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정책 패키지에 대해 의료계와 국민들의 우려가 매우 심각하다.
이번 의료정책 패키지의 목적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국민 중에 누가 이득을 보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들다.
필수의료를 보장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오히려 대한민국 의료를 후퇴시키거나 붕괴시킬 정책 패키지였다.
모순되고 최소한의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아 대한민국 의료를 말살할 이번 의료정책 패키지에 우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강력한 반대한다.
정신건강 영역 문제부터 지적하자면, 필수의료 공백에 대해 그동안 우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수차례 문제 제기해 왔다.
비현실적인 정신보건법, 의사를 인권탄압자나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건들, 불합리한 정신의료기관 규제 등으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자해·타해의 위험이 있는 환자들이 필요한 때에 입원 치료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을 계속 지적해왔다.
이런 문제가 의대 정원 확대로 해결이 되겠는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개선과 의료인에 대한 보호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의사를 배출하더라도 소용없을 것이다.
의사는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 자신도 지켜야 한다.
타인의 생명을 지키려다 의사면허를 잃거나, 노동 강도와 가치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거나, 상식 이하의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는 의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필수의료 공백이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발상은 핵심을 모르는 오판과 궤변일 뿐이다.
이번 정책 패키지는 필수 의료 공백의 근본적 해결이나, 왜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저출산 및 수도권 집중 등과 맞물린 지방 의료 공백 문제 등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없다.
임상 경험이 없는 의사들과 의료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통계 왜곡을 통해 정책을 세우니, 오히려 그나마 남아있는 필수의료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증 의료에 대한 최소한의 보전이나 의료인에 대한 보상 대책이 없다는 점도 개탄스럽다.
어떠한 정책이든 애초에 예상한 것과 달리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 이에 정책 구상과 실제 현장의 조화가 필요하다.
만약 의대 증원이라는 구상이 학자들의 시뮬레이션에서 아무리 그럴듯한 지지를 얻었다 해도, 오류가 있음이 밝혀졌다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바꿔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정부는 마치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의사를 탄압할 계획만 발표하며 선전전만 일삼고 있는 것인가?
잘못된 정책을 막고 대한민국의 의료를 살리기 위해 우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의과대학생, 전공의, 동료 전문의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고대문명 아즈텍에서 흉년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중세 암흑기에 자행되던 마녀사냥이 지금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윤석열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하필 지금 이런 무지성 정책을 발표했는지 단언하지 않겠지만, 대한민국과 의료를 위한 것이라는 포장 뒤로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알고 있는 국민이 많다.
시기심과 무지로 억울한 사람들을 마녀라 처형하는 것에 동조했던 중세인들과 달리, 오늘 대한민국의 국민은 훨씬 더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
당시 억울하게 죽음당한 마녀들에게 빼앗은 재산은 절대로 백성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권력자들의 배만 불렸다. 의사를 탄압하고, 권리를 박탈하고, 진료하기 힘들게 만들어서 과연 누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의사들은 의사이면서, 동시에 환자이자 환자 가족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어떤 의료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외에서 생활해본 사람들은 대한민국 의사들을 통해서 지탱되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탁월함을 실감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와 회원은 우선 환자의 입장에서도, 현재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어 지금보다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훨씬 오래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미래가 걱정이다.
두 번째로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도, 마지막으로 현장의 의료 전문가로서도 우려스럽기만한 이번 정책 패키지를 ‘오판과 궤변의 패키지’라고 판단해 윤석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의 즉각 철회를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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