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하는 ‘간호사법’이지만 간호인력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간호조무사 관련해서는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가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법률적 하자 문제(간호조무사 응시자격 학력제한)를 해소하고 간호인력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간호사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간호조무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의 제·개정이 필요하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기본권 중 하나인 ‘교육 평등권’을 간호조무사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국민의힘 김미애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간호조무사 응시자격 학력 제한’ 개선 정책토론회가 ‘간호조무사 응시자격 학력 제한, 이제는 바꿔야 할 때’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서 토론회를 개최한 김미애 의원은 “간호 인력의 한 축인 간호조무사의 국가 시험응시자격은 현재 간호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간호학원 이수자로 한정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꼬집으며, “직종의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응시자격에 학력 제한 규정은 개선이 필요하다. 특정 직역에만 학력 상한은 결과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 역시 “조리사, 미용사, 바리스타 등 우리나라에 수많은 자격 직종 중 유일하게 간호조무사만 대학에서 관련 공부를 하더라도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다른 직업은 다양한 과정에서 교육을 이수한 학생에게 시험응시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한다. 간호조무사만 안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무법인 선승 민태호 대표변호사는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 시험응시자격 배제에 관한 법리적 검토’를 통해 “전문대 간호조무과 개설허용 문제는 고등교육법 관련 사항으로 교육위원회에서 다룰 문제이지 보건복지위 논의사항이 아니다”라고 쟁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 “현재 보건복지위에서 쟁점이 되는 문제는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생에게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로, 전문대 간호조무과 존재 여부와 시험응시자격 부여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생에게 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헌법상 권리와 고등교육법이 보장한 법률상 권리 침해 ▲시험응시자격이 있는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평등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헌법상 국민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헌법 제11조 평등권 침해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침해의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건강할 권리가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고등학교나 학원에 비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견되는 전문대 졸업자에게 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간호사법 당사자인 간호조무사를 대변하고 있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동환 기획실장은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의 입장을 전달했다.
전 실장은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제한 문제 해결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간호법안에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 해소됐다’거나, ‘전문대 간호조무과가 없어서 시험응시자격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결론을 한마디로 하면 ‘ALL NO’라고 할 수 있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특히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제한을 해소하려면 의료법 제1항제1호를 개정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해당조항을 그대로 둔 채 엉뚱한 조항에 ‘이상’을 추가해 놓고 학력 제한이 해소됐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 실장은 “전문대 간호조무과가 있어야 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4년에도 국가기술자격법에 기능사2급에 대해 ‘고졸 이상’이라고 되어 있었고, 1982년 국가기술자격이 된 조리사와 이·미용사도 당시 전문대가 없었는데, 시험응시자격은 ‘고졸 이상’으로 되어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이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도 전문대는 2012년에 생겼는데, 응시자격을 ‘고졸 이상’으로 인정한 법은 2006년에 이미 있었다”며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이외에도 전 실장은 특성화고 졸업생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70%가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자는 20%도 안되는 400명에 불과한데, 전문대 간호조무과가 생겨서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라고 성토했다.
오히려 전문대 보건행정과 학생들이 간호학원에 가서 별도의 수강료와 시간을 들여 자격증을 따고 있을 뿐 아니라, 학원출신 낙인이 찍혀 전문대 졸업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우송정보대학 보건의료행정학과 송영수 학과장은 “보건복지 의료계열 전문과목을 교육하는 많은 대학에서 학교 수업과 별도로 인근 학원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학교나 학생 입장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이 있으면 취업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전했다.
이어 “미용학과 등은 시험응시자격이 동등하게 주어지는데 유독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에 있어 특성화고 졸업자와 간호학원 수료자에게만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매우 합당하지 않다”라면서 “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했다.
前 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박시은 회장은 “차별을 해소하고 기본권을 보장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보건의료 직역이 고등교육 체계에 진입할 때 국민이 원하는 가치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간호조무시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가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되는지 체계화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 윤태영 이사장은 간호조무사의 경우 업무 체계에서는 의사 간호사와 많은 부분 연관돼 있는데, 간호인력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양성 부분에서는 전혀 연관성이 없도록 구성돼 있어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를 위해서는 법리적·논리적으로 명확히 해결되어야 할 부분도 있고, 단기적으로 폐지하는 문제를 넘어 그 이후의 장기적 상황에 대한 대비도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노윤경 간호조무사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면서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간호조무사는 “대학의 보건의료관련 학과 학생들이 평소에는 학과수업을 듣고 방학에 간호학원을 다니는데, 이는 해당 학생들에게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학생들에게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을 주면 중복적으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우리나라 다른 직종은 특성화고, 학원, 대학 등 원하는 곳에서 적정 교육을 받으면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유독 왜 간호조무사만 안 되는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제발 간호조무사 이야기를 흘려듣지 말고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 꼭 이뤄주면 좋겠다”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박혜린 간호정책과장은 “간호인력의 한 축인 간호조무사에 대한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과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제1호~제6호에 상응하는 교육수준을 갖춘 사람도 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하도록 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간호사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각 직역 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조화로운 방안을 마련해 나가도록 항상 고민하겠으며, 22대 국회에서 양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니만큼 조율과 협의를 이뤄서 대한민국 간호 관련 분야의 역사와 미래를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법으로 제정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