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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22대 국회서 발의한 간호법, 악법이자 한국 의료 파괴하는 법

1. 서론

지난해 대한민국 보건의료계를 분열시키고 의료 현장을 큰 혼란에 빠트렸던 간호법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폐기됐다. 

하지만 법안 폐기 이후에도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간호법을 재발의 했고,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쳐 전체 보건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의료계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2대 국회의 야당과 여당은 지난 6월 19일과 20일에 각자 이전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내용과 크게 차이 없는 간호법을 재발의 하며 악법을 기어이 제정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에서는 기존 간호법의 문제점과 배경을 다시 한번 밝히고, 22대 국회에서 야당과 여당이 새롭게 발의한 간호법에 숨겨진 독소 조항 및 향후 파급효과 등을 언급하고자 한다.

2. 기존 간호법의 문제점과 간호법 추진의 배경

보건의료 분야는 여러 직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일을 하기 때문에, 한 직역만을 위한 개별 법안을 만들어내게 되면, 보건의료인 면허 및 자격제도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동시에 개별 법안이 있는 직역과 없는 직역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또한, 한 직역의 단독법 제정은 타 직역의 단독법 제정의 명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간호법 제정 이후 한의사법, 치과의사법, 물리치료사법, 방사선사법, 임상병리사법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될 것이고, 결국은 의사법도 만들어져 의료법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보건의료 직역의 영구적인 분열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의료 현장의 대혼란은 불가피하게 된다.

보건의료계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했던 또 다른 이유는 간호협회 및 정치권에서 간호법을 만들려고 하는 목적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간호협회는 간호법을 통해 간호라는 업무가 가지는 진료의 보조라는 속성을 거부하고, 의사의 지도에서는 벗어나면서도 간호와 연관된 타 직역에 대한 지도 권한은 가지기를 원했다. 

이러한 의도는 특히나 간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간호조무사협회의 의견과 요구를 묵살하는 과정을 통해 잘 드러났다. 

더불어 간호법 추진 과정에서 밝혀졌듯이 간호협회와 야당 등에서는 간호사의 활동 영역을 의료기관을 벗어나 재가 및 시설 돌봄의 영역으로 확대하려 했고, 이를 통해 돌봄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간호법 제정을 필요로 했다.

이에 지난 6월 19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간호법과 거의 유사한 내용의 '간호법안'을 발의했다. 

강선우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의 내용 중 이전에는 없었으나 추가된 부분은 간호사의 불법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이다. 

이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더욱 확대하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 진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의사들이 하던 업무만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타 보건의료 직종들이 하던 영역도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방사선사나 임상병리사 등의 직종도 보건복지의료연대에 참여하며 간호법에 반대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반발을 의식한 듯 강선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3조에 따른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한다’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해당 직역의 반발을 막고,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단합도 막기 위한 조치로 생각된다.

결국 기존 간호법의 문제점은 그대로 방치하면서도 PA 합법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간호법에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조직력을 와해려는 목적을 가진 이 법안은 기존 악법에 독소 조항을 추가한 것이므로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간호법은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간호법에 비하면, 오히려 덜 위험해 보인다.

3. 간호법을 반대했던 여당이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

21대 국회에서는 간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안 제정을 반대했던 여당이 22대 국회가 들어서자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간호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당의 간호법 제정의 목적은 지난 20일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여당이 추진하는 간호법의 핵심은 바로 추경호 원내대표가 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의 제13조이고,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3조(진료지원업무의 수행) ① 간호사 및 전문간호사는 「의료법」 제27조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과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의료법 제27조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항목으로 1항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이 법조문에 의해서 지금까지는 일반인의 의료행위는 물론이고,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타 직역의 업무범위를 침범하는 의료행위를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았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간호법 13조는 의료법 27조를 무력화시키며,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간호사에게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조항이다.

여당이 이 법을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수련병원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련병원들이 대규모로 불법 PA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법체계대로라면, 수련병원들이 대규모 PA 채용을 통해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 교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공의가 없어도 수련병원들의 합법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PA 의료행위를 합법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그 수단으로 간호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간호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간호협회와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비록 자신들이 지난번에는 반대했던 내용이지만, 간호협회와 야당이 원하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4. PA 의료행위 합법화가 불러오게 될 의료의 미래

결국 이 법은 현재 수련병원 및 대형병원 등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던 불법 PA 의료행위를 합법화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의사가 현장에 없어도 미리 동의하거나 지시하기만 하면, 의사가 해왔던 거의 모든 의료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게 된다. 

즉, 지금까지 불법으로 전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던 불법 대리수술 및 대리시술, 대리처방 등이 모두 합법화되고, 사실상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가 허물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가 사라지게 되면, 의료의 질이 심각하게 하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앞으로는 필수의료 분야에는 의사가 더욱 부족해질 것이므로, 의사에게 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 많은 환자들은 그 의사가 포괄적으로 수술을 위임한 간호사에게 수술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대리수술이 아닌 진짜 의사에게 수술과 치료를 받게 되는 의료 이용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다가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포괄적인 지도 및 위임하에서 의료행위를 했으므로, 설사 자신의 잘못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 의사는 자신이 직접 수행하지도 않은 일까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원의 판결 관행을 보았을 때, 간호사가 의사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분쟁에 대한 책임은 의사가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의사가 철저히 지도했어야 함에도 그 지도 의무를 소홀히 했기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법원은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의료행위로 인해 처벌받는 일이 일어난다면, 가뜩이나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필수의료에는 의사가 사라질 것이다.

정부는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PA 합법화는 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이 아니라 비의사 중심 병원으로 바꿀 것이고, 수련병원의 수련 대상을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로 바꿀 것이다. 

현재도 일부 교수들은 매년 바뀌는 전공의보다는 PA와 같이 일하는 것이 편하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수련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앞으로 PA가 합법화되면,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전공의 과정을 선택하는 의사의 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고, 필수의료를 책임질 의사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 대한민국 의료는 OECD에서 퇴출될 것이다.

5. 결론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끝 모를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다. 정부가 명분 없이 강행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에는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자신들의 미래를 강탈당한 학생과 전공의들은 캠퍼스와 병원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찾으려 하고 있고, 후배들의 절망에 마음 아파하는 선배 의사들도 정부가 겨누는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직감하며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의료를 아예 없애 버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나 만약 제정되면 보건의료계 전체를 큰 혼란과 파멸로 이끌 것이 자명한 간호법을 경쟁적으로 발의하면서, 그 속에 PA 합법화라는 독소조항까지 추가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폭주하는 국회에 아무런 조건 없이 간호법 제정 철회를 요구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고, 이번에 국회가 간호법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실에서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이에 현재 의료계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화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여당에 간호법 철회를 먼저 요구할 필요가 있다. 

PA 합법화 내용을 담고 있는 간호법은 사실상 의대정원 증원보다 더 큰 악영향을 만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에도 의료계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듯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과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를 지켜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든 악법에 맞서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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