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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과도한 처벌 지양해야

지난 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17세 환자가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의 이송부터 퇴원까지 우리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해당 환자가 처음 도착했던 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 

전공의는 전문과목의 지식을 익히는 피교육자인 동시에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지휘·감독 관계의 전문의–전공의 관계를 단순히 의료진 개개인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수련과 교육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전공의의 존재 의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일전에 내시경 검사 전 장정결제 투여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전공의는 금고 10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으나 전문의는 무죄로 선고받은 판례, 이비인후과 전공을 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전공의 1년차에 대해 형사처벌을 선고한 판례 또한 전공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물음표를 들게 만드는 판결이었다. 

이에 따라 전공의 당직 근무 시 도대체 전문의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전공의 사회를 중심으로 문제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으며, 젊은 의사들 사이에 책임만 종용하는 필수의료 과목 수련 거부 흐름 또한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의–전공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수련병원 운영에 있어 전공의들이 실질적인 저임금 노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주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으나 판결은 이러한 현장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 80시간을 초과해 주100시간 가까이 근무하는 전공의가 52%이며, 대다수의 전공의들은 연속으로 36시간까지 근무하는 등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 놓여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공의 개인의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것에 대해 본 회는 심각하게 우려한다. 

향후 전공의 착취로 운영되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운영을 전공의법 개정 (주68시간/24시간 연속근무 제한) 및 병상당 전문의 인력기준 확보 등을 통하여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있어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리하면 이번 사건의 처리 시 응급의료체계의 전반의 문제로 인하여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전공의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배우기 위해 전공의 과정을 전문의의 지도·감독 하에 보낸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 요소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 전공의 외에도 현행 응급의료체계상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들은 배후 진료 여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중증 환자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응급실 운영에 방해를 가져오는 경증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니 답답하다. 의료인의 자율성이 존중되지 않는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의료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강화되는 응급실 환자 수용에 대한 지침과 더불어 수련교육을 받는 전공의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따져 묻게 될 경우 본 회는 향후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우려한다. 

실제로 모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에 대한 구속 수사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회복 불가능하도록 떨어진 사례가 있다. 

향후 의료인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병원 전 단계부터 퇴원까지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문제점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증·응급, 소아, 분만 등 필수의료분야 종사자와 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보건의료환경 구축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한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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