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기고] “ADHD 약물, 마약 입문 아냐”…공인발언, 치료기회 앗아갈수도

최근 일부 공인들의 발언을 통해 “ADHD 치료제가 마약으로 가는 입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왜곡된 주장이라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수십 년간의 연구와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ADHD 진단을 받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향후 불법 마약, 알코올, 담배 등의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일부 연구에서는 적절한 치료가 향후 약물 남용 위험을 낮춘다는 보호 효과까지 보고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UCLA 연구진은 2500명 이상의 ADHD 아동을 수년간 추적한 결과, 치료제 복용 여부와 향후 알코올, 니코틴, 마리화나, 코카인 등의 사용 위험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스웨덴 국가 코호트 연구에서는 ADHD 환자 중 치료제를 복용한 이들이 복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향후 물질남용 위험이 31% 낮았으며, 복용 기간이 길수록 보호 효과가 강해졌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Child Mind Institute의 Steve S. Lee 박사는 “Ritalin 등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학생이 마약에 입문하게 된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약물 남용 위험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ADDitude 매거진 및 브라운대학교 소속 전문가들도 “ADHD 약물은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뇌에서 코카인처럼 작용하지 않는다. ADHD 환자가 처방대로 복용할 때 안전성이 입증돼 있다”고 했다.

ADHD 약물과 게이트웨이 드럭 개념은 다르다. ‘게이트웨이 드럭’(Gateway Drug)이란 용어는 마리화나 등 비교적 약한 약물이 강한 마약으로의 입문 경로가 된다는 가설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ADHD 약물에 이 개념을 단순 적용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의학계에서는 ADHD 자체가 충동성, 위험행동, 환경적 취약성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치료받지 않을 경우 오히려 물질남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위험은 약물 자체가 아니라 치료받지 않은 ADHD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공인의 무분별한 발언이 환자 치료 기회를 막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인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의 근거 없는 발언이 환자와 가족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ADHD 치료에 대한 오해와 낙인은 필요한 치료를 회피하거나 중단하는 사태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는 ADHD를 가진 이들의 삶의 질과 건강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 발언의 책임은 크다.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그 발언은 과학적 사실과 의료적 윤리에 근거해야 하며, 누군가의 생애 첫 치료 기회를 막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의료계는 ADHD 치료제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와 오해를 해소하고,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치료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ADHD 약물은 치료를 위한 도구이지, 마약의 문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을 지탱하는 첫걸음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