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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의료공백 환자안전 책임을 PA에게 떠넘겨선 안된다

정부는 2월 27일 전국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공문을 실시했다. 

시범사업은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를 메꾸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정부 지침이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해도 전공의의 공백을 간호사가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라는 점은 명확하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조치를 통해 대법원 판례로 금지된 5가지의 사항을 제외한다지만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다. 

특히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존 PA 간호사만이 아니라 병동 등 일반 간호사도 무분별하게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장의 책임하에 관리 운영하고 의사결정을 문서화하며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을 구분하여 업무 범위를 설정’하도록 가이드를 내었다고는 한다.

그러나 현장은 벌써부터 큰 혼란에 둘러싸여 있다. 목적과 다른 의도의 시범사업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의료기관 내에서 실질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간호부서는 의사 업무 유지를 위한 지시를 내릴 뿐이다. 

결국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법적 책임은 간호사 개인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법 조항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임을 강조하며, “참여 의료기관 내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한다”면서 만약의 경우 책임의 경감 조치가 있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배우지도 다뤄보지도 않은 의사의 업무를 맡은 일반 간호사는 자신의 뜻과 무관에게 경감된 책임이든 중한 책임이든 각종 환자 안전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만 한다. 

사실상 업무를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어떤 간호사는 유튜브를 보며 시술 장면을 미리 공부하는 사례까지 제보되고 있다. 현장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재 의료기관의 현장에서는 환자를 받을 수 없어 비워진 병동의 간호사가 의사업무를 전담으로 지원하는 PA간호사로 동원되기도 하기도 한다. 

차라리 병동의 문을 닫고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기관은 그나마도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게 아이러니 할 정도다. 

그러나 반대로 빠져나간 전공의를 대신해야 하는 PA 간호사의 업무는 크게 폭증돼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 폭증으로 인한 과로는 필연적으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적 책임이 경감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적 보호가 전혀 될 수 없는 점이 큰 문제이다. 

결국 의사의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에게 법적보호가 안된다는 의미는 정확히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된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지침이 현장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었다. 진료지원인력과 같은 간호사가 기존 해오던 범위를 벗어난 의사 업무가 대폭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암동의서를 비롯해 ▲각종 검사 동의서 ▲체외충격파 쇄석술 ▲분만 진행 ▲분만실 시술 ▲마취과 수술의뢰 ▲복합질환 타과 의뢰서 작성 등의 의사 ID 이용 ▲중심정맥관 삽입과 제거 ▲골수검사 assist 등 사실상 환자 곁을 빠져나간 전공의를 대체하기 위해 PA 업무를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제보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지난해 12월경 결과 없이 종료한 ‘진료지원인력(PA) 협의체’와 같은 공식 기구의 논의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우리 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PA 간호사의 문제를 오래전부터 사회의제로 만들어 왔다. 

서로 다른 의료 직역 간 업무 범위는 ▲안전의 담보와 책임성의 문제 ▲전문성과 숙련의 문제 ▲인력의 문제 등 여러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우리 노조는 정부와 9.2 노정합의를 통해 비로소 진료지원인력(PA)의 업무범위를 도출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우리 노조는 현존할 수밖에 없는 진료지원인력(PA)에 대한 업무상의 지위와 법적 책임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 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전문 직역의 업무 범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확인되는 공식성을 가지게 되면 관련된 직역 간 갈등 역시 해소의 실마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노조는 의사 인력의 대폭적인 확대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 오기도 했다. 

한편으로 우리 노조는 진료보조인력의 업무 범위 논의에 대해 전문 직역의 책임성을 높여 갈 수 있는 방향을 계속 지지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무분별하고 기준 없는 지침이라면 더욱 큰 환자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만 높아질 것은 물론 우리 노조가 지향해온 전문 직역의 책임성 확보와도 거리가 멀다. 

아무리 의사 집단의 의대정원 확대를 무마시키기 위한 비윤리적 행위를 막고자 한다는 명분이라도 우리 노조는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일차적으로 조합원에 대한 보호 조치에 우선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전공의가 조속히 병원으로 복귀할 것으로 요구한다. 

국민 여론은 명분 없이 환자를 내팽개치는 의사의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의대 증원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의사 직역의 이기적 행위라는 비난만 높아지고 있다. 

우리 노조는 의대 증원 문제에 따르는 ▲인력 배치의 문제 ▲교육 환경의 확보 ▲업무강도의 완화 ▲수련의 질 확보 과제는 물론 여태 해소해 오지 못한 의료체계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해 왔다. 

지금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장외의 광장이 아니다. 그곳에는 돌봐야 할 환자도, 대화할 정부도, 협의할 타 직역도, 의료의 미래도 무엇도 없다. 환자를 저버리는 의사의 편은 아무도 없다. 

이번 진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에 환자안전은 없다. 무분별한 의사업무 대체를 중단하고 의사들은 국민과의 대화의 장으로 즉시 복귀하라.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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