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이 지난 9월 20일 공포되면서, 현장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간호법 제정만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도 많다는 지적과 함께 간호법을 시작으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간호의 가치와 철학에 맞추고, 간호실무 속에서 돌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법령과 지침 등을 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간호법 제정 이후의 과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말하다’ 토론회가 9월 30일 국회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서영석·장종태·김윤·서미화 국회의원과 대한간호협회,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장숙랑 교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관련해 “간호법에 설명한 간호사의 업무는 의료법의 업무 범위 4가지 ▲간호 행위 ▲진료 보조 ▲보건 활동 ▲간호 지도를 그대로 수용했으며, 병원급에 적용하는 진료 지원 업무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간호 행위와 관련해 “간호 행위의 핵심은 의사의 지시가 없더라도 일상 간호 활동을 통해서 간호의 필요성을 판단해 간호하는 ‘간호 판단’과 간호의 요양상의 돌봄을 포함한 관계 개념인 ‘요양을 위한 간호’로, 두 개념 모두 간호사의 독자적인 간호 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 판단’과 ‘요양을 위한 간호’가 간호사의 독자적 행위임에도 이렇게 해석하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면서 “이런 해석과 인식의 문제는 간호법 제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으므로 앞으로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째로 장 교수는 “일본에서는 간호사 업무를 ‘요양상 돌봄 및 진료보조’로 간단히 표현하고 있다”면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조항은 의사-간호사의 관계를 일방향적으로 가르침을 주고받는 관계로 고정시킬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며, 해당 표현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셋째로 장 교수는 ‘보건 활동’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간호사의 보건 활동은 일부 의료 행위도 가능하다”면서 ‘농어촌의료법’에 따르면 보건의료 전담 공무원은 환자의 치료·진료·처방·투약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건 활동을 똑같이 하더라도 숙련된 간호직 공무원이 동주민센터에 근무하는 경우에는 의료 행위가 불가함은 물론, 단순한 보건 활동조차도 “대통령령이 없다”라는 이유로 제한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간호사의 일차보건의료 활동을 정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간호법 제정 이후 하위·관계 법령 등을 통해서 간호사의 독자적인 일차의료 행위가 간호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좀 더 명확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넷째로 장 교수는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 부분은 의원급과 병원급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 이유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조무사가 간호 및 진료 보조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법에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모두 있는 경우에는 간호사-의사 간의 지도 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조언했다.
다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반드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팀 체계로 잘 수행·작동할 수 있음을 강조했으며,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하는 것이 간호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다섯 째로 장 교수는 ‘진료 지원’과 관련해 “진료 지원 업무 규정을 통해서 불법 의료 행위 위험에 내몰렸던 PA간호사 문제가 해소되고,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정상 간호사 역할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간호법 제정 이후에도 남은 문제가 많다”면서 ▲전담 간호사-전문 간호사 간의 관계 설정과 역할·권한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전문 간호사는 분야가 13개로 나누어져 있는 것과 달리 전담 간호사는 모든 분야가 가능한 것인지, ▲다른 직종은 전담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를 하면 안 되는 것인지 ▲전담 간호사 활용이 어려운 중소병원의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지적·질문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기요양 등 방문간호의 업무범위 쟁점에 대해서도 향후 과제 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장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주·야간 보호센터와 직장·학교 등은 주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정방문간호는 ‘위법’ 행위로 판단하고 있으면서 정작 요양시설 내 가정간호는 소속 기관의 의사의 지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활성화된 모순이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이는 가정간호의 합법 여부 등이 장소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으로, 장소(소속기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라면 의사 지시서에 의한 간호·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일차보건의료 간호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교수는 “간호사는 일차보건의료인이며, 일차보건의료인으로써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 등을 규정하는 법문과 일차보건의료 수행자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임산부 ▲영유아 ▲생애말기 돌봄 등 다양한 지점에서 1차 보건의료인으로써의 더 많은 역할을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진료 지원 업무의 수행에 전문간호사 자격 보유가 강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문간호사가 일차보건의료에 활동 반경을 넓히지 않고 병원 ‘진료 지원’ 역할로 매몰될 우려가 있다면서 전문간호사는 지역사회에서 독자적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간병을 간호에 포함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장 교수는 “현재 간호법에는 ‘간병 돌봄’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으나, 돌봄은 간호의 도덕적 이상이자 간호윤리의 고유한 개념으로, ‘간병’이 법적으로 정의된 것은 없지만, 우리의 삶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가 간병과 돌봄을 포괄하는 개념인 만큼, 간호사가 간병을 포괄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가져야 한다”면서 개별 간호사의 각자 도생으로 간호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접근하면서 간호·간병을 효율적·유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