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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대책 없는 의대 정원 확대 우려…사려깊은 정책 촉구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에 대해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다. 아직 증원될 인원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의료의 위기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필수의료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며, 이를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나,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의 공백을 메꾸는 것이 아니라, 도심지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의 증가만 초래할 것이다. 

또한, 의사 인력의 증가는 과도한 수요 창출로 인한 국민의료비의 증가와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행위별수가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더 많은 의사가 존재하면 더 많은 행위가 시행될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재정 파탄이 우려되는 현재 시점에서도 10년 혹은 20년 후 건강보험 적자로 인한 국민 부담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기에 암담한데, 의사 숫자의 증가는 예측된 파국을 앞당길 뿐이다. 

영국 NHS의 경우 의과대학의 의사 양성부터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며, 대신 환자들이 의사를 선택할 권리 등은 축소돼 있으며, 늘 공공의료의 붕괴와 의사 파업이 화두가 되고 있고, 미국의 경우 필수의료의 수가가 높고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지만, 환자의 부담은 상당하다. 

이처럼 선진국이라고 완벽한 의료제도는 없으며 각 나라의 의료 제도에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도 선진국에 비해 의사 수가 적다는 주장만 반복하며, 의료 체계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숫자를 기반으로 한 의미없는 결과를 도출해낼 뿐이다. 

다른 나라 의료제도의 불편함은 인정하지 않고 외부에서 볼 때 선망의 대상인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의료인이 되기 위한 더 긴 시간과 난관은 무시하고 결과의 평등을 지향하여 국민의 인기를 얻으려는 목적이 아닌가?

필수의료의 공백을 불러온 것을 과연 의사의 수 부족 탓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힘들게 4~5년간 수련받은 전문과목을 포기하는 까닭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용이나 성형 등에 몰리는 현상을 돈 문제로만 본다면 앞으로도 해결은 요원하다. 

선의의 의료행위에 의한 의료사고에 대해서 구속이나 억대의 배상 판결이 이어졌고, 저수가로 인해서 거대한 위험을 인정받지 못하는 시스템 탓이 크다.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실의 경우에도 코로나 때의 과도한 규제와 인권 문제에 대해 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판례 등으로 인해서 의사들이 입원병실 근무를 기피하고, 입원실이 폐쇄의 수순을 밟았다. 

제도적인 탄압을 해결하고 의술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증원 대신에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정상화가 시급하다. OECD 10만명당 의사 수 이야기만 하지 말고, 같은 행위에 대해서 얼마나 수가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얼마나 하찮은지에 대해서도, 

또한, 지난 수년간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의료수가에 대해서 점검해보기를 촉구한다. 

특히 응급환자 및 중증의 수가는 높이고, 감기 등 경증의 경우에는 보험공단 부담금, 즉 보장률은 낮추어서 가벼운 질환으로 잦은 의료기관의 이용을 자제하고, 정말로 심한 경우의 환자들에게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둘째, 도서 산간 등의 지역 의료에서 국가의 부담을 늘리고, 지역 공공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처우를 현실화하는 과정이 현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 된다. 지방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  

필수의료의 공백을 무거운 문제로 여기고 국민건강을 중시하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의대 증원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아니라는 점을 재고해보면 좋겠다. 진정한 해결책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국민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의료나 교육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의료 붕괴를 촉진시킬 수 있다.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의로 위해를 가하지 않은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적인 보호조치와 수가 정상화가 필수적인데,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의대 증원을 늘리는 미봉책에 대해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부디 충언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고 보다 사려가 깊은 정책을 촉구하는 바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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