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이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권한으로 상정되지 않으면서 간호법 제정 여부는 다음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정된 27일까지 미뤄지게 됐다.
만약 간호법이 이번 본회의에서 상정되고 가결 또는 부결됐다면 이로 인한 후폭풍은 더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늘어난 2주라는 시간이 길고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보건의료 직역간 대화를 위한 시간으로 효과적으로 사용됐으면 한다.
간호법이라는 법이 가지는 상징성은 작지 않다. 의료법이라는 단일체계에서 유지돼 온 보건의료체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법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법 체계 내에서 잘 다뤄지지 않고 있는 간호와 돌봄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규정할 필요는 있다.
문제는 그런 중요한 법이, 다른 보건의료직역들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통과 여부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간호법이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해도, 간호법의 제정이 약소 직역의 직무를 침범한다는 우려는 그냥 간과할 수 없다.
간호협회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과도한 업무를 줄이기 위함이고 다른 직역의 직무를 침범할 의도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보건의료단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간호협회는 회원 수도 많고 단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약소 단체들은 “우리는 간호법처럼 단독법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고 이전에 간호사의 업무 침탈을 경험해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는 방법은 대화 외에는 없다. 어쨌든 법만 제정되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아니라, 간호법의 제정 목적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호협회의 홍보 방향성은 일견 대국민, 대국회쪽으로 치우쳐져 보인다.
간호협회가 주장하는 간호 인력 확충과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를 제한하는 등 근무 환경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틀만 갖춘 간호법의 제정이 극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길게 보고, 다른 직역들과 협업을 통해 해결해가야 할 문제이다.
한편, 보건의료연대는 간호법 통과 시 총파업을 예고하고, 간호법에 대한 우려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타 보건의료단체들 역시 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오죽하면 간호협회가 그렇게까지 했겠는가 생각도 든다.
간호법 제정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간호법은 그저 방법의 문제일 수도 있다. 사실 간호법은 명목상 법일 뿐, 극적으로 간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간호법을 둘러싸고 양측의 대응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향후 문제 해결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화가 어려웠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 도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보건의료단체들이 진정으로 직역 이기주의가 아닌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한다면, 양쪽 모두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합의안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