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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미래의료인 겁박하는 ‘강제노역법’ 발의 강력 규탄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일명 ‘진료공백 방지법’은 보건의료 현장의 본질적인 구조를 외면한 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력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고 강제로 동원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젊은 의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번 법안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각적인 폐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첫째, 이 법안은 이미 드러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의료인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비겁한 시도입니다.

작금의 의료 대란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정책 추진에서 비롯됐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듯, 근거와 절차가 모두 부실했던 정책 결정 과정은 의료계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현장을 파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위기 상황을 자의적으로 정의하고 의료 인력을 강제로 배치·동원하겠다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현장의 의사들을 법적으로 겁박하면 된다는 부적절한 발상에 불과합니다.

둘째,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강제 동원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지난 의정 갈등 과정에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수도권으로 차출하는 역설적인 대응으로 지역의료를 스스로 붕괴시킨 뼈아픈 전례가 있습니다. 현장의 전공의들이 왜 미래를 포기하고 사직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법으로 묶어두고 강제로 일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현대판 강제노역’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ILO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며, 국제적 기준마저 무시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셋째, 법적 강제가 아니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전공의는 단순한 노동 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수련생’입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대신 법적 강제를 앞세운 겁박은 당장의 공백을 잠시 가릴 수는 있을지 모르나, 미래 의료의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만들 것입니다. 젊은 의사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일으키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현장을 지키는 젊은 의사들의 고통에는 무관심한 채,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그 어떤 시도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힘으로 억누르려 할수록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본권과 의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평생을 바쳐온 우리의 소중한 꿈마저 기꺼이 내려놓았음을 부디 무겁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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