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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간호사 1명당 요양환자 25명 돌봐야 되는 근무여건 ”①

대학병원 간호사와 방문간호사들의 근무실태에 대한 비판 쏟아져
‘이제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사회적 돌봄과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토론회 개최

“간호사들은 돌봐야 하는 환자와 그에 따른 일이 너무 많아 환자와 보호자들이 질문할까봐 무서워요”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밥도 못 먹는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김원이·서영석·이수진·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최연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산업노련), 대한간호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제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사회적 돌봄과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1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간호사와 간호사 부모들이 참석해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근무환경에 대해 비판하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축소 및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먼저 이은영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장은 생생한 대학병원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환자가 희망하는 ‘친절한 간호’가 불가능한 현실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간호사 1인당 12명의 환자가 배정되는 ‘간호 1등급’ 병원인 경희의료원의 상황을 예로 들며, “간호사 1명이 인계받는 환자 12명 중 3~4명이 퇴원하고 새로운 3~4명이 입원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간호사는 12명의 환자를 돌본 것으로 봐야하는 것이냐? 아니면 16명의 환자를 돌본 것으로 봐야 하냐?”라면서 실제 노동강도는 12명보다 더 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음을 토로했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간호사가 친절하고 다 설명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간호사들은 연차와 상관없이 너무 바빠 병실에 들어가면 환자·보호자들도 느낄 정도로 환자·보호자들이 질문해 오는 것을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것이 현실임을 전했다.

무엇보다 이 지부장은 간호사들이 환자·보호자들에게 먼저 질문하고 설명하며 대응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특히, 간호사 1인당 환자 12명을 보면서 ▲qi 논문 ▲의료기관 인증 평가 ▲환자 경험 평가 등을 추가로 대응해야 하고, 의사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동의서가 나오지 않아 문제가 생기거나 전산 다운, PA를 양산해 대리처방과 대리수술 등 전가, 환자에게 낙상·욕창 발생하거나 도주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 간호사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환경 속에서 간호사들이 먼저 환자·보호자에게 다가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이 지부장은 신규 간호사들이 간호 현장에서 제일 불쌍하다고 호소했다.

대학에서 몇 년씩 공부해 온 다음 바로 현장에 배치되자마자 무조건 잘해야 하는 것이 현재 신규 간호사들의 열악하고 가혹한 환경이라는 것으로, 업무 도중 실수하거나 애로사항이 생기면 환자·보호자로부터 항의가 들어오는데, 다른 간호사 모두 본인들의 코가 석자여서 도와주지 못해 신규 간호사일수록 엄청나게 힘든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탄했다.

아울러 50년이 넘은 병원에 근무하면서 정년 퇴직을 한 간호사는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을 비판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밥 먹고 쉬어가며 즐겁게 일하고 정년 퇴직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과 함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5명으로 줄이고, 간호사들의 처우도 개선해 간호사들이 질 높은 숙련된 의료인이 되어 제대로 된 간호와 생명을 지킬 수 있게 만들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어서 김영희 한국너싱홈협회장은 지역에서 일하는 방문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김 회장은 먼저 현재 요양시설의 간호사 배치 비율은 간호사 1인당 어르신 25명으로, 주 5일제 근무로 환산하면 사실상 간호사 1명당 어르신 100명을 돌봐야 제대로 된 간호사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에 있음을 꼬집었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변비와 소화 기능 저하를 비롯해 당뇨, 고혈압, 관절염, 인지 장애 등 5~17개의 질환을 가지고 있어 간호 난이도가 상당해 간호 중재 및 간호 문제 해결에 매우 힘이 드는 상황인데, 어르신 보호자들이 어르신의 상태 확인 및 의문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 상관없이 연락해 100명의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늘 전화해야 하는 등 힘든 날이 나날이 이어지고 있음을 전했다.

또한, 어르신들에게 멍이 들기라도 하면 요양원에서 폭행이 일어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으며, 멍이 드는 즉시 보호자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관리 소홀했다고 항의하는 등의 요양시설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의 애로사항들을 하나하나씩 거론하면서 간호사 1인당 돌봐야 하는 어르신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간호법 제정에 대해서도 요양시설에서 환자들을 묶는 등의 윤리적인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 예로 튜브를 착용해 식사해야 하는 환자들 중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식사 도중 튜브를 빼버리면, 요양원에서 해당 튜브를 다시 삽입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하므로 129 사설구급차를 호출해 병원 응급실을 가서 튜브를 삽입하고 요양원으로 복귀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응급실에 경증환자들이 몰리는 요인 중 하나이자 환자·보호자들은 튜브 삽입을 위해 막대한 의료비를 지불해야 함은 물론, 요양시설에서는 효율적인 간호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요양시설에서 간호사 등이 의료법을 위반하면서 튜브를 삽입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간호의 현실임을 강조하며, 아픈 환자와 의료현장과 상황을 중심으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간호법 제정을 통해 국민들이 편안하게 돌봄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딸을 지켜본 아버지가 제3자의 눈으로 본 병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성토했다.

A씨는 “새벽 4시에 출근한 딸이 며칠 동안 퇴근하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라면서 “너무 퇴근을 하지 않아 병원 주차장에서 딸을 기다리다가 비상벨을 눌러볼까도 생각했으며, 퇴근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밥도 못 먹는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라고 한 가정의 아버지의 시선으로 봤을 때에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병원의 근무환경에 대해 한탄했다.

또한 노동부에 청원을 넣어도 개인 사정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던 현실을 꼬집었으며, 순수하고 어린 사회초년생에게 필요한 경력을 빌미로 퇴근을 시켜주지 않으려고 병원과 사회가 이용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제발 환자 수 제한과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퇴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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