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수련교육 환경 개선에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제기되며,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전공의의 배치와 교육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가 7월 26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전국의과대학비상대책위원회 최창민 위원장은 전공의 수련교육에 대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전공의의 지위가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전문적인 의학을 수련하는 피교육자의 지위가 공존하는 이중적인 지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체계적인 의학을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로 취급을 하고, 노동권을 적용하려고 하면 피교육자로 해석을 하는 방식으로 악용하는 상황이 20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추진하는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살펴보면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써 전공의를 대우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간을 줄여버리는 것으로, 이는 정부가 전공의들을 여전히 근로자로서만 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도 최 위원장은 2020년에 전공의들이 공공의대 문제로 단체행동을 나서자 정부에서 근무환경 개선 등을 약속하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용역 과제를 내어준 적이 있는데, 전공의들이 겪는 어려움과 원하는 개선 방향 등은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해서 2021년에 보고서로 낸 바가 있는데, 해당 보고서를 최종 보고서로 채택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보고서에서 제기한 문제에 맞춰서 전공의 수련교육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전공의 수련교육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구체적으로 최 위원장은 해당 보고서에는 수련교육을 받을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여성 전공의들도 많아지고 있는 변화 등을 반영해 여러 제도 등을 개선해 수련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거나 수련교육 시간을 월 평균이 아닌 주당 몇 시간으로 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들이 담겨있음을 설명했다.
또, 정부에서 필수의료라고 생각하는 진료과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수련비용 등을 지원해야 함을 보고서를 통해 제언했음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를 본 전공의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수련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필수의료를 하지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 최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계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들의 의견 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전공의가 추천한 인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정부 측에서 추천하는 인원을 더 배치해 전공의를 좌지우지하려는 의도를 정부가 보여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자문기구’라는 한계를 띄고 있고 실태조사와 수련환경평가가 이원화돼 있는 현재 구조에 대해 지적하며, 전공의 수련 등 여러 환경을 조사해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봉근 한양의대 수련교육부장은 정부가 전공의 수련을 위해 준비·노력하는 수련병원의 노력들을 계속 허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먼저 이 부장은 “전공의 TO와 연관돼 있기에 우리 병원이 수련환경에 적절한 병원임을 증명하고자 몇 달간 준비하는 등 상당히 신경을 쓰면서 수련환경평가를 준비하게 되는데, 이런 노력들이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부가 TO를 너무나도 쉽게 변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추가 모집을 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는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 전공의 교육환경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으며, 전문의 및 교수 부족 등 교육환경이 좋다고 할 수 없는 비수도권에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 어떻게 전공의 교육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이 부장은 전공의 정원과 관련해 ‘별도 정원’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 이유는 ‘별도 정원’이 전공의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의 상태나 질 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대로 따라가는 병원에게 전공의 정원을 늘려주는 정책이기 때문으로, 이는 전공의 수련교육과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병원에 인건비가 저렴한 ‘전공의’라는 일꾼을 주는 개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전공의들을 일꾼으로 생각하고 억눌러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는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라면서 “정부는 전공의들을 컨트롤을 할 자격이 없으며, 전공의 배치·교육은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별도의 위원회에서 관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부장은 “대학 교수님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일하고 있는지를 전공의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하고 싶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단순히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것보다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