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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분석심사 중 전문가심사제도, 정부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삭감‧실사 도구로 악용 ‘주장’

병의협, "의료계 내부 갈등 심화 우려…역량 갖추긴 전까지 거부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분석심사 선도사업 중 '전문가심사제도'가  분석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의 책임을 정부가 의료계에 전가시키고, 삭감과 실사 등을 원활하게 하는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전문가심사제도가 동료평가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심사제도는 의료계 내부적인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심사제도 및 분석심사의 전면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특히 의료계에서는 자체적인 심사평가에 대한 역량이 갖추어지기 전까지는 동료평가제에 다름 아닌 전문가심사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은 29일 '분석심사 성명서 3'에서 ‘전문가심사제도’와 관련 이 같은 생각과 주장을 밝혔다.

전문가심사제도는 실효성 없이 정부의 면피용 도구로 이용될 것이며, 의료계 내부의 갈등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분석심사의 심사 방식 중에 이전의 건별 심사 방식과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이 바로 의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의료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전문가심사제도이다. 분석심사 선도사업 지침에서 정부는 전문가심사제도 도입의 취지를 ‘요양기관 진료현상 파악을 위한 분석지표 개발, 중재 및 심층심사 등 심사과정 전반에 의료현장 전문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임상현장 반영 및 의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의료의 적정성을 심사함으로써 요양기관 수용성을 제고하고 심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병의협은 “이 전문가심사제도는 작년에 이슈화 되었던 경향심사에도 ‘동료평가제’라는 이름으로 포함되어 있던 항목이다. 전문가심사제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주장하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 병의협, PRC SRC는 심평원 분석 내용 승인하는 수준 이상 결정 힘들 듯 '주장'

특히 전문가심사위원회(PRC)와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와 관련, ‘심평원에서 분석해 온 내용들을 거의 그대로 승인하는 수준 이상의 결정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는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심사제도에는 전문가심사위원회(PRC)와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라는 이름의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심사 기구들이 있다. 전문가심사위원회(PRC)는 권역 내 요양기관 모니터링, 분석 및 심층심사를 포함한 다양한 중재방안을 설정하고 수행하는 조직으로 정의되어 있다.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는 심사주제에 대한 분석지표 개발 및 의학적 근거자료 마련 등 심사기반을 조성하고 전체적인 모니터링 및 PRC 운영 관리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병의협은 “이 내용만을 보면 마치 기존에 심평원에서 하던 모든 심사관련 업무를 이 조직들이 대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 그 이유는 아래의 주제별 분석심사 업무흐름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분석심사 대상 질환을 진료하고 공단에 청구를 하게 되면, 기존에 심층심사 대상 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심평원에서 필수 점검 사항만을 점검하고 심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병의협은 “그런데 심평원에서는 전체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지표결과(분기)와 심사결정자료(월) 등을 활용하여 다차원 관찰과 분석을 실시하여 변이기관을 추정하고 상세 분석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변이가 있다고 판단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심평원에서 중재(웹 정보제공, 서면, 유선, 대면)를 실시하고, 중재 이후에도 변이가 지속되면 심층심사 기관으로 지정하여 심층심사를 하게 된다.”고 했다.

결국 해당 의료기관이 심층심사의 대상이 될지 말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바로 심평원이라는 뜻이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병의협은 “그리고 심층심사 기관으로 지정되어도 PRC에서 본격적인 심층심사를 하기 이전에 심평원에서 필수점검 뿐만 아니라 지급보류 처리를 하고, 의무기록 등을 요청하여 집중 분석을 먼저 한다.”면서 “이러한 과정 이후에 심층심사를 위해서 PRC에 상정을 하게 되는데,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간적 제약 등의 이유 때문에 PRC에서는 심평원에서 분석해 온 내용들을 거의 그대로 승인하는 수준 이상의 결정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는 각 위원회의 세부구성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전문가심사위원회(PRC)는 주제별, 지역별로 의학단체 추천의 임상 전문의 중심으로, 심평원 심사위원을 포함하여 7인 내외로 구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는 전문학회 등 의료전문가 중심으로, 심평원 심사 평가위원, 보건통계학자 등을 포함하여 12인 내외로 구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병의협은 “PRC와 SRC 모두 심평원 위원이나 비의료계 인사가 포함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는 의사들과는 다르게 심평원 위원이나 비의료계 인사들은 위원회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다.”면서 “결국 위원회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이들이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심사를 담당할 전문성 있는 인력들이 의료계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PRC와 SRC 위원을 의사협회, 의학회, 지역의사회 등에서 추천하여 구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의학회는 물론이고 상당수의 지역의사회와 의협 집행부 내부에서도 분석심사 참여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들은 심사를 담당하는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처럼 보여서 이를 찬성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지역의사회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전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의협은 “가장 큰 문제는 심사를 담당할 전문성 있는 인력들이 의료계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심평원에 자문을 하는 의사들이나 대학교수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의 자문이 심사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도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부분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심평원에서 유도하는 방향으로 자문을 내놓은 것이 일반적이다. 가뜩이나 정부가 짜놓은 판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마당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 의사들은 위원회 내부에서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분석심사 내에서의 전문가심사제도는 진정한 전문가 심사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병의협은 “하지만 정부는 이 전문가심사제도를 통해서 내려진 결정을 의사들의 결정으로 포장하여 의사들의 반대 논리를 무마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전문가심사제도에서 운영되는 위원회는 현재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처럼 정부의 정책 추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다. 

병의협은 “그리고 의사들이 직접 결정내리는 것으로 포장된 PRC나 SRC를 통해서 심사를 받고 불이익을 받게 될 대상들이 바로 의료기관 및 의사들이라는 점에서, 전문가심사제도는 의료계 내부적인 갈등도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는 자체적인 의료정책 수립 및 심사평가에 대한 역량이 갖추어지기 전까지는 동료평가제에 다름 아닌 전문가심사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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