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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간호사 골막천자 사건 관련 A재단 상고 이유 대한 반박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정체성과 고발의 당위성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병원에 고용되어 봉급을 받고 근무하는 의사들이 회원으로 되어 있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직역협의회이고, 대상 회원 수로는 모든 의사 직역 단체 중에서 가장 큰 단체이다. 

본 회의 회원은 주로 종합병원, 중소병원, 요양병원 및 의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골막천자’라는 의료행위가 빈번히 일어나는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실제로 골막천자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의사들이 바로 본 회의 회원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A재단은 상고이유서에서 본 회를 개원의사들로 구성된 단체라는 허위 사실로 설명하면서, 의도적으로 해당 고발이 적격하지 않은 고발자에 의한 고발이었던 것처럼 재판부에서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본 회는 해당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하거나 목격한 의사들의 단체이므로, 고발의 적격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까지 골막천자라는 의료행위는 그 위험성과 중요성 등의 이유로 의사인 내과 및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또는 전문의(교수)들이 주로 직접 시행해왔고,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닌 대부분의 의사들도 골막천자를 당연히 의사가 하는 것으로 생각해왔으며, 실제로 의과대학 교육을 통해서도 그렇게 배우고 있다. 

그런데, 2018년 본 회는 이러한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개념이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중 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 A병원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제보를 회원들로부터 받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본 회는 이러한 상식적인 개념조차 대한민국 대표 병원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 자명하고, 이러한 불법 및 편법이 판치게 되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왜곡은 더욱 심화돼 국민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이 초래될 것을 우려했기에, 이를 막기 위해 A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본 회는 A병원의 불법 의료행위를 고발해 당연히 의사가 하도록 되어 있는 의료행위들이 간호사를 비롯한 타 직역이 할 수 있도록 용인되는 것을 막고, 이러한 행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려 불법 및 편법이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서 더 이상 판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고 있다.

◆골막천자 의료행위의 사고 발생 가능성 및 위험성

골막천자는 치명적인 부작용 또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침습적인 의료행위이다. 

A재단에서는 골막천자를 후상장골극에서 시행하는 경우 마치 매우 안전하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사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후상장골극에서 골막천자를 시행한 후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증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다수 확인할 수 있다. 

‘Median sacral artery injury following a bone marrow biopsy successfully treated with selective trans-arterial embolization: a case report, Al Zahrani and Peck Journal of Medical Case Reports (2016)’와 ‘Inadvertent arterial &venous injury by bone marrow biopsy needle: case report on rescue embolization techniques, Tsai and Yu CVIR Endovascular (2020)’ 두 논문은 2016년과 2020년에 보고된 증례들로, 두 증례 모두 골막천자 과정에서 발생한 직접적인 골반강 내 주요 혈관 손상으로 인해 과다출혈이 발생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응급 중재 시술을 통한 혈관 색전술(손상된 혈관을 막는 시술)의 방법으로 치료한 증례들이다.

해부학적으로 후상장골극의 아래인 골반강 내에는 손상되었을 경우 치명적인 다수의 혈관과 장기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만약 골반강 내 혈관이나 장기가 골막천자 바늘에 의해 직접적인 손상이 발생했더라도, 출혈 및 장기 손상 여부 등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고 사실을 즉시 아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골막천자를 통한 골수흡인의 과정에서 흡인되는 골수액은 그 색과 성상이 육안적으로는 일반 혈액과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혈관을 천자해 흡인되는 혈액을 흡인하고서는 성공적으로 골수를 천자했다고 오인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골수천자 후 사고 발생 여부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여부를 의학적인 판단을 통해서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직역인 의사가 골막천자를 시행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데 A재단은 마치 골막천자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없고, 무조건 안전한 검사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학 교과서나 외국 가이드라인에서 후상장골극에서 골막천자를 시행했을 경우에 안전하다고 기술하고 있는 것은 이전에 많이 행해져 치명적 합병증이 많이 발생했던 흉골에 대한 골막천자에 비해서 안전하고 어렵지 않다는 의미일 뿐, 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A재단에서는 상고이유서에서 A병원에서 골막천자 행위를 하면서 경미한 사고는 발생했으나 위중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의료사고의 경우 사고의 경중을 떠나서 환자가 사고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거나 환자와 병원 간 사전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지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드러나지 않은 위중한 사고가 있었는지 여부를 현실적으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에 알려진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A병원에서 이루어진 골막천자는 안전한 의료행위가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다.

침습적 의료행위를 의사만이 하도록 하는 이유는 숙련도 여부와 관계없이 만약 해당 행위 이후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가 아니고서는 즉각적이고 올바른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검사를 추가로 진행할지 여부 등의 판단은 매우 종합적이고 학술적인 영역으로, 의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수련 받은 의사가 아니라면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간호사가 시행한 골막천자로 인한 합병증 발생 시 간호사는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없고, 직접 시술을 시행하지 않은 의사는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환자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말초혈액에서의 채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일반화되기 이전까지 골수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실에서 골수 공여자를 전신마취한 후 후상장골극 여러 곳에 골막천자를 하고 골수를 채취해 이식에 이용했다. 

즉, 지금까지 골막천자라는 의료행위는 수술에 준하는 의료행위로 간주됐던 것이다. 

따라서 골막천자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인정된다면, 현재 수술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수술도 반드시 의사가 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비의사에 의해 자행되는 대리 수술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 등을 고려했을 때, 상식적으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국민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제도와 교육시스템이 다른 외국의 사례를 섣불리 국내에 적용하는 행위의 부당성

의료 시스템과 제도가 판이한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적용하여 무면허 의료행위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료 수준이 현저히 낙후된 국가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의료 수준이 비슷하거나 높은 국가들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인들의 업무 범위는 국가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해당 국가의 의료인 수급 현황이나 국민적 인식, 의료 제도, 의료 인프라, 관련 법령 등을 바탕으로 의료인간 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명확한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에서 업무 범위를 설정한다. 

따라서 국가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대한민국보다 더 좁게 인정하는 국가도 있다.

실제로 미국 및 유럽 등에서는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에 대한 교육과정과 보수교육 과정을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PA 제도를 공인된 자격증 제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PA에 의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PA가 지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에는 외국과 같은 체계적이고 철저한 PA 교육 시스템도 없고, PA에 의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도 PA가 지지 않고 있다. 

즉,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 PA에 의한 의료행위는 불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본 회의 고발 이전까지 국내 일부 병원들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골막천자를 한 경우가 바로 대부분 간호사인 PA들에 의해 이루어진 불법 의료행위의 경우이고, A병원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간호사 자격과 숙련도를 바탕으로 골막천자 의료행위 가능 여부를 평가하는 행위의 문제

A재단은 A병원의 경우 일반 간호사가 아닌 종양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전 판례나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도 어디까지나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전문간호사는 간호사가 모든 영역의 간호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호업무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만들어진 제도이지 의사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종양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비롯한 골수검사의 지식을 배우는 이유는 해당 의료행위의 원리와 과정, 합병증 등을 정확하게 알아야 종양 환자를 간호할 때 보다 전문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일 뿐, 골막천자를 직접 수행하게 하기 위함이 절대로 아니다. 

또한 이번에 고발된 간호사의 근무 시기나 전문간호사 자격 취득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이전에는 골막천자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그리고 해당 의료행위의 숙련도는 무면허 의료행위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번 사건에서 골막천자를 직접 수행했던 간호사가 숙련도가 높아 한 건의 의료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해당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불법 대리수술 문제도 사고만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또한, 처음부터 숙련된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해당 간호사도 비숙련기간이 있었을 것이다. 해당 간호사의 비숙련기간 동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 다른 간호사들도 비숙련기간 동안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고, 숙련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나 해부학적 기형 등의 문제로 언제든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국내 의료진이 국제 학술지에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시행했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과 무면허 의료행위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불법성 여부가 강하게 의심되는 의료행위를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만약 해당 논문의 바탕이 된 연구를 진행하면서 최소한 환자에게 간호사에게 골막천자를 시행해도 되는지 여부에 대한 동의도 받지 않았거나, 간호사 골막천자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조차 하지 않았다면, 고의로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 사례로 판단된다. 

이어 의사가 직접 하지도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서 만약 환자에게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건강보험공단에 수가 지급을 청구했다면, 이는 환자 기망행위이자 부당청구 행위에 해당되므로 오히려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타 병원 불법 행위 폭로를 통한 무리한 정당성 확보 시도 및 불법성 인지 여부

A재단은 상고이유서를 통해서 본 회의 고발 이전까지 A병원 이외에도 네 곳의 대형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골막천자 행위가 있어왔다고 폭로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자신들의 행위도 정당하다는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불법 행위를 자신들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 병원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처벌할 수 없다는 궤변에 불과하다. 

먼저 A재단이 언급한 네 곳의 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골막천자 행위가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고, 해당 행위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가 진행된 바도 없기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물론 재판부나 검찰 등에서 해당 병원들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여 해당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A병원 간호사의 골막천자 행위가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골막천자가 이루어지는 국내 수 십 곳의 병원들 중에서 A재단이 언급한 병원이 A병원을 포함한 다섯 군데 밖에 없을 정도로 극소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사가 골막천자를 수행해야 하고 간호사를 비롯한 비의사가 해당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의료계 내부에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본 회의 고발이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A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들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의료계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었고, 이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해당 병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분노했으며 이러한 분노가 결국 제보 및 고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A재단은 간호사에게 골막천자를 지시한 의료진과 골막천자를 수행한 간호사 모두 해당 행위가 불법행위였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사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부 병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수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일반적인 의사들은 그 사실을 듣자마자 그 불법성을 바로 인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불법성 인지는 일반적인 간호사들에게 질의해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2018년 본 회가 해당 건으로 A병원을 고발하자 기존에 간호사가 골막천자 수행하던 일부 병원들마저도 모두 골막천자를 의사가 하도록 전환한 것으로 보이고, 본 회가 조사한 결과 현재는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수행하는 병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미 타 병원들에서도 해당 행위의 불법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앞으로 고발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의료계와 간호계 모두가 아는 불법성을 국내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A병원과 해당 의료진만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다양한 의료행위가 혼재돼 있는 골막천자의 특수성

골막천자는 환자의 둔부 상단에 있는 후상장골극에 일반적인 정맥 주사침보다 수 십 배 굵은 주사침을 찔러 넣어 뼈 속에 있는 골수만을 선택적으로 채취하는 대표적인 침습적 의료행위로서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이 시행하는 채혈이나 정맥주사와는 달리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시술 중 환자가 통증 등으로 인해 움직이게 되면 골반 내에 있는 혈관이나 장기에 직접적인 천공이나 파열까지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성인의 경우는 국소마취를 시행한 이후에 시술을 진행하고, 소아의 경우는 국소마취뿐만 아니라 수면 진정 마취까지 하여 환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시술이다. 

이러한 복잡하고 위험한 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에, 골막천자 시술을 시행하기 이전에 시술을 담당하는 의사는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시술 과정과 합병증 등을 설명한 후 동의서를 받는다.

이렇게 설명 및 동의 과정을 거치고 마취 행위까지 동반해야 할 수 있는 시술을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한다면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동의서 취득, 국소마취, 진정 수면 마취까지도 간호사가 직접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된다. 

이는 수술 및 시술에 대한 동의서 취득과 마취 행위를 의사만이 하도록 규정한 기존 판례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만약 동의서 취득과 국소 마취 및 수면 진정 마취는 의사가 하고 간호사가 골막천자 행위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다. 

왜냐하면 환자에게 동의서 취득과정에서 모든 설명을 다 하고 직접 국소마취를 하기 위해 무균 장갑까지 낀 의사가 곧바로 이어지는 골막천자 행위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해도 된다는 의미에는 동의서 취득 및 마취 행위 또한 간호사가 해도 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법령으로 모두 구체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의료행위의 복잡성과 통상적인 절차

의료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고, 매일 새로운 치료법과 술기, 약제들이 쏟아지고 있는 복잡한 분야이다. 이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새로운 의료행위들의 시행 주체를 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환자들에게 가장 안전하면서도 의료 행위에 의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비교적 명확한 의사로 하여금 대부분의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상당한 기간을 두고 해당 행위의 안전성과 숙련도 등을 평가하여 타 직역도 해당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절차였다. 

이렇게 허용된 의료 행위가 방사선사가 수행하는 방사선 촬영, 물리치료사가 수행하는 물리치료, 간호사가 수행하는 정맥채혈 등이다.

간호사가 골막천자 시술을 시행한 이번 사건의 경우와 같이 의료법 및 시행규칙 등에서 명확하게 무면허 의료행위 여부가 판별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 행위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통상적인 업무 범위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간호사에게 허용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의료행위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침습적(invasive) 의료행위이다. 

침습적 의료행위는 주사 행위, 특정 장기에 대한 시술 및 수술 등 환자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행해지는 의료행위이며, 부작용 및 합병증 유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맥 채혈 및 주사와 같이 장기간 검증된 일부 행위를 제외하고는 의사만이 하도록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행위이다.

그런데 A재단은 정맥채혈의 예를 들면서, 정맥채혈도 침습적인 의료행위이고 최근까지도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 행위로 간주되었으며, 합병증 발생 보고가 자주 있는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골막천자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골막천자보다 정맥채혈이나 주사가 더 위험한 의료행위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채혈 및 주사 등을 위한 정맥에 대한 침습적 접근법은 의과대학뿐만 아니라 간호대학에서도 이미 배우고, 실제 임상 실습 과정에서 술기로 습득을 하고 있다. 

또한 정맥채혈은 의료현장에서 수 십 년의 기간 동안 간호사가 수행하였고, 발생하는 합병증도 대부분 정맥염 등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거나 예측 가능한 문제이며, 전국 병의원에서 하루에도 수십만 건 이상 이루어지는 매우 흔한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간호사가 시행해도 무방한 의료 행위로 인정된 것이다. 

반면, 골막천자의 경우는 시행하는 병원이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들뿐이고, 정맥채혈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드물게 이루어지는 시술이다. 

절대다수의 병원에서 골막천자는 의사가 시행하는 의료행위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간호대학 실습과정에서 골막천자 술기에 대한 실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발생할 수 있는 위중한 합병증은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골반강 내 장기 손상이나 대량 출혈 등으로, 이에 대한 대처를 간호사가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골막천자 의료행위가 간호사에게 허용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파장

A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 시술을 한다고 해서 이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인정되는 침습적 의료행위는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는 골막천자 시술을 시행하는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 해당 행위를 간호사가 하고 있어야 하고, 간호사가 그 행위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환자들에게도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간호사에게 골막천자 시술을 맡기는 병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A재단은 A병원 환자 및 보호자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마치 모든 환자들이 동의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병원에 몸을 맡기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원의 탄원서 작성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탄원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일반 환자와 국민들의 동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의료의 최종 목적은 환자의 치료를 통해서 국민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료 행위의 주체를 정할 때 상당수의 의료 행위를 의사에게 직접 시행하게 하고, 그 책임을 지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시행 주체를 정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하고, 의사가 시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의료행위가 되려면 수많은 검증과 연구, 그리고 보건의료인 전체의 동의 및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간호사의 정맥 채혈 및 주사 행위도 오래전부터 통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음에도 최종적으로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행위로 결정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의료행위, 그중에서도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와 법체계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을 해왔다. 

그런데 만약 골막천자라는 매우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된다면 골막천자에 비해 덜 침습적이지만 지금까지 의사가 하도록 규정해왔던 수많은 의료행위들의 행위 주체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번 A병원 간호사 골막천자 사건은 그 판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인 업무 범위와 관련된 문제에서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만약 의사를 제외한 직역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결과가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재판부에서도 인지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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