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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간호법, 어쨌든 간호 인력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직역간 오해 아닌 상호존중 바탕으로, 간호 인력 근무환경 개선의 시작점 돼야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여러 직역 단체의 대립 구도가 세워진 이때, 간호사 직역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당면한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간호법을 바라봤으면 한다.

의료 행위에는 치료뿐 아니라 간호의 과정도 포함된다. 특히 엔데믹시대이자 초고령화시대로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때, 현재의 의료법으로는 다 다룰 수 없는 간호의 부분을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

현 의료법에는 간호사의 역할이 의사의 진료 보조로만 나와 있는데, 이 때문에 간호사들의 업무가 포괄적이고 과다하게 다뤄지는 부분이 있다. 또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제한하는 간호인력인권법의 내용도 간호법 제정 이후 추가될 필요가 있다. 

7월 초, 서울대병원에서 주최한 중환자실 완화의료 심포지엄에서 간호사 분들의 발제를 들으며 의료 현장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느꼈다.

심포지엄의 주제처럼 환자의 의사를 듣고, 환자가 원하는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돕는 완화의료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수많은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과연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는 것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환자는 넘쳐나는데, 중환자실의 한정된 인력으로 많은 환자들을 돌보다 보면 환자들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친절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환경과 시스템을 개선해야 된다고 느꼈다.

한주 뒤, 간호협회에서 진행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다녀왔다. 간호협회에서 진행하는 행사이니만큼 간호법에 대한 이슈가 다뤄졌다. 요지는 왜 간호법이 필요한지, 그리고 간호법에 대한 오해들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 임상 의사와 간호 인력이 적은 것은 사실이고, 특히 병상 수에 비해 간호 인력이 많이 부족하고, 그 중에서도 간호사 수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많은 간호사들이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그만두기 때문이다.

또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신규 간호사 업무가 과다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간호사 평균 근속 연수는 매우 짧은 편이다.

간호협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법을 통해 명확하게 간호사의 업무를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간호법이 의사 진료권 침해나 간호사 단독 개원을 위한 법이 결코 아니라고 설명하며, 간호법은 간호사법이 아니라, 간호 전반을 위한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의료 직역 단체들은 간호법 통과를 결코 좋게 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가 간호법 통과를 반대하며 지난 5월 삭발 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간호협회 소속 정책자문위원들과 라디오 토론회에 나와서 토론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의사 진료권 침해가 아니냐,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단독개원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간호법 반대 측의 의견과, 간호법은 현 의료법을 바탕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진료권 침해도, 단독개원을 위한 욕심도,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제한하려는 것도 아니라는 간호법 찬성 측의 설명이 엇갈렸다.

간호협회 뿐만 아니라 모든 직역의 협회는 해당 직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고, 그것은 공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정당하다. 많은 협회들이 1인 1정당 가입 운동을 진행하는 등 직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래된 의료법을 그냥 쓰자고 다같이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서로 견제하고 확인하면서 의료법을 개정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을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간호법은 그런 과정에서 발의된 정당한 문제 제기이며, 유례없는 네 차례의 국회 토론회를 거쳐 많은 부분 개정되기도 했다.

물론 당장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 인력 문제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이 비약적으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당면한 문제 개선의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

단, 현재처럼 다른 직역들이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간호법이 통과돼도 문제가 된다. 간호협회는 타 직역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하길 바라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고, 다른 직역들도 간호 인력에 대한 문제를 직시하고,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상생의 측면에서 이해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한 직역 단체가 모든 업무를 독차지하길 바라지 않는다.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를 늘리기 위한 법이 아니라 줄이기 위한 법이다. 간호법을 둘러싼 모든 갈등이 옳은 방향으로 잘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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