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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중소병원 노동자 94% ‘휴가·수당’ 등 불이익 받아

보건의료노조, 중소 병·의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의료계·병원계 “보건의료노조의 교섭 요청 대해 ‘법적 검토’ 필요”


중소병원·의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대다수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휴가 사용과 수당 지급, 임금 삭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가 5일 ‘중소병원·의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하고자 마련됐으며, 노동조합 미조직 현장 노동자와의 심층면접과 총 405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 중 94%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불이익을, 48.7%가 휴가 관련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익 사례로는 연차휴가 사용 강요(22.2%), 감염 예방 미조치 및 방역용품 부족(19.2%), 무급휴가 사용 강요·근무시간 변경 등 불이익 조치(17.5%), 임금 삭감(9.8%), 무급 휴업·휴직(9.0%)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금 삭감 비율은 의원급이 높았으며, 병·의원 규모가 작아질수록 임금 관련 불이익 비율이 상승했다.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임금 삭감 20.9%, 감염예방 미조치 20.4%, 무급휴가 사용 강요 18.9% 순으로 나타났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연차휴가 사용 강요 경험율은 14.3%로, 5인 이상 사업장(27.3%) 보다 낮았는데, 이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휴가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장근무 비율은 67.1%이며, 병원 규모가 클수록 연장근무 비율도 높았다. 특히 5인 이상 사업장의 연장근무 비율은 72.5%로 5인 미만 사업장 40.1% 대비 1.8배 이상 연장근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장근무 비율이 많은 직종은 ▲간호사 79.0% ▲임상병리사 72.6% ▲방사선사 68.2% ▲물리치료사 65.2%, 작업치료사 65.8% ▲치과위생사 63.3% ▲간호조무사 57.1% ▲일반직 52.7% ▲안경사 50% ▲기타 28.6% 순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무 사례 중 변형적으로 지급하는 경우 25.7%, 지급하지 않는 경우 14.9% 등으로 총 40.6% 가량이 연장근무 수당 지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형지급’은 ‘연장근무시간과 관계없이 매월 정액으로 연장근무수당 지급’, ‘연장근무 수당이 따로 없고 기본급에 포함된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 실제 연장근로시간보다 적게 주는 경우가 많아 분쟁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

직종별 연장근무수당 미지급율은 치과위생사가 18.4%로 가장 많았고, 임상병리사 16.8%, 방사선사 11.1% 순으로 조사됐다.

종별 의료기관 연장수당 미지급률은 치과 병·의원이 31.3%로 가장 높았고, 입원병실 미보유 의원은 23.3%, 5인 미만 사업장 25%는 연장근무해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

연장근무수당을 받는 경우 임금명세서를 받는 응답자(63.5%)가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하는 응답자(32.5%)보다 2배 정도 많았고,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하는 응답자(28.2%)가 임금명세서를 받는 응답자(12.8%)의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야간근무 비율도 45%에 달했으며, 규모가 클수록 야간근무 비율 상승했다. 직종별로는 간호사가 75.9%였고, 대부분의 직종은 50% 미만의 비율을 보였다.

야간근무 보상의 경우 야간근무자 중 7%는 야간수당 지급 못 받고, 변형지급률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근무를 하고도 야간근무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사람이 37%에 달한다는 것이다.

야간근무수당 변형지급률·미지급률은 병·의원 규모가 작을수록 높았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야간수당 미지급률은 16%로 5인 이상 사업장의 2.5배 가량 많았다. 또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 사업장의 야간근무 미지급 사례가 임금명세서 교부 사업장보다 4배 더 많았다.

토·일요일 및 공휴일 진료는 보건의료 노동자 74.2%가 토요일 진료를, 11.2%가 토·일 모두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30%는 공휴일에도 진료한 경험이 있었다. 

휴게시간 사용 제약율은 48.6%로 절반에 가까웠으며, 병·의원 규모가 클수록 휴가 사용에 제약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병상 이상 병원의 휴게시간 제약은 59.7%에 달했다. 

직종별 휴게시간 사용 제약률은 병동 근무가 있는 간호사 64%, 간호조무사 60%로 휴게시간 사용 제약률 높았다. 

휴일수당 미지급 응답룰은 40.7%에 달했으며, 규모가 작을수록 미지급율이 높았다. 직종별 주말 근무 수당 미지급율은 치과위생사(58.5%)와 임상병리사(54%)는 절반 이상이 주말 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고, 방사선사(48%), 물리치료사(33.7%), 작업치료사(29.2%), 간호조무사(27.3%), 일반직(20.4%), 간호사(16.7%) 순으로 높은 미지급율을 기록했다.

공휴일 수당 미지급율은 20% 이상이었으며, 수당 대신 휴일을 받는 경우도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공휴일 수당 미지급은 27.8%에 달했으며, 5인 이상 사업장도 1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일로 휴일을 대체하는 경우는 22%로 나타났다.

병·의원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경험한 비율도 전체 응답자 3명 중 1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이 5인 이상 사업장보다 비인간적인 대우 경험율이 높았으며, 특히 100~200병상 병원이 38.8%로 가장 높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코로나 19시기 경제 상황, 노동조건, 건강상태, 심리상태, 일상생활 영역에서 모두 5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면서 “국회·관계부처의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작은 사업장 표준임금제’ 또는 ‘보건의료 분야 표준임금 체계·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중소병원 및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사회안전망, 건강권, 휴식권 등이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검토돼야 하며 ▲최소 휴일휴가제(휴일휴가 일부 지원) ▲보수교육 지원(대체인력 풀제도&비용 일부 지원) ▲유급병가·상병수당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2030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명심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장은 병·의원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권리’임을 강조하면서 “노동기본권에 대한 교육과 홍보, 상담창구 운영, 조직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의사협회와 병원 협회를 대상으로 노동기본권 교섭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와 병원계는 보건의료노조의 단체 교섭 요청이 적절한 요청인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담당은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인데, 어째서 협회에 보낸 것인지 정확한 의도가 파악이 되지 않아 당황스럽다”라면서 “법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보건의료 노동자 관련 사안에 대해 일괄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해당 사안을 병원협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푸른 변호사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단체교섭에 해당하는 지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두 협회가 노동조합법인 정한 ‘사용자단체’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박지민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보건복지부 직원들도 코로나 이후 적절한 휴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병원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적절한 휴식과 충분한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새겨듣고 정책에 반영토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 사무관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보건의료인력 관련 실태조사 내용 등이 담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대한 내용을 빠르면 이번 주 내로 보건복지부에서 공개·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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