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6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정책

“의료소송, 환자피해 해결책 없으면 제도개선 어려울 것”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 ②


수련 과정에서 의료행위를 배우는 전공의들이 법적 책임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보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전공의를 교육받는 입장으로만 볼 수 없다는 법조계의 조언이 나옴에 따라 향후 의료계와 정부가 균형 잡힌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외과학회와 대한외상학회가 주관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책토론회의 패널토론에서는 먼저 사직전공의 2인이 나와 전공의 수련환경의 개선점을 제시했다.

사직전공의 입장


첫 번째 사직전공의인 병원다니는사람들 김찬규 대표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병원 의무고지제도 시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몇몇 의료사고 판결문을 보면 ‘미흡한 사람이 시술을 했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전공의는 미흡한 사람이 아니라 충분히 학습하지 못해 배우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수련환경이 장기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구조화가 담보돼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독립된 수련평가기관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여러 제한점을 갖고 있는 수평위의 대안으로 전공의 수련 관련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는 의평원을 제시했다. 

또 현재 수련환경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도제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도제 교육은 굉장히 기술을 전수하는 데 용이한 방식이지만 단적으로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갖출 수밖에 없다. 의국 중심의 폐쇄적인 도제식 수련제도를 보다 완화시켜야 한다”며 “당사자(전공의)가 평가하는 수련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인 ‘의무사관 후보생’ 제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훈련개정을 입영 대상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소급 적용한 부분은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그때그때 국가의 필요에 따라서 전공의들을 인력으로서 써먹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됐다”며 “당사자들의 인식이 바뀐만큼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현 전공의들이 의무사관 후보생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직전공의인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가 제시한 세 가지 핵심 개선방안 중 첫 번째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과도한 전공의 근무 문제 개선, 특히 연속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 전공의들은 24시간 근무 후에 다음 날 12시간 주간 근무까지 추가로 더 일해야 제 퇴근할 수 있는 비인간적인 일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근무환경에서는 제대로된 수련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추가근로를 조장하는 휴게시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박 대표는 “휴게시간에도 전문의의 도움 없이 급변하는 환자의 상태를 돌봐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총 근무시간에서 법적휴게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수련 시간으로 계산하고 있다”며 “교사의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판례처럼, 업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전공의의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의료사고 발생 시 수련병원과 국가 차원에서 책임분담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그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5년차 전공의 21명 중 12명이 수련과정에서 경찰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련병원에서 법적 책임을 분담하는 것을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공의의 천문학적 손해배상 부담에 대해 국가차원의 분담제 도입도 요청했다. 박 대표는 프랑스나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해외에서 정부가 의료사고 보상 지원에 개입하고 있는 사례를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배상법’을 참고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발생한 과실에 대해서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지고, 단,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이 돼있다.

특히 앞서 김찬규 대표가 언급한 수평위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에 대해 다시한번 강조하며, 전공의 추천 위원의 비율을 과반 이상으로 확대하고, 독립적인 기구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기구에서조차 전공의 목소리가 배제된 현 상태에서는 사실 정부와 병원의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수련환경이든 의료사고 안전망이든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내기는 힘들다”며 “수련병원이 교육과 보호 측면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단순 전공의 TO 조정이 아닌 정부지원금 삭감 등 실질적인 패널티를 부여해 전공의의 수련을 감독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련병원 교수 입장


교수진의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대구로병원 응급중환자외상외과 김남열 교수는 먼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김 교수는 “특례법에는 행위에 대한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조가 강조돼있는데, 의료행위는 예측하지 못하는 여러변수가 작용해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유사해 의료행위 관련 사고와 고통사고를 동일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방치되면 전공의는 앞으로 관련 과, 즉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긴다. 항상 소송 위험을 안고 평생을 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식한테도 못 시킬 것 같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전공의의 의료 소송 위험과 관련해서서는 수련환경과 지도교수-전공의 관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수련병원 관장 기관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수련병원에서도 체계적으로 의료행위를 감독하고 교육하는 견고한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병원차원에서 구제책이나 법률적인 조언을 신속히 제공해야 하고, 체계 시스템의 허점 등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민사소송의 경우에도 기관 차원에서 의료배상 보험을 적극적으로 가입해서 해결해주는 등의 방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의료행위에서 악결과에 대한 면책은 ‘특권의식’이 아니다”라고 호소하며 “법적인 장치를 보완하고 제정하는 데에 있어서 국민적,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정해야 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함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서울병원 박치민 중증치료센터장은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며, “많은 의료 사고가 과도한 근무 시간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발생한다”며 “전공의 86%가 피로와 수면 부족으로 인해 올바른 진료를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수련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교육이며, 근무 시간 단축이 수련의 질적 하락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외과와 같은 술기 중심 과에서는 충분한 경험이 필수적인데, 해외 연구에서도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오히려 전공의의 교육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단순한 시간 단축이 아니라,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 개편이 병행돼 한다”고 했다.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대체인력 확보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박 센터장은 현재 입원 전담 전문의와 PA 제도 등의 도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제도적 미비로 인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체 인력 없이 전공의 수가 줄어들면 오히려 의료 사고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행 의료법 체계가 의료진을 지나치게 법적 책임의 위험 속에 놓이게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중환자 치료나 외상 분야처럼 예측이 어려운 의료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고도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모두 법적 책임으로 돌리면 의료진이 점점 더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이런 불안감 속에서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행하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다 현실적인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조계 및 정부 의견


법조계와 정부측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유화진법률사무소 유화진 대표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병원이 손해배상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송 절차 자체가 전공의에게 심리적 부담을 준다. 형사사건에서는 의료 행위를 직접 수행한 전공의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도 전문의, 병원, 정부, 그리고 환자가 함께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 교육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유 변호사는 “전공의가 상급 전공의나 교수에게 편하게 질문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된 수련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지도 전문의가 교육에 집중할 경우 진료량이 줄어들어 급여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하며, 전공의 교육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 변호사는 전공의의 법적 책임 경감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환자의 피해에 대한 해결책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전공의도 결국 의료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단순히 근로자이자 피교육지로서의 지위만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전공의가 수련 과정에서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만큼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이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보호와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전공의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법적 분쟁 발생 시 병원의 책임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강 과장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개선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공의가 의료사고로 인해 직접적인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가 드물며, 병원과 정부 차원의 책임 분담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모델을 도입해 전공의가 의료 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공의의 법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 제도를 확대하고, 국가가 일정 부분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또한 전공의 수련 과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병원과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의료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 수련병원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교육 중심의 병원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언급했다. 강 과장은 “전공의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근무시간 준수, 교육 지원, 정신건강 관리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도 전문의의 교육 책임을 명확히 하고, 병원이 전공의 교육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