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치매 케어에 간호조무사를 상당수 활용하고 있는 현재, 향후 치매 간호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 및 전문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치매노인을 위한 공적 책임의 강화' 주제로 제2회 보건사회연구 콜로키움이 개최됐다. 이날 '간호학적 관점에서 본 치매대응체계 진단과 제언' 주제로 한양대 간호학과 홍귀령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2012년 WHO 자료에 따르면, 치매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65세 이전 치매 발병률은 2~10%이지만 85세 이상의 경우 치매 발병 가능성은 35~50%에 이른다. 2016년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체 노인인구 중 치매 노인은 약 9.9%이며, 2040년에는 약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현황 속에서 치매 환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인지저하, 점진적 신체기능저하, BPSD(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정신행동증상) 등이 있고, BPSD가 치매노인 장기요양 시설 입소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홍 교수는 "치매는 복잡한 간호요구를 발생시키고 있다."라면서, "치매 비용을 살펴보면, 의학적 비용보다는 대부분은 조호(助護)비용이며, 치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지난해 약 13조 원이었다. 그런데 10년 단위로 약 2배씩 증가해 2050년에는 약 10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올해 나온 외국 논문(Avalere Health, 2016; Alzheimer's Association, 2017에서 재인용)을 살펴보면, 치매 어르신들은 관상동맥질환, 당뇨, 심질환, 신장질환, 폐질환, 뇌졸중, 암 등의 만성질환을 기본적으로 동반한다. 또,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치매 노인은 기저질환이 없는 치매노인보다 병원 입원일수가 현저히 높았다."라고 했다.
홍 교수는 "미국에서 나온 자료(Kochan et al., 2016; Alzheimer's Association, 2017에서 재인용)인데, 2000~2014년 사망진단서 통계에 치매로 사인이 밝혀진 경우는 89%로 증가했으나, 심장질환과 같이 하나의 질환으로 사인이 밝혀진 경우는 오히려 14%가 줄어들었다. 즉, 점점 치매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라면서, "미국 통계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사망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한다."라고 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홍 교수는 치매를 네 가지 문제로 요약했다. ▲비용증가, 치매특별등급 신설 · 관리 등 '국가적 문제', ▲가족의 스트레스와 부담감 등 '가족적 문제', ▲전문인력의 부재 등 '인력문제',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으로 알 수 있는 치매 노인 서비스 시스템의 이원화('시스템적 문제') 등이다.
한편, 올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치매케어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총 344,242명이고, 요양보호사 313,013명(91%), 사회복지사 14,682명(4.3%), 간호사(0.8%) 및 간호조무사(2.6%) 11,755명(3.4%), 물리치료사 · 작업치료사 1,974명(0.6%), 의사 1,683명(0.5%), 치위생사 5명(<0.01%) 순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2010년 10.8명, 2015년 11.3명이다. 홍 교수는 "병상규모 확대 및 입원환자 수의 증가세를 간호채용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 요양병원 인력의 핵심은 간호사이지만, 간호인력 등급의 상위등급 기준을 맞추고자 간호사 부족분을 간호조무사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 현상은 대형병원일수록 더 두드러진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보건복지부 회의에서 간호사가 너무 없다고 다들 말한다. 그게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의료인 등의 정원)를 보면 요양병원과 관련해 간호사 정원의 3분의 2를 간호조무사가 채울 수 있다고만 나와 있고,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어떠한 간호 행위를 위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침습적(invasive)인 간호행위조차도 간호조무사가 다 하고 있다는 것 자체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간호조무사가 일정 수준 확보된 상태에서 간호사가 투입될수록 간호 질은 향상된다. 홍 교수는 모든 간호행위가 간호조무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필요한 요양 및 의료통합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간호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발제에서, 지역사회 재가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와 요양이 분리된 상태에서 요양 위주의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점이라면서, 지역사회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치매환자가 다른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중증 치매는 BPSD와 같이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지역사회 재가서비스의 의료와 요양서비스의 통합이 치매 케어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지난해 심평원 자료에서 OECD 국가의 진료 효과성 지표를 가져왔는데, '약물 과다투약 및 투약 오류'의 경우 간호사들이 많이 하는 역할을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질 지표로 이런 것들을 넣어서 평가해야 정확한 질 평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김은희 & 이은주가 2015년 발표한 '요양병원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입원환자의 간호결과' 연구 자료에 의하면, 간호인력 1인당 환자 수는 간호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김윤미, 이지윤 & 강현철이 2014년 발표한 '요양병원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확보수준과 이직률이 입원환자의 건강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의하면, 요양병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증가할수록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ADL)이 감소하고, 욕창 발생률이 증가하며 욕창 악화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 교수는 "전문간호사 제도는 2003년도에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이 제정됨에 따라 지금까지 시행됐고, 보건복지부에서 자격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간호사도 활용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전문간호사를 얘기하는 게 뜬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라면서, "어쨌든 이렇게 잘 준비된 직역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국내에서는 치매전문간호사가 일부 인천을 제외하고 시도조차 안 되고 있는데 장차 비용 커버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외국의 경우 노인을 케어하는 인력이 간호에서만 RN(Registered Nurse), LPN(Licensed Practical Nurse), CNA(Certified Nurse Assistant) 등으로 나뉘어 있다. 굉장히 구분이 잘 되어 있고 직역 간 혼돈이 없다. 국내에서는 각각의 직역의 직무 기술이 분명한데도 이게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치매에서는 모든 직역이 본인 직역 · 직무 기술을 잘 유지하면서 상호 협동하면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이 혜택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2년 발표된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치매노인과. 요양보호사의 관계와 돌봄 경험에 관한 연구'(전용호)에 따르면,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못하고, 공공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채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또한, 서비스 공급이 민간기관에 맡겨지면서 회계부정, 인력배치 기준 위반, 수급자 유인 알선, 허위부당청구 등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우덕 연구위원이 발표한 '노인 건강 및 장기요양정책의 현황과 과제'에서는, 현재 만 60세 이상이면 본인의 희망에 따라 치매선별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정밀진단 및 감별진단이 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때 저소득층 치매 노인에게 월 3만 원을 상한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이분화돼 있어서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이 많은 혼선을 겪고 있다. 복잡하다 보니 서비스 이용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이 초래되고 있다. 이분화된 체계가 이른 시일 안에 통합돼야 한다. 만일 통합될 확률이 없다면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방문 간호서비스에 대해 홍 교수는 "노인분들은 가능한 한 익숙한 환경 속에서 보호자와 함께 있는 게 좋다. 치매 어르신들이 방문간호 서비스를 받아서 재가에서 잘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게 간호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라고 했고, "현재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은 각각 분절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역 내 · 직역 간 통합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중요하다고 강조된 치매사례관리(Case Management)는 가족 부담감, 환자의 케어 욕구, 삶의 질 등에 큰 효과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DementiaNet이라는 통합된 네트워크에 근거한 케어를 제시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치매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의료와 비의료 서비스 간의 통합을 시도한 PDC(Partners in Dementia Car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전자 케어 정보 시스템을 통해 환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끝으로 홍 교수는 치매 대응체계에 관해 ▲U-Health를 이용한 치매 환자 케어, ▲전문간호사의 활용, ▲지역사회 통합 재가센터 개설, ▲치매 케어 인력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 등을 제언했다.
홍 교수는 "노인들 대부분이 어떤 시설에 입소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본인이 살던 장소(Aging in Place)에서 지내길 원한다. 국외 연구에 의하면 스마트 홈 서비스를 통해 노인들의 일상생활활동, 인지 감소, 심장 상태를 상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연구에서는 U-Health의 일환으로 고혈압, 당뇨, 치매를 모니터링한 결과, 노인들의 치료와 약물에 대한 순응도 및 만족도가 증가했음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방문간호에서도 간호사보다는 간호조무사가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낮은 수가, 인력 규정, 비용절감을 위한 간호조무사 고용으로 인해 방문간호는 장기요양보험 내에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못 하고 있다. 간호조무사 중심의 단순한 간호서비스 제공은 지역사회 삶의 현장에서 노화를 영위하기에 매우 불충분하다."라면서, "장기요양보험의 방문간호에서도 대상자의 질병 및 장애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바탕으로 질병관리 및 악화방지를 위한 통합적 서비스 제공과 연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즉,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의료 및 간호 처지 이외에 요양 및 가사지원의 의료복지서비스 제공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또, 의료법에 근거한 전문간호와 요양서비스가 통합된 홈케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하면서, "치매 케어 인력의 질 향상을 위해 치매 케어 프로토콜 · 가이드라인이 개발돼야 한다. 또한, 관련 인력에 대해 정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했다.
치매케어 프로토콜과 가이드라인은 실무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 · 보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가 필수적이며 정기적으로 새로운 지식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양성 인력의 교육 인력 등록과 관리, 경력 사다리로 인센티브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