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거주하는 지역에 관계없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건강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의사제를 통해 이를 달성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존재합니다. 수도권 쏠림, 지역 환자 감소 등 여러 문제들 중 미래 의료를 책임져야 할 젊은 의사들의 시선에서는 현장 전문가들이 항상 지적하는 의료인프라 미비가 가장 심각합니다.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 있는 의사이며, 선배인 지도전문의들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서 무럭무럭 크는 어린 나무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나무는 바람이나 홍수에 취약해 옆에서 튼튼한 나무들이 뿌리내리고 있지 않다면 크게 성장하지 못합니다. 숲이 건강해야 나무가 자라듯, 지역의 의료 인프라가 탄탄해야 젊은 의사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다양한 환자군과 환자수, 그리고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들을 교육할 수 있는 의료기관, 지도전문의가 없다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도, 싹을 틔우지도 못한 씨앗들을 일구지도 않은 황무지에 흩뿌리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 지역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이탈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미래 의료 인재를 키우기 위한 땅을 충분히 개간하지 못했습니다. 아무 곳에나 흩뿌린 씨앗이 일부 자랄 수는 있겠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 충분한 과실을 얻고 싶다면 열심히 밭을 일군 이후에 이를 기대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수련환경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의 지도전문의 확충과 핵심 수련병원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미래 의료의 씨앗들이 성공적으로 싹을 틔우고 튼튼히 뿌리내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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