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신뢰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이다.
이에 불법개설기관을 조직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면서도 은닉재산을 통해 환수를 회피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불법개설기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전문수사 역량 강화’가 아닌 ‘보험자 기관의 강제수사권 확대’로 전환시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는 구조적 이해충돌 문제이다. 공단은 보험급여 지급과 환수(부당이득 징수)의 당사자이며, 재정 성과의 압력이 작동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이 기관이 강제수사권 성격의 사법경찰권을 갖게 되면, 형사사법의 기본 원리인 중립성과 비례성보다 재정 회수 논리가 사건 선정과 수사 범위를 좌우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실제로 국회와 언론 등에서도 수사와 정보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핵심 쟁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둘째는 기본권 침해 및 과잉수사 위험이다. 특사경 수사는 형사절차상 권리고지 및 적법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하며, 위법수집증거는 재판에서 배제된다. 적법절차가 충족되지 못하면 신속수사는 오히려 무죄 및 파기환송 등으로 귀결되어 정책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 그런데 공단은 특사경 도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를 신속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들고 있다. 건강보험 청구 관련 정보만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수사에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인데, 수사에 전문성도 없는 공단이 신속수사를 목표로 특사경 권한을 휘두르게 되면, 일은 광범위하게 벌려놓았으나 수사 미숙으로 인해 성과는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는 의료영역 특수성에 대한 고려 부족이다. 의료기관은 응급 및 필수의료를 포함해 시간 민감성과 노동 집중도가 매우 높은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환자 진료에 투자해야 할 인력과 자원이 수사 과정에 동원되어 시간을 뺏기고 활동이 위축되면, 진료 흐름이 방해받아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현실화된다. 의료계가 공단 특사경 추진이 의료행위를 위축시켜 응급 및 필수의료를 위축시키고 환자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행정제재와 형사절차의 중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대응은 환수-행정처분-형사처벌이 결합되는 구조이다. 지금까지는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되면 공단은 환수, 보건복지부는 행정처분, 검찰 및 경찰은 형사처벌을 내리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불법개설기관 관련 사건을 공단 특사경에서만 전담해서 수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만약 공단 특사경이 더해지면 동일 사안에 대한 중첩 제재가 확대되어 과잉금지 위반 논쟁과 의료공급 위축 가능성이 커진다.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보건의료 범죄 전담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공단은 자료분석, 신고, 전문자문 등에 집중해야 한다. 영국과 호주의 사례처럼 기관 간 협업과 연계를 통해 수사 실효성을 높이는 방식이 더 중립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낮은 징수율 문제는 ‘수사기관화’가 아니라 은닉재산 차단 장치와 집행역량 강화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불법개설기관은 사후 수사 이전에 개설 단계에서 최대한 걸러내는 것이 비용 및 효과 측면에서 합리적이며, 이해관계자 참여와 절차 투명성을 갖춘 심의체계로 설계해야 한다.
설사 입법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제대로 된 입법안이라면, 최소한 수사-환수-심사 기능의 법정 분리, 상시적 외부심의, 의료현장 보호 프로토콜, 정보접근 통제 등 강력한 안전장치를 법률과 하위규정에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금융감독원 특사경 운영에서 확인되는 수사업무와 조사부서의 분리, 전산설비 분리 수준의 장치를 사전에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들은 이러한 장치를 전혀 마련해놓지 않았기에 입법안으로서 전혀 적절하지 않다.
불법개설기관 문제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그 수단이 형사사법의 중립성과 의료현장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국회와 공단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은 반드시 폐기돼야 하며,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