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소문은 멀리 가지 못하고, 나쁜 소문은 천 리를 간다고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과, 미디어에서 비추는 모습에 괴리가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전공의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도권과 지방 전공의 간의 소통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협의회 활성화’를 강조하셨습니다. 현재 지방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데, 이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중앙회 차원에서 어떻게 수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무엇입니까?

지역협의회장들과는 상시 소통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5년 12월 27일에 보건복지부와 가졌던 간담회처럼 지역협의회에서 의견을 직접 주장할 수 있는 자리도 최대한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전하는 실질적인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외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고충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며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법적 보호 장치 부재’를 꼽으셨습니다.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국회나 정부와 논의 중인 구체적인 입법 과제가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환자 안전’과 대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하실 계획입니까?

의료현장의 법적 부담 완화라는 주제는 환자들이라는 카운터파트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의료혁신위에서도 응급실 등 의료현장의 법적 부담 완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서 시민들의 숙의과정을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위기 앞에서 많은 것들이 뒤섞여 급박하게 돌아가는 의료현장에 기계적 법의 집행은 역설적으로 환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들을 떠나게 하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에 대한 제도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1만 5천여 전공의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2026년 한 해 동안 이것만은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한성존 회장의 ‘약속’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의료 현장의 최일선에서 환자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모든 전공의 선생님들께 진심을 담아 경의를 표합니다. 아직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미래 세대 의사들에게 좀 더 나은 의료환경이 될 수 있도록 분명하게 한 발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전공의법 개정안은 많은 걸음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전공의 수련의 질적 향상을 이뤄낼 것입니다. 젊은 의사들의 정책적인 역량을 길러내서 저희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성존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공의들이 하는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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