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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간호사 ‘태움’ 가해자 이례적 실형,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

보건의료노조, 근본적 문제 해결과 ‘2023년 간호인력 확충’ 최우선 과제로 선포
작년 개최된 ‘간호사 대 환자 비율법’ 국제 비교 콘퍼런스, “보건인력확충 전환점에 서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말 발생한 간호사 ‘태움’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적정 인력 확보 없이 무리하게 개원한 병원 측에 있다고 보고, 2023년 최우선 과제로 간호인력 확충을 제시했다.


2021년 말,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 근무하던 신규간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조사 결과 ‘태움’이라고 불리는 직장 괴롭힘이 있었고,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12월 10일 욕설과 폭행 장면이 담긴 병원 CCTV 등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비슷한 사례의 피고인들이 보통 벌금형에 그쳤으나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법원이 이 사건의 중대함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사태를 몰고 온 병원에 대한 처벌은 없다”며 “간호인력조차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병원을 개원했고, 신규 간호사의 계속적인 요구와 절규에도 아무런 대책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을지대병원 간호사 자살사고는 인력 부족, 태움과 갑질문화, 병원 내 노동자들에 대한 을지재단의 전근대적 인식과 처우 등이 결합된 총체적 결과로서, 병원측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이후 의정부을지대병원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선언하며 간호사 인수인계 환경 개선, 경력 간호사 추가 채용, 고충처리 전담직원 배치, 병원장 직속 조직문화개선위원회 설립 등을 약속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촉구와 동시에 2023년 간호인력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선포했다. 노조는 작년 10월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인력기준 마련 국회대토론회’와 11월 ‘간호사 대 환자 비율법’ 국제 비교 콘퍼런스를 통해서도 간호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간호사 대 환자 비율법’ 국제 비교 콘퍼런스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의 사례가 소개됐다. 제네이 트리운포-코르테즈 미국 간호사노조연맹(NNU) 위원장은 “가장 대표적인 1999년 캘리포니아 주의 ‘간호사 대 환자 비율법’ 제정은 여러 번의 시도가 좌절됐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투쟁한 결과”라며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은 현장 간호사의 판단에 근거하고 환자 중증도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대 환자 비율법으로 간호사가 1년에 만 명씩 늘며 간호사들은 즉각 차이를 느꼈고, 결과적으로 환자를 적절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사키 에츠코 일본 의료노동조합연합회 중앙집행위원장은 “일본은 2006년 의료보험 수가 개선으로 간호사 1명당 환자 7명 기준을 마련하고 간호 직원 배치 기준에 따라 높은 수가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1:7을 초과하는 기준(1:10 등)을 선택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어 여전히 현장에는 간호사가 부족한 상태”라며 “간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사회에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르벤 프라우스 독일 통합서비스노조 보건부문 정책담당자는 “1993년 연방보건부가 간호인력기준 ‘PPR’를 1:5 기준으로 만들었으나 99년 이후 실효성을 잃었고, 지금은 ‘PpUG’라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PpUG’ 제도는 적정이 아닌 최소 기준에 그치며, 모든 과/부서에 적용되지 않고, 간호조무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독일 간호사협회, 병원협회와 함께 ‘환자 당 투여되는 전체 시간값’을 반영한 ‘PPR 2.0’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의 보건의료 노동 실태의 어려움은 오랜 문제이며, 보건의료인력 확충 운동이 현재 9.2 노정합의 쟁취를 통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9.2 노정합의 전면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로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 비율 개편 ▲상대적으로 간호인력 배치 수준이 높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의 환자 비율을 1:5 기준으로, 보조인력 기준 1:20으로 강화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실제 근무조당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으로 1:5부터 1:12 범위로 상향개선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은 “간호사 인력기준 마련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 인력 기준 마련의 첫 시작”이라며, “6개 보건의료직종(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의 적정인력 기준 마련을 위해 2023년 상반기까지 직무 실태조사를 진행, 2023년도 정부 예산에 직종별 인력 기준 연구비, 보건의료인력종합데이터베이스 구축비가 배정되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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