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가 오늘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인력 수급에 대한 추계 결과를 발표한다.
12차에 이르는 논의 과정 동안 데이터의 한계와 변수 설정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반복됐으나,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 결과 이번 추계는 행정적 절차의 의미는 가질 수 있으나, 의사 인력 정책 논의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의료개혁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의료인력의 적절한 추계 만큼이나, 지금 이 순간 의료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심각성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특정 과목 기피 문제를 해결하고 이미 배출된 전문의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하며,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또한 전공의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과로와 저임금, 교육의 부재와 구조적 부조리는 의대 정원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의료체계와 이에 적응한 의료기관들의 전공의 착취 행태, 그리고 이를 장기간 방치해 온 정부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선결과제들이 배제된 채 의대 정원 증가 자체만이 목적이 된다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국민의료비 상승이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을 해칠 것이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본질적인 의료개혁을 요구한다. 의료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국민 보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병원 일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인들 또한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논의가 절실하다.
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 역시 이러한 구조적 개선과 함께 이뤄질 때에만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정부의 의료개혁이 단순한 수치 논의에 그치지 않도록, 의료현장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책임있는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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