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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의사 진료거부 직격탄 맞은 수련병원 노동자들의 호소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수술 취소와 연기, 검사 취소와 연기, 입원 취소와 연기, 항암치료 연기, 응급실 진료 차질과 대기 지연, 중증환자 입원 거부, 병동 폐쇄와 통폐합, 환자 전원 조치 등으로 환자들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 수련병원인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공공병원, 대형 종합병원의 노동자들 또한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이 진료거부에 나서자 수술·치료·검사·입원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들 수련병원들이 비상경영을 선언함에 따라 최악의 의료대란 상황에서도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이 무급휴가와 연차휴가 강제 사용과 임금체불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 비상경영을 선언한 수련병원들에서는 ▲무급휴가·무급휴직 사용 강제 ▲연차휴가 사용 종용 ▲일방적인 배치전환과 헬퍼(타 업무 지원) 보내기 ▲신규직원 입사 연기 ▲교육 연기 ▲근무복 지급 중단 등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진료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휴업이나 병원 운영 중단과 임금 체불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간호사들의 고충도 심각하다. 

98개 의사업무 중 9개를 제외한 89개 의사업무를 간호사 업무로 조정함에 따라 PA간호사들은 기존 의사업무를 대신하면서 과중한 업무량과 불법의료행위로 내몰리고 있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진료거부 사태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업무 대부분을 PA간호사에게 떠넘기고 있고, 일반간호사를 갑자기 PA간호사로 전환해 의사업무를 맡기고 있다. 

아무런 교육·훈련도 되어 있지 않은 일반간호사들이 하루아침에 PA간호사가 되어 의사업무를 대신하고 있고, ‘지금 하지 않으면 병원 망한다’는 압박 아래 불법의료행위인 줄 알면서도 반강제적으로 의사업무를 떠맡는 상황이다. 

경력이 없는 신규간호사를 PA간호사로 배치해 의사업무를 맡기는 경우도 있고, PA간호사를 고용이 불안한 계약직으로 뽑아 쓰는 경우도 있다. 고도의 경험과 숙련이 필요한 중환자실에 충분한 교육·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간호사를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인력운영 대란이다. 

이처럼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정상적인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무너지고, 고도의 전문성·숙련성·책임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파행 운영됨에 따라 의료현장에서는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중추 역할을 떠맡아온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공공병원·민간종합병원 등 수련병원들의 파행운영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현재 상황을 계속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할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진 의료기관은 의사인력만이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원무·사무직, 기술·기능직 등 60여개 직종 노동자들의 협업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의사 이외의 직종 노동자들은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소모품도 아니고, 어려울 때마다 고통을 떠맡는 희생양이 아니다.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수련병원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며,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환자생명이 위협당하고 진료체계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진료 정상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없다. 

전공의들은 조건없이 의료현장에 복귀하고, 의대교수는 집단사직계획을 철회하여 조속히 진료를 정상화하라!

2.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장기화와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 사태를 불러온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강압 조치를 전면 중단하고, 지체없이 진료 정상화와 필수·지역·공공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에 착수하라!

3. 전공의의 진료거부와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을 묵인·방조하면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있는 수련병원들의 책임도 크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의대교수들의 진료유지를 통한 진료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고, 전공의와 의대교수들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진료환경 개선 대책을 제시하라!    

4. 조속한 진료 정상화보다 더 시급한 총선 의제는 없다. 

모든 정당과 총선 후보들은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 28일 전까지 진료 정상화와 필수·지역·공공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을 위한 실질적 대화 자리 마련에 모든 당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하라!

5. 의료대란의 한가운데서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더 이상 외면·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련병원들은 경영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를 전면 중단하라! 

정부는 의료대란 한가운데서 필수·중증·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기관과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보상방안을 마련하라!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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