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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 숲이 아닌 나무를 보자

결코 단순하지 않은 필수의료 문제… 한 번에 하나씩 옳은 방향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 번에 하나씩 하고,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한다는 대원칙이다.

기자로 일하다보면 많은 것들을 듣고, 보게 된다. 굳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도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담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장에서 들은 것을 머릿속에서 정리해 글로 옮길 때면, 많은 정보 중에서 중요한 것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정리하자니 시간과 체력은 한계가 있는데, 전달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기자 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일과 삶에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부터 해야할지 헷갈릴 때가 참 많다.

최근 필수의료라는 이름으로 중증, 응급의료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많이 들려왔고, 정부도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각 의료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무엇이 필수의료인가? 당장 생명이 위급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을 살리고 난 뒤에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생명의 위협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삶에 불편함을 끼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대한성형외과학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들은 두 가지 내용을 소개한다.

성형외과는 얼핏 생각하면 필수의료가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큰 수술 후에는 반드시 재건수술이 필요하다. 재건수술 같은 경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경력이 있는 의사만 시행할 수 있어 성형외과 내에서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 성형외과라고 해서 미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몇 가지 과의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의료 분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가 체계의 문제점도 언급됐다. 림프 부종 수술의 경우 한 곳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곳을 예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현 수가 체제로는 한 곳의 수술 비용만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를 위해서는 수술하는 것이 좋지만, 수술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라 학회는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을 할 때마다 의사가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에서는 가끔씩 좋은 결과가 나올 수는 있으나, 지속적인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이 지속될 수 있도록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고쳐야 할 것들을 고쳐야 한다.

이제 다시 우리의 삶으로 돌아와 두 가지 대원칙을 세워본다. 중요한 일이 많을수록, 한 번에 하나씩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리고 옳은 일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기자의 일이란 알리는 일이다.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 사람에게라도 알려야 한다. 많은 일들 중 내가 들은 일에 대해서 한 번에 하나씩, 최선을 다해 제대로 알려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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