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중재안의 쟁점 중 하나인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 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회장 김희영)는 4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특성화고 위기 몰고 올 정부 여당의 간호법 중재안 반대’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간호법과 관련된 여당과 간호조무사협회, 야당과 간호협회의 대립이 연일 뜨겁다. 최근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간호협회에 당정이 지난 11일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외쳤고, 대한간호협회와 야당은 ‘간호법 원안’을 고수할 의지를 밝혔다.
간호법에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이 고등학교 졸업 또는 간호조무사양성학원 수료자로 명시돼 있고, 간호법 중재안에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으로 수정돼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고등간호교육협회 측에서는 ‘간호법 중재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협회는 관련 단체들과 지난 4월 18일 국회 앞 기자회견, 평일 1인 시위에 이어 다시 한 번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간호사로서가 아닌 교육자로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전국직업계고 간호교육교장협의회 정연 회장(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 교장)은 “정부와 여당의 중재안은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를 허용하는 것이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을 특성화고 간호관련학과 졸업 이상으로 하면 이것을 근거로 전문대에 간호조무과가 설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 회장은 “전문대에 간호조무과가 생기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학력 상한선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가·사회적 측면에서 훨씬 더 통합적으로, 미래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고졸과 대졸 간호조무사의 임금 차별 등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결국 학력 인플레이션, 교육비 증가 등으로 사회·경제적 비용만 늘 것이다.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짜인 중등 직업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연 회장은 “이는 ‘양질의 고졸 일자리 창출 정책’을 버리고 직업계고교를 고사시키는 일이이며, ‘직업교육의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일이다. 현행 의료법에서도 고졸 또는 대졸 이후에 간호조무사양성학원(1년 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매년 배출되는 간호조무사가 35,000명 내외이며 이들의 직무수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 김희영 회장은 “현행의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을 변경하는 중차대한 정책을, 한마디 논의도 없이 중재안에 끼워넣는 일은 옳지 않다. 우리 제자들은 자신들의 직능단체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거대 직능단체들의 횡포와 당리당략으로 호응하는 정치인들에 맞서 학생들과 공교육의 미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고등간호교육협회는 ▲정부·여당은 간호조무사 자격 기준 중재안을 당장 철회하고,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직업교육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 보수교육 권한을 자격 조건을 갖춘 모든 단체에 개방해 보수교육 질을 높일 것, ▲교육부는 간호조무사 양성학과의 평생학습 경로를 마련하고, 교과 교사들에게 ‘간호’ 표시 과목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측은 “‘간호조무사 학력 기준’ 변경은 간호조무사 내에서 높은 수요로 인해 추진되는 사항이며, 전문대 간호조무과 활성화를 통해 의원급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2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교육부는 당정이 협의하는 ‘간호법안 중재안’을 존중하며, 추진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차별이나 불이익이 없도록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 특성화고 등 교육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