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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보건의료노조, 의료현장 민낯 증언하는 수기집 북콘서트 개최

‘덕분에’라더니, ‘영웅’이라더니 의료현장 민낯을 증언하다’ 수기집 발간

살아있는 의료현장 이야기 담긴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의 수기집이 출간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3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와 불법 의료 상황, 심각한 간병비 문제,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이야기까지 4개의 주제로 조합원 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고 7일 밝혔다.

그 결과, 총 80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그 가운데 2차례 심사를 통해 선정된 26편의 수상작을 모아 <‘덕분에’ 라더니, ‘영웅’이라더니. 의료현장의 민낯을 증언하다> 수기집이 발간됐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에게 의료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공모전 작품집 발간을 맞아 보건의료노조 생명홀(강당)에서 수기집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이창곤 한겨레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북 콘서트에서는 수상자 4명을 초대해 의료현장 이야기를 듣고 원고를 먼저 읽은 추천인 4명을 모셔 추천사를 듣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의료현장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정부와 노정 합의를 맺었는데 제대로 이행이 안 되고 있다”라며 “이렇게 가면 합의사항이 유실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7월 13일 총파업 투쟁을 앞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조합원들이 쓴 수기를 보면서 의료현장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을 많은 분에게 알리겠다”라고 말했다. 

국가감염병전담병원인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방지은 간호사는 “당시에는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탈진하는 동료들이 너무 많았고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퇴사하는 동료들이 많아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다음에 감염병이 다시 도래해서 감염병 환자를 마주한다면 지금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간호사들의 높은 업무강도나 직장 내 갈등보다도 환자 상태가 더 안 좋아지거나 회복하지 못하면 겪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간호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학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일하는 김문영 간호조무사는 “정부와 노동조합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직은 현장은 준비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기 전 단계의 과정이 아닌데 보호자들은 ‘보호자 없는 병동’이라고 퇴원할 때까지 한 번도 환자를 찾지 않고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평균 연령 52~53세인 간호조무사 한 명이 3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서적인 돌봄은 고사하고 신체적인 돌봄도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간호조무사가 감당하는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이순자 간호사는 “최전방의 군인처럼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3교대 간호사의 현실을 알리고 싶어서 공모전에 참여했다”라면서 “2시에 시작되는 이브닝 근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1시간 전에 출근해야 하고 공짜 노동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라고 3교대 간호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한나 간호사는 “10년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원하던 정형외과 병동으로 발령받아서 갔는데 의사 갑질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어서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일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해서 행동하게 됐다”라고 수상 작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환자 숫자에 비해 의사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피하는 진료과에는 전공의도 없어서 환자가 감당이 안 되어서 간호사로 입사하면서부터 환자에 따라 오더(처방)내는 방법을 배웠다”라며 밀려드는 환자를 담당 의사 1명이 감당하려면 보조하는 간호사가 기초적인 처방을 내고 변경하는 등의 업무를 할 수밖에 없어 간호사 업무는 더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우린라에서 간호사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딴 사실을 고백하면서 의사 수를 대폭 늘리지 않으면 의료현장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 뻔함은 물론, 간호사 수를 대폭 늘린다고 해도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의료현장에 남는 임상간호사는 늘어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김한나 간호사는 “동료들이 유산과 불임, 난임으로 많은 아픔을 겪고 한 달에 한두 번 밥을 먹고 화장실도 못 가서 월경으로 바지가 다 젖은 줄도 모른 채 일하다 환자가 알려준 적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병원을 떠나지 않고 임상에 있는 이유는 환자의 쾌유를 바라고 돕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임을 강조하며, 병원 현장과 의료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부탁했다. 

북 콘서트를 진행한 이창곤 한겨레 논설위원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배울 정도로 우수한 제도로 평가받는데 현장에서는 환자가 대우받지 못하고 의료인들이 직역 간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라고 현장의 상황을 진단했다. 

이순자 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업무 갈등의 주된 요인은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고 간호사 한 명이 보는 환자의 수가 적정하게 법제화돼야 한다”라면서 “평일에 13명의 환자를 보다가 주말에 6~7명의 환자를 보게 되면 병동의 모든 간호사가 친절 간호사가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적은 수의 환자를 볼 때 마음과 컨디션,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환자의 반응이 정말 다르다”라면서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업무에 쫓겨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영 간호조무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계약돼서 일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퇴사(계약해지)를 한다”라면서 엄청난 체력 부담을 갖고 일을 하다가 일이 익숙해질 정도에 퇴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호소했다.

수상자들과의 이야기 후에는 대학병원에 다니는 간호사 딸을 둔 아버지와 박미경 작가(전태일 재단 기획실장), 이채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이문호 워크인연구소장이 나와 책을 추천했다. 

매일 딸의 퇴근을 기다린다는 아버지는 “간호사가 되면 정규직이고 평생직장인 줄 알았는데 딸을 사지로 보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라고 딸을 지켜보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대부분 30살 이전의 사회 초년생이고 사회적 약자인 간호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퇴근을 못 병원의 직장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두 초과근무수당을 요청하고 단체로 병원과 협상을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라면서 “제 살을 깎아 병원을 움직이고 성장시키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라고 요청했다. 

박미경 작가는 “‘텍스트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는데 수기집을 읽으면서 생생한 보건의료 현실을 알려주는 글의 힘이 대단했다”라고 책을 추천했다.

더불어 “백번의 집회보다 이 수기집이 사회에 미치는 힘과 영향력이 엄청날 것이다”라고 평가하고 “자신보다 타인과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오늘의 전태일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채은 활동가는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게 됐다.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탈수를 겪으며 일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고 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고 우리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의료현장이 바뀌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처우도 좋아질 것 같다”라고 추천했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장은 “책을 읽으면서 고통과 울분, 분노를 느꼈고 흥미진진한 드라마 같았다”라고 평하는 한편, “이러한 공감이 우리 사회를 일깨우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문학적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말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의 답을 찾기 위해 꼭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펴낸 매일노동뉴스의 한계희 대표는 “암 투병하신 아버지를 통해 병원을 겪으면서 ‘불편하다. 병원이 왜 이렇지?’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라면서 “이야기 하나하나가 드라마처럼 잘 써져서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출판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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