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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대전협, 의사 파업 전 마지막 호소…“정책,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해 달라”

강민구 대전협 회장,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전환과 재정 확충, 건강보험 개혁 등 제시해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보건의료 현안과 관련해 “시민 여러분들과 오해를 풀고, 누군가의 아들·딸로 인간적이고 지지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라고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는 보통 사람임을 강조하며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5월 2일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간호법과 의사 면허 취소법, 필수의료 등의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간호사들의 열악한 환경 ‘인정’…다만, 간호법 통해 대리 수술·처방이 합법적으로 이뤄질 가능성 있어

강 회장은 간호법과 관련해 “원내 간호사와 전공의, 임상심리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직역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의료인 1인당 환자 수 제한 ▲근로시간 단축 ▲수면시간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너무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많은 간호사들이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초과근무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이기 때문으로, 대전협은 젊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1인당 환자 수 5명 제한 ▲무임금 노동 근절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불필요한 위계질서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강 회장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간호사들처럼 주당 100시간 및 36시간 연속으로 일하면서 살인적인 노동의 사각지대 속에 있는 전공의와 임상심리사 수련생 등 다른 직역에도 정치권 등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대전협에서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의사한테 진료받지 않도록 전공의 24시간 연속근무 제한을 추진하고 있으며, 협의체를 통해서 정부와 의료인력을 비롯해 중증·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에 근로시간과 인력 기준 확보를 전제로 논의에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강민구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발의돼 논의되고 있는 24시간 연속근무 제한을 골자로 하는 통칭 ‘전공의과로방지법’이 올해 상반기에 조속하게 통과되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대리 수술과 대리 처방이 만연한 병원 현장에 대해서 분명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전했다.

이와 함께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의사가,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가 해야 할 일은 간호조무사가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동의하며, “병원에서 다른 전문 영역을 가진 간호사한테 무면허 수술·처방을 종용하는 현 상황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특히, 2015년 전공의법 도입에 따라서 전공이 주 80시간 제한 이후 남은 업무를 전문의를 추가 채용하기보다는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통해서 해결했던 것이 현실이며, ‘PA’ 이름으로 병원 경영에 어려움 등을 고려해서 대리 수술·처방을 압목적으로 승인했던 관행이 있어왔던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강 회장은 간호법과 관련해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 예정인 진료 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와 간호법 원안의 주요 내용 등을 종합해 고려한 결과, 간호법 등을 통해 병·의원급과 지역사회 각종 센터에서 의사 없이 각종 수술·시술 등의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대리 수술·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해 줄 것을 강 회장은 호소하는 한편, 향후 의료계 내부에 대리 처방·수술 근절 운동을 포함한 자정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며, 무면허 의료행위 종용시 법적 대응·공론화 등을 통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의사 면허 취소법, 의사들의 노동 3권 제한하는 ‘의사 파업 방지법’에 불과해

‘의사 면허 취소법’에 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입장도 발표했다.

우선 강 회장은 “저희도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르면서 직업 윤리를 저버린 의사들과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라면서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 면허 취소 요건 강화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는 ‘의사 면허 취소법’의 “모든 범죄에 대해서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분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라는 조항은 의사들이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와 관련해 면허 취소를 걱정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강 회장은 ‘의사 면허 취소법’이 업무 개시 명령과 엮여 파업 가능성을 비롯한 기본적인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업무개시 명령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헌법 제12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7조에 위배됨은 물론,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29호와 제87호 및 국제연합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금지돼 있음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은 최근 국제노동기구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업무 개시 명령이 노동권 위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격렬한 공방이 오가기도 했음을 전하면서 업무 개시 명령 때문에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국격이 훼손되고 있음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강 회장은 “전공의는 주 100시간씩 일하면서 36시간 연속 근무를 일상적으로 하면서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주 100시간씩 일하는 ‘전공의’ 이름을 가진 노동자의 파업은 최소한의 노동 3권이자 시민들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단체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의사 면허 취소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의사들은 파업 시 업무 개시 명령의 불이행에 따른 의사 면허 취소를 각오하고 해야만 하는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업무 개시 명령을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의료인은 주로 필수 의료 종사자라는 것과 최근에는 119 응급환자 강제 수용 시행 규칙으로 실질적인 치료 방안이 없어도 일단 환자를 강제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심장 조형술을 시행할 수 없어 치료가 불가능한 흉통 환자를 병원에 데려오더라도 무조건 수용해야만 하는 의사한테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강 회장은 “앞으로 젊은 의대생들이 이렇게 규제만 많아지는 필수의료 영역에 소송 위험을 감내하고 지원을 할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의사 파업, 정당한 노동권 확보 위한 움직임…환자 위해서라도 의사 파업권 확보해야

매년 파업을 논의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3차례만 파업한 의사들의 파업을 다르게 보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제기됐다.

강 회장은 “간호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에서 ‘돈보다 생명을!’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거의 매년 파업을 도모하고 있다”라면서 의사들이 펼친 2000년과 2014년, 2022년에 이뤄졌던 파업도 동일선상으로 봐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대전협에서는 보건의료노조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이기적인 파업을 하고 있다고 보지 않고, 보건의료노조 또한 원내 의료인의 정당한 노동권 확보를 위해서 힘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어 강 회장은 “의료인이 행복한 것이 환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라면서 위와 같은 논의에서 주 100시간씩 일하는 전공의는 항상 배제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하며, “상식적으로 주 52시간 일하는 간호사와 주 88시간 일하는 전공의 중에 누가 더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고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공의가 임금 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이유로 수시로 파업을 하고 있는데, 시민적 권리를 확보하는 행동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에 노출돼 있지 않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비판은 과도한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강 회장은 현재 추세로 계속 진행된다면 젊은 의사들은 악화되는 근무 환경 속에서 필수 의료 영역 전공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조용한 사직하는 트렌드를 만들 것이라면서 사명감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도 한 명의 생활인이자 직업인”이라면서 “그 누가 사명감을 위해 급여를 떠나 교통사고로 인한 면허 취소와 무과실 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주 100시간씩 근무를 각오하면서 희생을 감내하겠냐?”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강 회장은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해서라도 의사 파업권 확보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상급종합병원 입원 진료를 교수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실은 주 100시간씩 일하는 전공의가 입원 진료를 담당하고, 교수들은 건강보험의 지불 구조상 외래 진료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깨우면서 현장 노동자인 전공의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어떻게 현실을 바꿀 수 있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전환 및 재정 확충과 건강보험 개혁 필요

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필수의료인 중증·응급·소아·분만 영역과 관련해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 이유는 전공의도 의사 면허를 취득했기 때문에 입원 환자를 볼 실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나, 전공의 숫자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최근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야 되는 전공의 수련 자체를 기피하고 있어 전공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필수 의료 영역의 실제 지원으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떠나간 전문의를 다시 병원 현장으로 어떻게 복귀시킬 수 있을지 그런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이며, 전공의 중심의 진료체계를 해외 선진국처럼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로 바꾸고 필요한 병상당 인력 기준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은 이러한 제도 개선은 건강보험의 개혁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해외 선진국처럼 보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G7 선진국은 GDP 대비 약 10% 수준의 보건 지출에 감내하고 있으며, 총 80% 정도는 공공 영역이 담당하고 있고, 공공병원도 최소 30% 이상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공공보건 지출은 GDP 대비 5.6%에 그치고, 전체 의료비의 지출의 59%에 불과하며, 공공병원 비중도 5.7% 뿐으로 동유럽 및 아프리카 주요 국가 수준에 불과한 것도 모자라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적인 중증·응급의료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보험자의 실패로 단일 건강보험 급여가 소아 진료의 공급을 보장하지 못하고 의사들이 떠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2000년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비대화되면서 수가 계약 절차가 사실상 무효화되고 가격 수준이나 보험 급여의 보장 여부 등이 적정하게 형성되지 못해 현재 대한민국 의료에 크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 회장은 단일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대화로 인한 비율을 시정하는 부분에 대한 검토와 간접세 등을 활용해서 국고보조금을 독일과 프랑스 수준인 30%에서 4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고령화와 필수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건 재정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강 회장은 선진국 건강보험은 대부분 공공성을 가진 다보험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독일·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보험자 간 경쟁 원리를 도입해서 효율적인 구매를 통한 의료 공급을 유도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증 응급이나 소아나 분만에 대해서는 조세를 기반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경증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금을 강화하고, 민간보험을 기반으로 이원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 구조 개혁을 하는 부분을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할 때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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