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위원장 최희선)는 제54회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5월 12일(월)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 건강의 열쇠, 간호사 - 간호노동 현장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현장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증언대회는 간호사들이 직접 자신의 노동현장을 증언하고, 간호정책 개선과 의료개혁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이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로 보는 간호노동 실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백혜성(한림대성심병원), 윤은정(국립암센터), 이성진(인제대해운대백병원), 박진아(인하대병원) 간호사들이 현장 증언자로 나섰고,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숙랑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학장,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최희선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우리는 간호법을 제정하는 결실을 이뤘지만, 여전히 현장의 간호사들은 공짜노동과 의사 업무 대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법 시행령이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 법이 실제 간호사의 권익 보호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명목뿐인 법에 그칠 것”이라며,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 개선, 업무범위 명확화, 공짜노동 근절, 인력 확충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간호직 응답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간호사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간호사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잠시만요’다. 인력이 부족해 환자에게 바로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교대 근무와 수면장애, 피로 누적, 잦은 업무상 재해의 원인은 모두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있다”며 “임금, 인력, 업무량이라는 고충은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간호사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백혜성 한림대성심병원 간호사는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설명, 응급 상황 대응까지 전방위 역할을 떠안고 있다”며 “진료지원 간호사(PA)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병동은 신규 간호사로 채워져 현장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력자 이탈과 이중고로 간호사들이 식사도 못 하고 허탈감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런 위기는 간호사의 헌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윤은정 국립암센터 간호사는 “진료지원 간호사(PA)는 법적 지위 없이 의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어, 의료법상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적절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면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환자 생명에도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간호사들은 자신의 건강조차 돌보지 못한 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는 법적 근거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교육·훈련의 제도화를 통해 PA의 제도적 정착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진 인제대해운대백병원 간호사는 진료지원간호사(PA)는 법적 지위 없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며, 의료법상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적절한 교육 없이 현장 투입되며, 의료사고 발생 위험과 함께 환자 생명에 큰 위해를 끼칠 수 있다.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건강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법적 근거 마련, 업무 범위 명확화, 교육·훈련 제도화로 PA의 제도적 정착을 서둘러야 한다.
박진아 인하대병원 응급전문간호사는 “전문간호사는 석사 교육과 국가시험을 거친 법적 자격 보유자이며, 특히 응급전문간호사는 심정지나 중증 외상 등 긴박한 상황에서 판단과 처치를 주도하는 고숙련 인력”이라며 “때로는 의사보다 앞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순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격과 전문성에 비해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낮고, 법적 권한도 부족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공공선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간호사 노동 조건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계적으로 간호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하며,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과 호주처럼 간호사 확충과 처우 개선을 통해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인 사례를 들며, 간호법 시행을 계기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설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숙랑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학장은 의사 수 증원만으로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공공의료 인력 확충과 국공립병원 확대가 핵심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안이 공공의료 강화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역·분야별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 주도의 체계적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대 교육과 수련 체계 개편 없이 단순 증원은 수도권 쏠림과 수익 진료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강제적 지역 배치는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의사 증원 정책이 의료 인력의 양적·질적 관리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교육 인프라와 재정 지원 없는 확대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필수의료 공백은 의사 수보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가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역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선 중앙정부의 종합적 계획과 책임 있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증언대회를 바탕으로 간호정책 개선과 보건의료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후속 논의와 정책 제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간호법 시행령의 실효성 확보, 불법 진료대행 관행 근절, 적정 인력 기준 마련 등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