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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중증·난치성·응급 환자 치료 붕괴…진찰료 올리자

의대정원을 전체 의사 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의료 수준이 비슷한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은 우리나라의 1.3 – 2.8배에 달한다. 

의대 정원에 비례해서 전공의 수가 결정되는데 전공의 수련병원은 대부분 대학병원 또는 큰 종합병원으로서 1차 의료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중증·난치성 환자, 수술 환자와 응급 환자를 진료한다. 

전공의는 단순히 교육만 받는 존재가 아니고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데 필수인력이다. 

매일 외래 진료, 검사 판독, 교육, 연구 및 학회 활동을 하는 교수들이 전공의 업무를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부족하면 중증·난치성 환자들의 치료를 회피하거나 못하게 되며, 응급 환자 진료가 붕괴된다. 이미 이런 참담한 일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은 전공의 수가 부족하고 전임의를 선발하지 못해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수술을 1건도 못하고 있다. 난치성 질환의 지방의료는 전멸 상태이다. 

적은 의대 정원과 전공의 수의 부족은 수련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10월에는 전문학회와 수련병원이 전공의 정원으로 전쟁을 치른다.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선진국 중 전공의 부족으로 중증, 난치성 질환, 응급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나라도 우리나라 뿐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전공의 부족을 들어 본 적이 없다. 

2023년에 신경과 수련병원들 중 10개 이상이 전공의 정원을 단 1명도 배정을 받지 못해서 중증 난치성 환자는 물론 응급 환자도 진료할 수 없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지방을 물론 수도권 대학병원들도 전공의 부족으로 교수를 선발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1000~2000병상 대형병원들의 신경과 전공의 정원이 단 1-2명인데, 외국은 5-10명이다. 

빅5 병원들조차 전공의·전임의 부족으로 중증·난치성 환자의 치료가 엉망진창이 되거나 포기하고 있다. 

게다가 의대 정원과 전공의 부족은 지나친 PA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의대 정원의 증원 효과는 10년 후가 아니고 이들이 졸업하는 6년 후에 바로 나타난다.  

전공의 정원 결정과 배정에 전문학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대 정원과 전공의 수가 부족해 의료후진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인식하고 의대 정원 결정에 있어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진찰료는 미국의 1/8, 캐나다의 1/4, 프랑스의 1/3, 일본의 1/2로 매우 낮다. 정부는 필수 의료과 의사들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고 진찰료 수가를 높여야 한다. 

반면에 국내 소화제, 간기능개선제, 뇌기능개선제, 항생제, 혈류개선제 등 많은 약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잉 처방되고 있다. 다수의 환자들이 필요약 보다 꼭 필요하지 않은 약을 더 먹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해서 처방하는 의사들도 많다. 의사들이 약, 검사 처방 패턴을 개선한다면 수조원의 재정을 마련할 수 있고, 이것으로 필수의료의 진찰료를 단계적으로 1-2만원 높여서 2만원~3만원으로 올려야 한다. 진찰료가 올라가면 진료의 질이 향상되고, 과잉 검사는 줄어들며, 필수의료가 살게 된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진찰료가 우리나라 보다 몇 배 높기 때문에 의대 학생들이 수입에 억매이지 않고 필수 의료과에 지원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가 협력하여서 매년 약, 검사의 과잉 처방의 개선으로 만들어진 재정만큼 진찰료를 올리면, 과잉 약, 검사의 처방이 줄어들고 국민건강이 증진될 것이다. 의사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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