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이 대한간호협회를 향해 간호계 내 위계질서를 잡는 ‘간호법’에만 집착하고, 정작 병원 평간호사 처우 개선에 힘쓰는 ‘간호인력인권법’에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0일 간호법은 지역사회 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규율(위계)을 정하기 위한 직역 단체의 요구사항에 불과하다면서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보다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는 ‘간호인력인권법’ 등에 더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전협은 젊은 간호사의 실질적 처우 개선에 공감한다면서 원내 평간호사들의 1인당 적정 환자 수를 법규를 통하여 명확하게 하고, 평간호사들이 참여하는 인력배치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조정하고 처벌 조항을 마련하자는 ‘행동하는 간호사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의 간호사 단체 주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간호인력인권법과 간호법은 완전히 다른 법으로, 간호법은 지역사회 내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규율을 명목으로 한 위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법으로, ▲간호사의 양성 ▲간호에 대한 업무체계 ▲간호에 대한 규정을 잡으려고 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간호법을 통하여 병원 간호사의 처우 개선(1인당 환자 수 제한)을 직접적으로 이루어 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간호인력인권법’을 대한간호협회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대전협은 간호법 내용 중 의원 및 지역사회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만이 간호조무사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정작 시민·의사의 입장에서는 의원급이나 지역사회에서 의사·치과의사 등이 간호조무사를 감독하는 것과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감독하는 것이 시민들의 건강에 크게 다른 결과를 낳을지 의문이 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병원급이라면 모르겠지만, 의원급에서 현행 의료체계 업무 범위를 변경할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전협은 한편으로 간호협회가 간호기능대학(2년제)로 대표되는 전문대학 및 미국 등 정착되어 있는 준간호사(LPN, Licensed Practical Nurses) 제도에 반대하고 이들을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제한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지역사회와 요양원(nursing home) 등에서는 준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근무하고 있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으로 생각된다”라면서 “현재의 간호조무사가 준간호사로 승격할 기회를 보장해 지역사회 내 의사와 함께 협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대전협은 현재 대한간호협회가 알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본인들이 전체 간호사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간선제로 10여년간 한 명의 회장이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젊은 간호사들은 대한간호협회가 본인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전협은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법 통과를 위한 집회 시위와 인터넷 여론 형성 등에 위계를 활용해 간호사들을 현장에서 강제로 동원한다는 문제 제기 또한 나오고 있음을 덧붙이며, 평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규정하고 개선하는 법규의 개정에 대해서는 소홀하면서도 지역사회 간호계 내 위계질서를 잡기 위한 법에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반문했다.
아울러 2000년부터 간호대생 증원은 지속됐으나 OECD 통계상 활동 간호사 수는 여전히 평균에 못 미치고 있으며, 간호사의 처우가 개선됐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대한간호협회는 병원 평간호사 처우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끝으로 대전협은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기술하고,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법규 개정에 본 회는 찬성하며, 첨예한 직역 갈등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잘 중재되기를 희망하고, 젊은 의사들과 함께 일하는 젊은 간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