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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사인력 확충도 좋지만…의사들이 남아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최근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맡을 의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사정원 확대, 국립·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27일 정의당의 강은미 국회의원이 ‘지역공공의대법’ 제정안과 ‘공공보건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의 조속한 설립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국립의전원 빠른 설립 ▲광역시·도 공동 운영 지역 공공의대 확충 ▲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공공의대 부속병원으로 지정 ▲의료서비스 공급체계 전면 개혁과 공공성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역시 필수의료와 지역에서의 의사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에 의한 사망과 의사 찾아 119구급차안에서의 표류가 늘어남은 물론, BIG5 병원 중 1곳에서 수술할 의사가 없어 근무하다 쓰러진 간호사가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이 찾아오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며, 의대 정원과 국립·공공의대 확충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특히,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의사를 대신해 간호사가 대리처방한 경험이 90.7%에 이르고, 간호사 2명 중 1명이 의사 아이디로 접속해 직접 처방하는 불법의료 원인이 의사 부족에 있음을 지적하며, 더 이상 의대 정원과 국립·공공의대 확충 지연이 일어나서는 안 됨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목포대, 안동대, 공주대, 순천대, 창원대 등 지방의 국립대 총장들과 해당 지역의 대표해 활동 중인 국회의원들이 뜻을 모아 ▲권역별 국립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증원 ▲국립의대 부속병원 설립 지원 ▲공공의료인력 육성시스템 구축 등을 공동 건의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공공의대 신설과 국립의대 및 의대정원 확충 등에 대한 요구는 계속 거세지고 있으나, 정작 정부 및 정치권의 지지부진함과 의료계의 반대로 유의미한 추진은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립의학전문대학원 관련 법안의 경우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1차 심의 후 현재까지 계류 중인 상황이고, 대한의사협회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대한 논의는 2020년 12월 16일 의료현안협의체가 구성된 이후 2023년 5월 현재까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이를 지적하며, 보건복지부를 향해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이해관계자와의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사안과는 별개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조언하고 있을까?

다만, 의료계에 있는 학회와 협·단체 및 의사들을 만나보면 의사들이 무조건 이권 등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물론, 이권과 아예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본 기자와 제일 비슷한 연배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의들의 삶은 보면 일반 직장인들보다 월급은 많이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근무시간 등을 따져보면 우리와 비슷하게 최저시급 수준을 간신히 받고 있는 경우가 있었고, 주말이 없는 삶 및 거의 매번 야근은 필수적인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삶을 목격하게 되면 어떻게 버틸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들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가 조금만 잘못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는 환경은 본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잘못하면 감옥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고, 이러한 생각이 들자마자 왜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지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들었다.

이후 의사들을 만날 때마다 거의 매번 들었던 의대 증원을 아무리 확대하고, 국공립의대를 신설·확충해도 필수의료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남들보다 돈은 많이 받을 수는 있지만, 매일 야근과 주말근무, 연차 등은 보장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순간 잘못하면 감옥에서 몇 년이나 있을 수 있는 위험조건이 가득한 어떻게 보면 막장과도 같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장 본 기자조차도 급여와 함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워라벨을 따지고 있는데, 과연 의사 또는 의사 지망생들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본 기자가 의사 입장이라고 하면 과연 필수의료와 관련된 진료과목을 선택 및 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비싼 등록금을 내야하며, 남들보다 열악한 근무여건 속에서 부담감을 안은 채로 업무를 봐야 한다면 최소한 그동안 투자한 금전과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거나 챙겨야 본전은 건질 것 같은데, 의사를 떠나 한 사람이 본인의 인생을 걸고 힘들고 어렵고 돈도 다른 진료과목보다 덜 버는 필수의료를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근무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무작정 의대를 확충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향할까? 설사 필수의료를 선택한 의사들 중에서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본 기자가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함부로 예상해서도 안 되지만, 지금까지 많은 보건의료인력들과 전공의들, 공중보건의사, 봉직의들이 호소해온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면 의대 정원 확충과 국공립의대 신설 및 확충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필수의료를 선택한 의사들이 잔류할 수 있을 만한 환경부터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과연 이에 대해 의대 정원 확충 및 국공립의대 신설·확충 대비 얼마나 많이 논의하고 있으며, 신경을 써서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의사 수를 확보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남아있는 의사들만이라도 어떻게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더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싶다.

끝으로 인터뷰 당시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으로부터 인상깊게 들었던 말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 말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봐줬으면 좋겠다.

“우리들은 의사이지만, 남들과 똑같은 시민이고, 병원이라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한 명의 근로자입니다. 우리도 근로기준법에서 합당한 이유 없이 예외직종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처럼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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