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달간의 전공의 사직 사태 등을 겪으면서 교수들의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으로, 응급·중환자 진료와 수술은 지속하되, 금요일 휴진이 어렵다면 다른 평일에 휴진하거나 24시간 근무 후 다음날에는 12시간 이상 휴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4월 5일부터 교수들의 적정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에 들어감으로써 사실상 충청권의 3차병원 역할을 하는 대학병원들이 일제히 금요일에는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3일 총회를 열고 '주 1회 전원 휴진'을 논의할 예정으로, 대학병원의 금요일 휴진이 서울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전공의 사직 사태의 공백을 메꿔온 의대교수들의 체력이 점점 고갈되고 있기 때문으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이번 금요일 휴진과 같이 앞으로 금요일 또는 평일 중 특정 1일을 휴진하는 대학병원들이 계속 생겨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
이를 해결하려면 당연하게도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현재 바깥에 나가있는 전공의들을 불러모으거나, 일반 병원 및 종합병원처럼 전문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을 불러모으기에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해야 할 메리트가 없다.
의사의 사명감을 따지기 이전에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다른 의사들에 비해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했던 상황을 참다가 이번에 대대적으로 폭발한 상황 속에서 ‘약속’이 아닌 실체적인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전공의들은 복귀해봤자 다시 착취를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복귀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은 지금까지 전공의들이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해 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공의들이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환경 개선을 꾀하는 것을 시도했으나, 전공의들이 원했던 것과 다르게 당시에도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수련 규정을 토대로 ‘전공의특별법’이 만들어져 왔으며, 지금까지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실제로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하는 모습이 적어왔던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전공의 복귀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유력한 방안은 전문의 비중을 늘리는 근본적인 해결책 밖에 없다.
전문의 비중을 늘려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개선 및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동시에 많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인 인력 부족으로 인한 워라벨 ‘열악’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와 필수의료 위기를 모두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병원의 의지다. 일단 많은 대형병원들은 지금 분원 설립에 돈을 모아 투자하고 있다.
내부에 여러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에는 분원 설립에 투자할 돈은 있지만, 전문의들을 대대적으로 확충함으로써 많은 의사들이 호소하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접근도 아쉽다.
현재 정부는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한 인력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많은 의사들에게 환자와 사명감을 강조하면서 복귀를 요청하고 있으며, 동시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해 병원의 임시 땜빵용 인력을 투입하는 한편, 개원의도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임시조치로 기존 규제 적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기준에서 의사인력 기준 확대 및 근로기준법 등 근로자 보호 적용에서 제외하는 기존 법·제도 개선 등 극단적으로 적은 의사로 많은 환자들을 보도록 하는 근무환경을 개선하거나 병원에서 전문의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재정 지원 또는 수가 개혁을 통해 병원들이 전문의들을 많이 고용하도록 하는 유의미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업무개시명령과 면허 정지 등을 통해 어떤 개선 움직임과 보상도 없이 적은 돈으로 의사들을 진료현장으로 강제로 돌려보냄으로써 냄새나는 것은 뚜껑을 덮어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의 속담처럼 움직이고 있다.
과연 세상에 누가 지옥 같이 힘든 직장에서 살아보겠다고 뛰쳐 나와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개선도 없이 강제로 다시 직장으로 복귀해 일하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부디 정부와 병원, 의료계가 협력해서 제2의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나라의 국민 중 한 명인 의사들의 워라벨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