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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인간다운 삶 보장해야”…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원칙 제안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개최
‘전공의 수련교육의 현재와 미래: 36시간 연속근무를 중심으로’ 세션 진행

전공의도 우리나라 국민의 한 명으로써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대 개선 및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학회가 주최·주관하는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가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15~16일 양일간 개최됐다.

대한의학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전공의 수련교육의 현재와 미래: 36시간 연속근무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세션은 16일 오후 5시에 진행됐다. 

박정율 대한의학회 부회장과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세션에서는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이 ‘36시간 연속근무 제도의 현황 및 주요 쟁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신 위원장은 “전공의 근무시간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 제도의 외형만 그대로 베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의 정당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흔히 전공의 근무 시간의 문제를 얘기할 때 해외 사례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으며, 이 과정에서 “유럽은 최대 연속 근무 시간이 24시간이니까 우리도 이에 맞춰야 된다”라는 식의 논리로 제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빈약한 논리라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신 위원장은 “각 제도가 어떤 전제와 원리에 기초하는지 알아야 하며, 이러한 제도의 모델을 파악했을 때 비로소 체계적이고 일관적이고 모순적이지 않은 형태의 제도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규제의 정당성을 환자 안전 향상을 위한 것으로만 국한시키는 이분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위원장은 “미국에서는 최근 20년 동안 실제로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가 환자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이루어진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소모적인 형태로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공의 근무시간 규제의 필요성을 환자 안전 외의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진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신 위원장은 현재 유럽 의회에서는 사회권 보장에 관한 원칙 중 10번째 사항으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권리로 보장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전공의 포함 유럽에 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근무시간에 대한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은 4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며, 24시간 연속근무나 최소 11시간의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지침이 전공의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으로, 유럽에서 전공의 근무 시간에 대한 규제는 해당 지침을 기반으로 전공의가 다른 보통의 시민처럼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출발한 것을 본받아야 함을 꼬집은 것이다.

물론 해당 지침의 이행 정도는 각 국가의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모든 시민이 모든 시민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원칙과 이 원칙에서 배제되는 집단이 없도록 제도 개선의 방향성을 설정한 것은 동일했다”라면서 전공의가 환자 안전을 담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을 지적했다.

더불어 유럽에서는 전공의 근무 시간을 감소시키더라도 어떻게 환자 안전과 수련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며, 환자 안전과 수련의 질은 근무 시간 규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근무 시간 규제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면 안 되는 부작용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한 예로 영국에서는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와 환자 안전·수련의 질 간의 상관성과 관련해 전공의 대신 전문의가 당직 근무에서 주된 역할을 수행하고, 전공의가 제대로 된 감독을 받아야 하며, 교육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지 않는 여러 조건들이 갖추어졌을 때, 수련의 질과 환자 안전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됐다.

현행 근로기준법 자체의 비합리성과 비정확성, 모순성 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먼저 신 위원장은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은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근로기준법을 제정했고,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주 52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삼아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사의 경우 다른 직종과 똑같은 법을 평등하게 적용받지 않고 있는데,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제59조 예외조항을 통해 보건의료 포함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몇몇 직종에 대해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특정 직종을 이처럼 배제하는 데는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라고 질타하는 한편, 공공운수노조에서 근로기준법 59조 폐기에 관한 입법 청원서를 제출하고 국회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시외·고속버스기사들이 예외 조항에서 제외된 것처럼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사 사회는 단순히 전공의 특별법 개정을 넘어서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어떤 집단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며, 전공의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의 권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이끌어 가야만 제도를 합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음을 제언했다.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원칙도 제안됐다.

신 위원장은 “전공의 근무 시간 제한의 1차적 목적은 전공의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해 수련의 질과 환자 안전 측면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근무시간 제한이 수련시간 단축 또는 업무 강도 증가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근무 시간이 제한되더라도 수련과 무관한 업무가 늘어나서도 안 되며, 전문의에 대한 지도·감독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모든 제도의 개선은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등의 원칙이 지켜졌을 때만 비로소 합리적인 수련 제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신 위원장은 “법률 개정, 전공의 인력을 입원 전담 전문의로 대체, 의사 증언 등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부작용이 없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평가가 모두가 합의한 원칙 아래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해결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그 방법이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 문제의 정의와 성격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임을 꼬집으면서 “원칙을 토대로 국가와 의사 개인이 속해 있는 의료기관에 정당한 요구를 한다면은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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