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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약물운전 예방, ‘금지약물’식 단순 분류는 치료∙공공안전 동시에 해친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신경정신의학회, 정신과 약물 관련 약물운전 새 가이드라인 마련 추진
경찰청, 법률적 규제 앞서 전문가 단체와 충분한 검토 거쳐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오는 4월부터 시행되는 약물운전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 및 처벌 강화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논의와 홍보 방식이 충분한 의학적 검토 없이 단순화돼 전달될 경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정당한 치료권이 위축되고 오히려 더 큰 안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의사회는 최근 약사회가 배포한 이른바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또는 ‘운전 금지 약물’류의 안내에 대해,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하나 표현과 전달 방식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은 동일한 성분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연령, 체질, 복용 기간, 용량, 병용 약물, 증상 안정 여부, 복용 초기인지 유지치료 단계인지에 따라 실제 운전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마치 일률적인 ‘금지 약물 목록’처럼 제시할 경우, 환자와 일반 국민에게는 “정신과 약을 먹으면 운전하면 안 된다”는 식의 과도하고 왜곡된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

의사회는 ▲의학적 개인차의 무시: 약물 복용 사실만으로 운전 부적합 상태를 단정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지나치게 단순 ▲환자 낙인 효과: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잠재적 위험군처럼 인식 가능 ▲치료 회피와 중단 유발: 생업상 운전이 필요한 환자들이 단속이나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자의적으로 약물치료 중단 가능 등을 우려했다. 

의사회는 처벌 강화와 과도한 공포 조성이 결합될 경우, 환자들이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비순응(non-compliance)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안장애, 우울장애, 불면, ADHD, 조현병, 양극성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은 적절히 치료될 때 오히려 인지기능, 충동조절, 주의집중, 수면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필요한 치료를 중단하면 불안정한 정신상태, 수면 부족, 충동성 증가,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인해 실제 운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즉, 공공안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잘못 설계되면, 약물 복용 자체보다 치료 중단 이후의 질환 악화가 더 큰 도로 위 위험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약물운전 문제를 단순히 법률적 규제나 행정적 단속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찰청은 약물운전 관련 홍보와 단속 기준을 확대하기에 앞서,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내과, 약리학 등 관련 전문가 단체들과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현재의 혼란을 줄이고, 환자의 치료권과 공공안전을 함께 지키기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정신과적 약물의 약물운전에 대한 새로운 전문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를 통해 환자에게는 보다 정확한 안내를 제공하고, 의료진에게는 과도한 방어적 진료 부담을 줄이며, 정부와 수사기관에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물운전 예방에는 적극 협조할 것이나, 그 방식이 ‘약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식의 단순한 공포 조성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며, “경찰청은 법률적 규제 이전에 반드시 전문가 단체들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하고, 정신과 약물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하고 실제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신과 약물은 금지 목록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 개별 환자의 상태와 실제 운전 적합성을 평가해야 하는 의학적 문제”라며, “의사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환자 건강권과 도로 안전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기준 마련에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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